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25글자…아파트 이름은 왜 이렇게 길어졌을까?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출연 : 이지현 기자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최근 부산 강서구가 신도시 '에코델타시티'의 법정동 명칭을 '에코델타동'으로 정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주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정한 명칭인데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법정동 중 첫 외래어 이름인 데다, 역사성도 없고 어렵다는 이유로 강서구의회조차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외래어 이름 논란은 아파트 이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입주민들은 주변 입지와 브랜드 등을 강조해 화려한 이름을 지으려는 반면, 짧고 쉽게 지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습니다.
아파트 이름은 어쩌다 이렇게 길고 어려워진 걸까요?
앞선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아래에는 명지동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독특한 이름의 아파트가 있는데요.
'링컨·에디슨·아인슈타인 타운' 아파트입니다.
2000년대에 신도시를 만들면서 지어진 이 아파트들은 원래 영어마을을 컨셉으로 지어진 곳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이름도 영어로 짓고, 상가에서는 영어로 말해야 물건을 살 수 있으며 도로 표지판 등도 모두 영어로 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옆 부지까지 모두 합해 대규모 영어마을을 만들 예정이었는데, 아파트를 짓던 건설사가 부도가 났죠. 결국 다른 아파트는 짓지 못하고, 위인 이름을 딴 세 아파트만 남게 된 겁니다.

그래도 위인 이름을 딴 아파트는 기억에 잘 남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이름 중에는 뜻을 알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름들이 많습니다.
요즘 아파트 이름은 대부분 '지역+건설사 이름+브랜드 이름+펫네임(별칭)' 구성으로 짓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 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 아파트로 무려 25글자입니다. 이 역시 '지역(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건설사(대방)+아파트 브랜드(엘리움)+펫네임(로얄카운티)' 구성으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펫네임은 아파트 주변 환경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강 옆에 있으면 '리버', 공원 옆이면 '포레'가 붙는 식이죠.
문제는 이 펫네임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한 아파트 이름에는 '루체하임'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이는 이탈리아어로 빛을 뜻하는 루체(Luce)에 독일어로 집을 뜻하는 하임(Heim)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아델리체라는 이름도 있는데요. 이건 스페인어 Adelio(고귀한)+독일어 Adel(품격)+영어 Cherish(소중히 하다)가 합쳐진 이름입니다. 해석하면 '품격있는 사람들이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고급 주거단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지어지던 60년대만 해도 지역 이름으로만 이름을 지었습니다. '마포 아파트'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70년대 들어 '맨션', '빌라' 등의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강 맨션이 대표적인 예죠.
그러자 서울시는 "서민들의 생활과 괴리감이 너무 크다"면서 우리말로 아파트 이름을 짓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장미, 개나리, 은하' 아파트였습니다.
80년대부터는 '현대, 우성' 등 건설사 이름을 따서 아파트명을 지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지으니 이름이 천편일률적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90년대에 만들어진 신도시에는 다시 우리말이 등장했습니다. 분당에 '푸른마을, 샛별마을'이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자율화를 단행한 1998년 이후부터는 고급 아파트 브랜드들이 등장했습니다. 지금도 쓰이는 '래미안, 푸르지오, 자이' 등이 이때부터 나왔던 겁니다. 이후 아파트 이름을 고급스럽게 지으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이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부동산정보 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1979년 분양된 아파트 이름 평균 글자 수는 3글자에서 2019년 10글자까지 늘어났습니다.
아파트 이름은 건설사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이름은 주소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공공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이 지나치게 길고 어려워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서울시는 최근 '아파트 이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한글 이름을 발굴해 사용 ▲지역 옛 지명을 활용하며 법정동·행정동은 준수 ▲무분별한 펫네임(pet name) 활용 자제 ▲10자 내외 글자 수 준수 ▲다수가 선호하는 이름으로 제정하도록 노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죠.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차례 토론회를 통해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이달 중 각 자치구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진행 : 이가혁 기자 / 출연 : 이지현 기자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최근 부산 강서구가 신도시 '에코델타시티'의 법정동 명칭을 '에코델타동'으로 정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주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정한 명칭인데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법정동 중 첫 외래어 이름인 데다, 역사성도 없고 어렵다는 이유로 강서구의회조차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외래어 이름 논란은 아파트 이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입주민들은 주변 입지와 브랜드 등을 강조해 화려한 이름을 지으려는 반면, 짧고 쉽게 지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습니다.
아파트 이름은 어쩌다 이렇게 길고 어려워진 걸까요?
에코델타동 아래엔 '링컨·에디슨 아파트'가 있다?
앞선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아래에는 명지동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독특한 이름의 아파트가 있는데요.
'링컨·에디슨·아인슈타인 타운' 아파트입니다.
2000년대에 신도시를 만들면서 지어진 이 아파트들은 원래 영어마을을 컨셉으로 지어진 곳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이름도 영어로 짓고, 상가에서는 영어로 말해야 물건을 살 수 있으며 도로 표지판 등도 모두 영어로 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옆 부지까지 모두 합해 대규모 영어마을을 만들 예정이었는데, 아파트를 짓던 건설사가 부도가 났죠. 결국 다른 아파트는 짓지 못하고, 위인 이름을 딴 세 아파트만 남게 된 겁니다.

영어 조합해 신조어 만들고 3개 국어 쓰기도
그래도 위인 이름을 딴 아파트는 기억에 잘 남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이름 중에는 뜻을 알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름들이 많습니다.
요즘 아파트 이름은 대부분 '지역+건설사 이름+브랜드 이름+펫네임(별칭)' 구성으로 짓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 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 아파트로 무려 25글자입니다. 이 역시 '지역(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건설사(대방)+아파트 브랜드(엘리움)+펫네임(로얄카운티)' 구성으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펫네임은 아파트 주변 환경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강 옆에 있으면 '리버', 공원 옆이면 '포레'가 붙는 식이죠.
문제는 이 펫네임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한 아파트 이름에는 '루체하임'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이는 이탈리아어로 빛을 뜻하는 루체(Luce)에 독일어로 집을 뜻하는 하임(Heim)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아델리체라는 이름도 있는데요. 이건 스페인어 Adelio(고귀한)+독일어 Adel(품격)+영어 Cherish(소중히 하다)가 합쳐진 이름입니다. 해석하면 '품격있는 사람들이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고급 주거단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아파트 이름이 이렇게 길었지?

처음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지어지던 60년대만 해도 지역 이름으로만 이름을 지었습니다. '마포 아파트'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70년대 들어 '맨션', '빌라' 등의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강 맨션이 대표적인 예죠.
그러자 서울시는 "서민들의 생활과 괴리감이 너무 크다"면서 우리말로 아파트 이름을 짓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장미, 개나리, 은하' 아파트였습니다.
80년대부터는 '현대, 우성' 등 건설사 이름을 따서 아파트명을 지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지으니 이름이 천편일률적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90년대에 만들어진 신도시에는 다시 우리말이 등장했습니다. 분당에 '푸른마을, 샛별마을'이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자율화를 단행한 1998년 이후부터는 고급 아파트 브랜드들이 등장했습니다. 지금도 쓰이는 '래미안, 푸르지오, 자이' 등이 이때부터 나왔던 겁니다. 이후 아파트 이름을 고급스럽게 지으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이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부동산정보 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1979년 분양된 아파트 이름 평균 글자 수는 3글자에서 2019년 10글자까지 늘어났습니다.
서울시 "10글자 이내로" 가이드라인 마련…이달 중 배포
아파트 이름은 건설사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이름은 주소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공공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이 지나치게 길고 어려워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서울시는 최근 '아파트 이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한글 이름을 발굴해 사용 ▲지역 옛 지명을 활용하며 법정동·행정동은 준수 ▲무분별한 펫네임(pet name) 활용 자제 ▲10자 내외 글자 수 준수 ▲다수가 선호하는 이름으로 제정하도록 노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죠.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차례 토론회를 통해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이달 중 각 자치구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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