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다’와 ‘학교로 가다’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69] ‘학교에 가다’와 ‘학교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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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가르칠 때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 조사의 쓰임과 어미의 활용이다. 그리고 실제로 사용하는 것과 속뜻이 다른 것들이 너무 많다. 과거에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가르칠 때 연결어미 ‘고’를 설명하는데, “문 닫고 들어와”가 예문이었다. 그때 한 여성이 “문 닫고 어떻게 들어가요?” 하고 반문을 했는데, 순간 필자도 엄청나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향진격 조사’와 ‘처소격 조사’도 실제의 의미와 현대 사회에서의 쓰임이 다를 때가 많다. “너 어디 가니?”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시청에 가”와 “시청으로 가”는 의미가 다르다. “시청에 가”라고 하는 것은 ‘목적지’가 시청이라는 소리고, “시청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목적지가 시청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시청이라는 방향’으로 간다는 뜻일 수도 있다. 실제로는 “시청 쪽으로 간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에’는 처소격 조사라고 하고, ‘로’는 향진격(혹은 방향격) 조사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로’라는 조사는 그냥 부사격으로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지하철로 가”라는 문장의 경우 ‘지하철을 타고 가’라는 의미와 ‘지하철이 있는 곳으로 가’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학교에 가”는 학교가 목적지이고, “학교로 가”는 학교가 있는 방향으로 간다는 뜻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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