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히틀러와 의대증원 전투의 윤석열
히틀러는 패전국 수장이 되었으며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
임두만 | 2024-03-14 19:31:11 |
세계 제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것으로도 평가되는 ‘스탈린그라드 전투’, 이 전투는 1942년 8월부터 1943년 2월 2일까지 소련의 스탈린그라드 일대에서 벌어진 소련군과 독일 국방군 간의 전투로서, 1940년대 독소전쟁에서 장기간 최대 규모의 사상자를 낸 전투로 기록되어 있다. ▲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상징하는 이미지, 소련 육군이 독일군 전차를 몸으로 막고 있다. 이 전투에서 독일군은 40만 명 이상이 전사하거나 부상하였는데, 이는 독일군이 서부전선에서 잃은 모든 군인들의 수와 비슷하다. 소련군 측 사상자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전투는 독일군의 항복으로 소련군이 승리했다. 그런데 왜 독일과 소련, 실제로는 히틀러와 스탈린은 유독 이 전투에 목숨을 걸었을까? 이는 스탈린이 집권 이후 산업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하며 자신의 이름까지 붙힌 그야말로 스탈린에게는 매우 상징적인 도시였으며, 히틀러는 이 상징적인 도시를 점령하는 것이 곧 스탈린은 물론 소련 국민과 군인들에게 상실감을 입힐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즉 아돌프 히틀러에게 스탈린그라드라는 스탈린의 이름이 붙은 도시여서 그 중요성은 매우 컸다. 이에 히틀러는 이 도시를 어떻든 점령해야 했으며 스탈린은 지켜야 했다. 따라서 스탈린그라드로 진입한 독일군은 시가전에서 소련군의 격렬한 저항에 무려 석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엄청난 피해를 내면서도 끝내 점령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석달 동안 소련군은 점점 독일군에게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되고 마침내 독일은 1943년 2월 2일 최종적으로 소련에게 항복하게 된다. 히틀러는 전략적 가치가 별로 크지 않았던 스탈린그라드에 집착 이 도시를 점령하려고 장기전까지 휘말리면서 결국 30만 병력을 잃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 도시에 집착한 이유가 그 이름이 스‘탈린의 도시’라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2000명의 의대 증원에 집착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여기에 비유하면 과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싸움에서 국민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명분은 국민들을 위한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자신이 의사들에게 질 수 없다는 고집만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과 노환규 전 의협회장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자인 의사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른 고집이, 추락하던 지지율을 한때 상승곡선으로 바꾸게 했다. 따라서 이로 인해 총선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판단이 또 그의 고집을 지키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히틀러의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면 스탈린과 소련민중의 패배감을 끌어 내 독소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 히틀러가 모스크바의 지독한 추위와 인해전술에 의한 버티기를 계산하지 못했듯이 윤 대통령은 미래의 우리 의료시장을 보는 눈이 현직의 의사들에 미치지 못함에도 ‘권력자’라는 명분과 ‘국민지지’라는 단순한 점만 보고 있다. 내가 보기에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제압했던 과거의 사례를 믿고 똑 같은 방식으로 의사들을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화물연대에 퍼부은 강공으로 이들을 제압하면서 지지율이 올랐듯이 의사들을 제압,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사들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아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당장의 생계, 즉 자동차 할부금을 포함한 생활비 등의 압박으로 장기간 파업은 물리적으로 불가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나아가 의사들에겐 그 같은 현실적 압박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시 의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수가를 올려주겠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소아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 지방의대 교수 1천명 늘리겠다 등의 발표가 그렇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내가 접한 의사들은 “이런 당근으로 의사들이 유인된다면 의사들 스스로가 국민들에게 돈벌레임을 자인한 것이 되므로 더욱 진료현장으로 되돌아가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의사는 “그런 당근 다 합해도 의사로서 자존심 팔아먹고 미용이나 성형수술로 떼돈 버는 의사들 수입의 1/3도 안 된다”고 말한다. 또 “이미 권력자가 국민들에게 의사들을 ‘돈만 아는 사람들’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여기서 돈 몇 푼 더 준다고 그게 달라지겠느냐? 차라리 필수의료에서 떠나 돈 되는 미용의사 하는 것이 속 편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의사들 사이에서 앞으로 필수의료 하겠다는 의사는 더 ‘바보 의사’ ‘천연기념물’이 될 것이므로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전공의 대표들 특수부대 군인들은 군인으로서 자부심이 남 다르다. 최근 연예계나 방송활동에 나오는 특수부대 출신들의 공개된 자부심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들이 막대한 훈련을 통해 다지게 되는 체력과 파괴력 등이 일반 군인들에 비해 달라서 희소성에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즉 ‘소수정예’라는 단어에서 오는 이들의 자긍심이 고된 훈련을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그곳에서 근무했다 등의 자부심으로 그 과정을 이겨낼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의사들은 의대생을 한번에 70% 늘린다는 점에 경악하고 있다. 1년에 3천명중 소수의 군의관 공중보건의 기초의학 전공자를 제외하면 나머지를 전문의로 길러내는 의료 시스템은 의사들에게 ‘소수정예’라는 전문직의 자긍심을 갖게 했다. 여기서 한꺼번에 2천명을 늘린다면 이들을 ‘소수정예’로 길러내기 힘들게 하므로 앞선 ‘소수정예’들의 자긍심에 정면으로 똥물을 끼얹는 일 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특히 1년만 2000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매년 3천명이 배출되던 의대 졸업생이 5천명씩 계속 나온다면 현재의 수련병원 규모와 시스템이 감당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의대 정원을 300~500명 정도로 어느 정도 늘리는 것에 상당수 의사들이 찬성하지만 2000명이라는 숫자에 질색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그래서 이번 사태로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이 확고하다는 의지도 확인했으니 2천 명에 못을 박을 것이 아니라 유연한 대화모드로 간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이 2000명 사수를 강조하면서 의사들의 굴복을 바란다면 이는 결국 파국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입장이다. 지금 전공의들의 사직/의대생 유급/교수의 사직은 권력자에 맞서 한국 의료를 '정상적으로' 지키려는 전문직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최후의 선택이란 것이다. 힘이 없는 국가가 강대국의 침략에 직면하면 게릴라전과 청야 전술 밖에 없는데 지금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의 전략이 청야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청야 전술(淸野 戰術)이란 주변에 적이 사용할 만한 모든 군수물자와 식량 등을 없애 적군을 지치게 만드는 전술로 방어측이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초토화 전술이다. 현재 전공의들은 정부의 공격에 집단시위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냥 자발적 ‘항복’술을 펴고 있다. 이들은 이 상태로 의대생 수가 한꺼번이 70%가 늘어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숫자가 치고 올라온다면 이 직역으로 밥벌이도 힘들고 의사로서의 자존감도 얻을 수 없으므로 더 젊을 때 의사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포기’에 의한 ‘항복’술이 개별적 사직서와 개별적 휴학계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제자들의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의대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이란 ‘청야 전술’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의 이 청야 전술을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특히 4.10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은 앞서 지지율에서 일정한 혜택을 봤다고 대통령이나 여권이 판단하고 있으므로 집권층은 2천명 증원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있다. ‘물러나면 지는 것’이란 이데올로기, ‘지면 끝장’이라는 다급함, 이런 것들이 대통령도 여권 정치권도 공유하는 입장이므로 의사들의 청야 전술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윤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국은 흐르지 않고 있다. 오르던 지지율은 하강곡선으로 돌아섰으며 여권에서 한동훈 한계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즉 의대생 증원을 두고 대립했던 의사들과의 전투로 올라갈 지지율은 이미 천정을 쳤다고 볼 수 있다. 의료현장의 파국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느끼면서 의사들을 향했던 국민들의 불만이 ‘정부도 양보하라’는 양비론으로 점차 흐르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받으면 진다는 고집은 천정을 친 지지율이 꺾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직면한다. 실제로 유급/면허정지 사태가 벌어지면 의대교수들 사직행렬이 이어지면서 종합병원 대학병원 외래 예약자들까지 외래진료가 멈추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중증 장기 외래환자들의 투약을 위한 처방전 발행까지 중단된다면 이들 환자들의 원망은 정부로 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전환시킬 카드가 사실상 없다. 양비론은 결국 협상안을 의사 단체가 냈음에도 물러나지 않고 고집을 세우는 대통령에게 더 비판이 몰릴 것이므로 총선 판도에서 여권은 더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 즉 아무 대책도 없이 고집으로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려는 모습은 독재자라는 야권의 비난을 국민들이 동조하게 되면서 역풍이 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의사들이 윤 대통령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2000명 증원은 현실이 될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 결과로 윤 대통령과 그 정부는 풀포기 하나 없이 허허벌판으로 전락한 한국 의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이들은 빼놓지 않는다. ▲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2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이 앞으로 모든 책임은 정부가 진다고 했으나 막상 의사들의 ‘청야 전술’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이들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은 사퇴 이외에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사퇴가 망가진 의료현장을 정상화로 되돌릴 수 없다. 교수들까지 의법조치하겠다는 정부, 법을 어긴다고 판단하면 누구라도 엄벌에 처한다는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때는 “그런 이유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려 하겠냐”고 했다는 말이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을 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떨어지는 마당에 절대로 물러날 수 없는 윤 대통령에게는 출구전략이 안 보인다. 스탈린그라드 작전 3일 만에 소련군은 26,000명이 전사하고 동원한 전차의 절반을 상실했다. 잠시의 이 승리로 독일군은 곧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할 것 같았다. 하지만 소련이 100만 명의 희생자를 감당하면서 3개월을 버티자 전쟁이 길어졌고 독일 제6군은 마지막 그날까지 무려 90개가 넘는 소련군 제대들을 스탈린그라드에 묶어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으나 스스로도 지옥을 경험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이 전투로 독일은 동부전선 전체에서 가장 전투 경험이 많은 제6군을 잃게 되면서 1942년 이래 주전선이 된 남부집단군의 차후 공세 진행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1943년 새해, 독일 제6군 사령부의 병사들은 사령부 벽에 “우리는 집에 가고 싶다”, “히틀러는 지옥에나 가라”라는 낙서를 그렸다. 그리고 히틀러는 끝내 지옥으로 갔다. 결론을 말하면 이 전투에서 패한 히틀러는 결국 2차대전 패전국 수장이 되었으며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 국민은 이런 새드엔딩을 원치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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