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지도자 아닌 다수결로 정하는 개코원숭이

어디로 갈까, 지도자 아닌 다수결로 정하는 개코원숭이

조홍섭 2015. 06. 19
조회수 1436 추천수 0
100마리 올리브개코원숭이 무리가 흩어지지 않는 비결은 '발 다수결'
"지도자 지휘보다 평등한 규칙 따르는 쪽이 갈등 줄여 진화적 이득"

baboon_ROB NELSON2.jpg» 올리브개코원숭이 무리.최고 100마리까지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먹이를 찾지만 무리가 흩어지지 않는 비결은 다수결이다. 사진=ROB NELSON

올리브개코원숭이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개코원숭이로, 다수의 암컷과 수컷 몇 마리로 안정된 집단을 이룬다. 100마리에 이르는 무리를 형성해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다양하고 멀리 퍼져 있는 먹이를 구한다.
 
그런데 이 원숭이들은 어떻게 흩어지지 않은 채 무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누가 어떻게 무리의 이동을 결정하는지를 알려면 수많은 원숭이의 움직임을 동시에 관찰해야 해 지금까지는 연구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성능이 향상된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해 국제 연구자들이 케냐 음팔라 연구센터에서 올리브원숭이 25마리에 위성위치추적(GPS) 장치를 부착해 이들의 움직임을 동시에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두 주일 동안 원숭이 무리의 위치 정보를 초 단위로 기록한 2000만개의 지피에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과학저널 <사이언스> 19일치에 실렸다.

baboon_Rob Nelson3.jpg» 연구진이 케냐 현지 연구센터에서 개코원숭이에 부착할 위성추적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ROB NELSON
 
올리브개코원숭이는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먹이를 먹거나 짝짓기는 우두머리가 독차지한다. 당연히 이동에 관한 결정도 우두머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달랐다. 이 원숭이들은 놀랍게도 매우 민주적으로 어디로 갈지를 결정했다. 지도자가 아니라 각 개별 원숭이가 무리를 이끌었다.

baboon1.jpg» 개코원숭이가 이동하는 모습을 케냐 원주민이 바라보고 있다. 누가 먼저 어느 쪽으로 무리를 이끄는지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ROB NELSON
 
원숭이들은 물고기, 새, 곤충 무리가 움직일 때처럼 아주 단순한 원칙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은 매우 단순했다. 원숭이 한 마리가 무리에서 벗어났을 때 옆에 있는 원숭이는 이 원숭이를 따라간다. 만일 따라가지 않는다면 첫째 원숭이가 무리로 돌아온다.
 
이런 상호작용이 누적되어 무리의 이동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는 다수결이다. 무리의 다수가 가는 길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무리가 두 방향으로 나뉘어, 마치 집단의 의견이 둘로 나뉜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연구자들은 2가지 대응책을 발견했다.

baboon.jpg» 무리가 둘로 나뉘었을 때 각 개코원숭이가 정하는 이동 방향. 그림=스트란부르크-세쉬킨 외, <사이언스>
 
먼저, 둘로 나뉜 무리가 너무 벌어지지 않을 때는 두 무리 사이로 경로를 잡는 타협책을 택한다. 그러나 두 무리가 90도 이상의 각도로 벌어진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 결과는 다수가 있는 쪽으로 무리가 다시 모인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복잡하고 계층화된 사회에서도 단순한 규칙에 기반한 민주적인 집단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을 올리브개코원숭이 연구에서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는 보도자료에서 “이 연구는 단순하고 평등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진화적 이득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위성추적기술 발달로) 10년 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연구가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riana Strandburg-Peshkin et. al., Shared decision-making drives collective movement in wild baboons, Science, 19 June 2015, Vol 348 Issue 6241, pp. 1358~1361.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a509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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