모르거나 모르는척 하거나
코로나 핑계로 민주노총 고립 위한 무차별 여론몰이
“방역 무시한 민노총의 불법 집회···친노조 정책 접을 때다”_ 서울경제
“코로나 확산 아랑곳 않고 집회 강행한 민노총의 무법적 행태”_ 매일경제
“주말 집회 강행한 민노총, 사회적 책임 무겁게 인식해야”_국민일보
보수언론들이 7.3 전국노동자대회를 보는 시각이다. 7월 5일자 사설에서 너도나도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서자 민주노총을 고립시키기 위한 여론몰이를 하는 형국이다.
서울경찰청은 4일 주최자 6명을 입건해 소환조사를 요구하고 12명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는 등 수사 대상을 확대할 조짐이다.
정부의 반노조, 반노동 정책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온 것도 모르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부정한 게 누군지도 모르고, 제1노총의 목소리를 외면할 땐 언제고 이제야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노동자대회를 성사한 민주노총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정부가 노동계 집회에는 온정적으로 대처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해왔고, 노조법을 개정해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지나치게 노조에 기울어진 정책을 펴왔다(서울경제)”는데 정말 그런가.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친노조 정책은커녕 지난해 말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개정된 노조법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할 권리를 제약하는가 하면,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3년으로 연장, 사업장 내 점거 제한 등 산별노조의 활동을 제약하고,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등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고 봉쇄하려는 ‘역대급’ 개악안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리고 이날 “노조법 전면 개정”을 주장했다.
이날 구호로 내걸린 ▲중대재해 근본대책 마련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대폭인상 ▲구조조정 저지 사안들도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친노조 정책’과는 천지차이다.
지난 1월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 적용 범위, 중대재해 범위, 경영책임자 범위, 발주처 책임 등에서 원안을 훼손하고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최저임금 1만원 정책도 이미 폐기 상태로 저임금 노동자들은 임금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을 비롯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낳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래도 ‘친노조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오히려 ‘코로나로 경영이 어렵다’는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코로나 구조조정 대책으로 기업들에 수십조를 지원하면서도 노동자들의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는 막을 수 없었다. 이런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이유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정부에 친노조 정책을 접으란다(서울경제). 혀를 찰 일이다.
민주노총의 무법적 행태가 아니라 법을 부정하는 일을 저지른 것도 정부다.
감염병예방법을 지키며 안전하게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안전한 공간 확보를 요구한 게 수차례다. 대회를 한 달 가까이 남긴 시점부터 집회 공간을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국무총리를 만나서도 요구했다. 노동자들이 왜 대회를 여는지 호소했고 대책 마련을 위해 만나자며 노정교섭을 제안했다. 답은 없었다. 답을 주거나 안전한 대회를 위해 협조하거나, 둘 중 하나의 행동도 하지 않았다. 반대로 김부겸 국무총리는 대회 하루 전, 오후2시에 예정된 대국민담화를 앞두고 ‘집회 자제를 거듭 요청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예고 없이 민주노총을 찾았다. 노동자들의 요구엔 답을 들고 오지 않았으니 문전박대를 자처한 꼴이다.
정부는 노정교섭 요구엔 답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이 방역법 위반을 계획한 양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스포츠 경기 및 공연 관람은 가능한데, 집회는 안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 적용에 이중잣대를 내민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은 수많은 인파가 모일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해 집결을 막지 못했던 것인가.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엔 수많은 인파가 모일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공간을 확보해 달라’는 요구에도 말이다.
민주노총 대화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정부가 델타 변이가 확산하게 된 방역의 허점을 민주노총에 뒤집어씌우기 위한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대회 당일 아침에 집계한 하루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선 건 민주노총 대회때문이 아니다. 또한, 노동자대회 후 지금까지 노동자대회 관련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제1노총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기에 지난 주말 종로에 모였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기 위해”, “차별과 설움의 비정규직 신세를 끝내기 위해”, “가구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최저임금을 위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으로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말이다.
청와대 앞도 몇 번을 찾아갔다. 국무총리를 만나서도 절박함을 말했다. 그럼에도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며 답이 없는 정부를 상대할 방법,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려면 투쟁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반기 총파업도 준비 중이다.
이날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종로4가로 행진하는 대오 앞자리에 선 양경수 위원장과 가맹산하 대표단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뒤를 따랐다. 정부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도, 보수언론이 진실을 외면해도 노동자들은 투쟁의 정당성을 ‘투쟁’을 통해 스스로 확인하며 총파업의 결심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 확산의 위험성은 아는 정부가 중대재해로 현장에서 죽어 나가고, 생계비도 안 되는 최저임금, 비정규직 차별과 구조조정으로 절규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아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부추기는 것, 이 답은 뻔한데 정부만 답을 모른다. 보수언론은 늘 그렇듯 모르는 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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