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젯밥’과 ‘잿밥

 

[우리말 바루기] ‘젯밥’과 ‘잿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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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었다. 차례 음식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 만들기 쉽지 않지만, 명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차례 음식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이렇게 차례를 지내기 위해 차려놓는 제사 음식을 뭐라고 해야 할까. ‘젯밥’과 ‘잿밥’ 가운데 어떤 것이 바른 표기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젯밥’과 ‘잿밥’은 둘 중 하나가 맞고 나머지 하나는 틀린 표기일 것 같지만, 둘 다 바르다. ‘젯밥’은 제사에 쓰이는 제삿밥을 뜻하고, ‘잿밥’은 불공할 때 부처 앞에 놓는 밥을 일컫는다. 따라서 차례를 드릴 때 올라가는 음식은 ‘젯밥’이라고 써야 맞는다.

비유적 표현 중에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말이 있다. 맡은 일에는 정성을 쏟지 않고 잇속에만 마음을 쓸 때 이렇게 표현한다. ‘염불’은 불경을 외우는 일을 뜻하므로, 정황상 부처님께 올리는 ‘잿밥’이라 써야 이치에 맞는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표현에서는 제사에 올리는 밥을 가리키므로 ‘젯밥’을 쓰는 게 바르다.

‘재(齋)’는 부처에게 공양을 드리거나 죽은 이의 명복을 빌고자 예불을 올리는 것으로, 일반적인 제사를 가리키는 ‘제(祭)’와는 구별해 써야 한다. ‘사십구재’ ‘천도재’를 ‘사십구제’ ‘천도제’로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재’와 ‘제’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잘못이다. ‘사십구재’와 ‘천도재’는 불교에서 행하는 의식이므로 ‘재’라고 써야 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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