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킹’과 ‘거리 공연’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215] ‘버스킹’과 ‘거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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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느 신문을 보든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로 ‘버스킹’이라는 게 있다. 영어가 우리나라에 와서 너무 고생하는 것 같다. 원래 버스킹이라는 단어는 ‘공공 장소에서 연주를 하며 행인에게 돈을 구걸하는 뜨내기 악사의 연주 행위’를 의미한다. 서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주 행태를 말하는데 거리에서 모자를 벗어 놓거나 깡통을 놓고 연주하면 행인이 돈을 넣어주는 일종의 구걸 행위다.
버스킹이라는 단어 안에 ‘공연’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버스킹 공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마치 ‘역전 앞’처럼 같은 말을 두 번 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버스킹’은 거의 대부분이 무료 공연이다. 유명인이 하기도 하고, 방송사에서 주관하기도 하고, 관에서 유명인을 유치하여 공연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관이나 방송사에서 주도하는 ‘프로그램’일 뿐이지 명실상부한 버스킹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버스킹에 대한 우리말 규범 표기는 아직 없다. 돈을 벌 목적으로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뜨내기 연주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하는 공연은 ‘거리 공연’이라고 하면 된다. 굳이 버스킹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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