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며 구명조끼 입은 청년들이 대통령실 앞에 모인 이유
청년들 “특검 거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거부한다”
- 이승훈 기자 lsh@vop.co.kr
- 발행 2024-05-13 21:47:17

오는 7월 19일이면 채 상병이 숨진 지 1년이 된다. 1년은 통신기록 보존기간이기도 하다. 검사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1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청년·대학생 집회에서 “수사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통화기록이다. 누군가와 공모하여 범죄를 모의했다면 통화로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사에서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것은 통화기록이다. 그걸 수사하는 사람들은 너무 잘 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수사에서 가장 핵심인 통신기록이 지워진다면, 이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의 진실은 영영 묻힐 수 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 구명조끼를 입은 청년 90여명이 모인 이유다.
지난 9일 “법정 통신자료 보존 시한이 1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날 집회를 제안한 손솔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집회에서 “구명조끼는 구명조끼 없이 수색작업을 했던 채 상병을 애도하고, 구명조끼 하나 입히지 않았던 국가에 책임을 묻기 위한 상징”이자 “행동으로 특검을 통과시켜 진실을 구해내자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부권은 절대 안 된다는 청년의 분노를 용산 대통령실에 분명히 전달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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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윤석열 정부를 거부한다
“윤 대통령, ‘청년 폭망 사회’ 만들고 있다”
“지금처럼 청년 죽음 방치하면, 거부당할 것”
“데려갈 땐 국가의 아들, 책임질 땐 누구세요”
20~3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피켓에 구호를 적어 대통령을 향해 들었다. 저마다의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혔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거부한다!”
“젊은이가 이렇게 죽어가는데 애는 왜 낳으라는 건가”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대통령 국민이 거부합니다. 채 상병 특검 진행하고 진상을 밝히십시오”
“청년이 죽지 않는 나라로”
“구명조끼 하나만 입혔어도”
“이러는데 군대 가고 싶겠습니까?”


또 참가자들은 대통령실을 향해 “채 상병 진상규명”, “박정훈 대령 명예회복”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해병대 예비역들이 집회·행진할 때 외쳤던 구호다.
집회에 참여한 해군 예비역 황진서 씨는 “우리나라 국민 중 자신이 군인이었거나 군인의 친구, 가족, 부모였던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채 해병’(해병대끼리는 보통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 해병’이라고 부른다) 특검을 거부한다면, 우리나라의 대다수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하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득현 경기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위원회 간사도 집회에 참여했다. 배 간사는 최근 숨진 채 발견된 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를 언급하며 “제도 미비로 수많은 청년이 죽어 나가는데, 몇 년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모든 할 일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항 속에 물고기가 죽는데, 물고기가 왜 알을 낳지 않는지 묻는다”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청년의 죽음을 방치하고 외면한다면, 청년들에게 외면당할 것이고, 거부한다면 거부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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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과 한 살 차이라는 신수연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꽃다운 나이의 청년에게 국가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정부가 나서서 사고를 숨기고, 서류를 빼돌리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청년이 숨진 사고만 은폐하려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자격증 지원금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1년에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200만원까지 사용한다. 모두가 지원금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정부는) 예산 5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청년 폭망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외대 학생 장유진 씨는 “이 사건 후 곧 군대 갈 제 동생에게도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채 상병이 왜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작업에 동원됐는지, 그걸 지시한 사람은 누군지, 왜 누가 덮으려 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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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부 대표는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청년에게 국가가 보여준 것은 외면”이라며 “적어도 청년 가족에는 명쾌한 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명령했는지, 수사에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얘기했다. 기억한다면, 채 상병 특검을 떳떳하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채 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대학생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손 전 대변인은 “거부권이 행사되면, 당일 저녁 6시 대통령실 앞에서 다시 집회를 개최할 것”이고 “대학생들은 14일부터 대학가에 채 상병 특검 통과를 위한 대자보를 부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청년·대학생 연석회의 구성에 참여한 청년 단체들은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경북대 오버더블랭크, 진보대학생넷,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청년진보당, 한국청년연대, 행동하는경기대학생연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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