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무조건 대화하고 미국을 강력 견인하라”

<미니인터뷰>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정성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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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2  10: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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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31일 대북 한미합동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실시되는 중에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매일 낮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전쟁연습 중단, 평화협상 결단'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을지연습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5시 1인 시위를 진행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시스템이 붕괴되어 스스로 아무 결정도 못하는 미국의 트럼프정부보다 한국의 문재인정부에게 훨씬 할 말이 많다"면서 "촛불항쟁으로 등장한 정부답게 선도적으로 주도적으로 대북 대미 대중 관계를 추진하여 북과 무조건 대화하고 미국을 강력히 견인하라"고 절절히 호소했다.

  
▲ 을지연습 마지막 날인 31일 1인 시위를 진행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이 이사장은  "문재인정부는 촛불항쟁으로 등장한 정부답게 선도적으로 주도적으로 대북 대미 대중 관계를 추진하여 북과 무조건 대화하고 미국을 강력히 견인하라"고 절절히 호소했다.[사진-정성희]
□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장 : 31일 을지연습이 종료되지만, 이 땅의 전쟁위기는 가시지 않고 대결에서 대화로 국면이 전환되지 않고 있습니다.
■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 트럼프는 깡패 짓을 그만하고 인류애의 관점, 평화의 입장에서 초강대국의 대통령답게 처신하고, 자숙하며 공부 좀 하기를 촉구합니다.
□ 정성희 : 미 본토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미국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면 트럼프가 국내 정치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이래경 : 미국 싱크탱크에 지인들이 있는데, 그 분들의 조언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다는 것은 아무런 정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져서 작동하지 않으니, 미국을 바라보지 말고 한국정부가 촛불항쟁으로 등장한 정부답게 스스로 자기 민족, 자기 역사, 자기 주권을 찾아서 대북 대미 대중 관계를 추진하면 미국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트럼프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훨씬 할 말이 많습니다. 을지연습 중에 미군 사령관들이 방한하여 8월 말까지 성주에 사드배치를 완료해달라고 주문하자 청와대가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 하더라고요. 얼마나 창피하고 수치스런 정부입니까?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인데...
□ 정성희 : 오늘의 한반도 전쟁위기 배경부터 말씀해주시지요.
■ 이래경 : 북핵문제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남한과 북한이 유엔 동시 가입을 하게 됐어요. 그 전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로 나올 때마다 4자 교차승인을 끊임없이 주장한 바 있지요. 그게 현실화된 거지요. 남한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하니까 일본이 식민지 배상금까지 준비하며 북일 수교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미국이 방해했어요. 북의 김일성 주석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국교를 정상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아버지 부시는 북한이 5년 이내 무너진다며 야멸차고 경멸스럽게 거절했습니다. 이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시작하게 한 출발점입니다.
1993~4년 북핵문제로 영변폭격 검토 등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제네바합의를 통해 경수로 가동 중단의 대가로 북미관계 정상화와 매년 중유 제공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2가지 다 안 지켰지요.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하니까 미국이 이를 막기 위해 6자 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채택하고도 또 깨버렸지요. 이후에도 이런 현상이 반복되니까 북이 마침내 2006년 1차 핵실험까지 간 겁니다.  
특히 리비아가 핵개발을 중단했는데도 미국이 애초 약속을 깨고 NATO를 동원하여 초토화시키고 가다피를 처참하게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충격과 교훈을 받은 것이지요. '아, 이제 핵-미사일 밖에 우리를 지켜줄 게 없구나'라고 결심하게 된 것이죠. 지금이라도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면 북한은 핵 동결이나 비확산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중국 견제 핑계꺼리, '북핵' '북한' 악용 미련 못 버려
□ 정성희 : 그런데 미국이 결단을 못 내리고 시간을 계속 끌고 있습니다.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고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은 불가하고 대북제재는 큰 효과도 없는데 말입니다. 평화협정과 북미수교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유지를 방해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지요?
■ 이래경 : 미국 내 여러 의견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매파는 여전히 '북한은 악의 축'이고 '붕괴될 나라'라는 입장을 수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적을 만들어야 유지되는 보수우익들의 국내 정치적 필요도 있는데, 더 큰 이유는 대국굴기의 중국을 견제하는 데 북핵에서 핑계꺼리를 찾고 북한을 희생양으로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어요. 북한이 이렇게 빠르게 핵을 개발하고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 미사일을 만들지는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다. 여기에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 미국의 하위 파트너인 일본도 현재 아베 자민당 우익정부이기에 미국과 완전히 한 배를 타고 있어요. 미국은 대중국 견제 전략 차원의 공고한 미일한 동맹을 위해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종용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자마자 한국에 사드 알박기를 했어요. 사드체계의 탐지기능은 군사정보 공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까요. 한국은 미일동맹의 종속적 파트너일 뿐입니다. 한반도를 전쟁터로 삼아 한국의 사람과 물자, 정보를 이용하여 저들의 패권 유지 강화를 실현하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은 현실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민족 감정으로 볼 때, 도저히 용납될 수 없습니다.            
 
□ 정성희 : 낙관론자들은 '미국이 다른 방법이 없기에 향후 2~3년 안에 북핵 비확산과 평화협정의 빅딜이 이뤄지지 않겠느냐', 비관론자들은 '세계 패권국이 쉽게 양보하느냐, 또 시간을 끌며 또 북한 붕괴를 기다릴 것이다'고 하는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이래경 : 부시, 오바마, 트럼프의 미국에 기존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시스템이 붕괴되었어요. 내부의 정치적 요인이 복잡하고 군수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대북 전략 수정과 관련하여 미국 스스로 그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강조합니다만, 한국의 문재인정부가 주도성을 갖고 미국을 견인해야 합니다.
시스템 붕괴 트럼프, 결단 못 내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정부, 주도성 갖고 평화협정 북미수교 설득하라

한국이 전쟁과 평화의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는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정부이거든요. 문재인정부의 발언과 정책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파장을 미치고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반도 대결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쪽은 미국이나 트럼프가 아니고 한국과 문재인 입니다. 한국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미국을 강력히 설득하여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성희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가 말로는 대화와 평화를, 행동은 제재와 압박에 가 있는데, 도대체 왜 저러는지 촛불시민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참모들이 문제다, 대통령 자신 철학의 한계다, 보수지지층 이탈-국내 개혁 방해 우려를 포함한 국정운영 전략과 경로에 대한 심각한 오판 등...
■ 이래경 :말씀하신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보탤 것이 없지만,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정보 최고책임자들이 다른 대안은 없다, 북핵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북이 자위적으로 생존을 위해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만이 새로운 협상과 시나리오가 나온다고 미국의 가장 전문적인 정책입안자들이 주장하고 러시아도 똑같은 입장을 성명을 통해 내놓고 있어요.
이제는 북 비핵화를 전제로 할 게 아니라 생존과 안위를 위한 북 핵을 '사실상 인정'해놓고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됩니다. 북핵 인정 이후 그 자위적 수준의 북핵이 더 이상 나가지 못하게 통제, 관리하는 의제가 논의되어야지요. 그런데 트럼프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에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를 추가하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뒤에서 칼을 들이대며 회의장에 나와라? 북한을 그렇게 모릅니까?
북한의 '고난의 행군'이 끝날 무렵, 제가 미국 콜롬비아대학 구내에서 북한 참사를 만난 적이 있어요. 당시 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했는데, 그 참사관이 "우리 인민들을 위해 이렇게 지원해주어 대단히 감사하다"면서 "그러나 이를 핑계로 공화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굴욕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차라리 안 받고 굶어죽겠다"는 거예요. 이게 북한입니다. 지금도 똑 같지요. 제재와 압박으로 대화를 강요하면 핵-미사일 시험을 계속할겁니다.
  
칼을 들이대며 회담장에 나와라?
문재인정부, 최대의 압박이 아니라 최대의 개입으로  

     
문재인정부가 지금 해야 할 정책 기조가 무엇이어야 합니까? 문 대통령이 일본 아베와 통화하면서 극한까지 압박해야 한다고요? 이렇게 몰상식한 발언이 어디 있습니까? 문재인정부는 최대의 압박이 아니라 최대의 개입을 해야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포용정책, 무조건적 대화를 제안해야지요, 이를 위해 개성공단 재개하고 금강산도 다시 열고 한미군사연습 중단하고 대북 특사를 파견하여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야지요. 유인 납치한 북한식당 여종업원 12명, 무조건 북쪽으로 보내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불신을 씻고 대화의 장이 열리지요.
청와대와 정부 참모들의 문제도 맞는 지적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습니까? 그런 경험이 풍부한 수많은 인사들이 지금 문 대통령 바로 옆에 단 1명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무슨 이런 경우가 있어요? 문재인 옆에는 이른바 종미라인, 외무부 출신의 친미라인이 꽉 차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조국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대미 대북 대중국 등 대외정책을 주도하고 있으니 제대로 되겠어요? 문재인정부의 외교정책의 대원칙은 민족우선 국익우선, 주권회복, 자주국방이어야 합니다. 이런 대원칙 하에서 한미동맹을 위치 지워야 합니다. 사드배치 문제도 마찬가지이죠.
□ 정성희 : 사드배치 중국 보복,  전쟁위기 고조에 따른 외국자본 탈출 등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자칫 평화도 경제도 다 놓칠 우려는 없습니까?
■ 이래경 : 산업 금융 노동 등 경제정책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을 압도합니다. 우리에게 중국이 너무 중요해요. 여기에 사드배치 문제가 걸려 있는데, 단순한 사드 자체 문제가 아닙니다.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의 명백한 대중국 봉쇄전략이고 사드의 대중국 첨병역할 때문에 중국은 절대로 용인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에 내년부터 미 핵잠수함이 들어오고 미 스텔스 이지스 구축함의 모항으로 삼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여기에다가 확장 이전되는 최대 규모의 평택 미군기지가 있어요. 중국 입장에서는 사드 한국배치를 미국 케네디 대통령 시기 소련의 쿠바 미사일기지 설치 기도와 같은 것으로 보지 않겠어요.
때문에 문재인정부는 미국에게 여러 이유로 사드를 철수합시다, 중국에게는 여건을 조성하여 단계적으로 사드 철수하겠다고 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중국이 절대 물러서지 않고 압력을 더욱 강화하여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면 문재인정부는 민생개혁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양쪽으로부터 공격받을 위험이 있어요.
문재인 잘못하면, 평화와 경제 모두 놓친다
□ 정성희 : 만일 한반도 평화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남북관계가 빠르게 발전되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 이래경 : 먼저 한반도 평화와 핵 문제의 해법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첫째 단계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니 평화니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요. 둘째 단계는 북 핵 동결 또는 비확산을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미 군사작전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합니다. 셋째 단계는 점진적인 핵 감축을 위해 상호 신뢰관계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미관계를 비롯하여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남한정부의 지원역할이 대단히 중요하지요. 마지막 넷째 단계는 북한이 '이제 됐다' 안심하고 핵을 해체하는 것인데, 장기적 과제이고 차분하게 기다려야 주어야지요.
자,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가 실현되는 과정이 남한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우선 우리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전후방 파급효과를 가진 에너지문제가 해결됩니다. 고리 5호 6호를 가동하냐 마냐 검토 중인데,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를 줄여도 우리가 수백 년을 사용할 시베리아 천연가스, 무궁무진한 몽골 풍력-햇볕 전력을 가져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난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에 매장되어 있는 비철, 희토류 등 광물을 우리 산업에 결합시키면 이 또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다양하고 전면적인 남북경제협력으로 공생 공영할 수 있지요. 남북경협에서 조심할 것은, 남의 자본을 투자하고 북의 노동자를 고용하여 임가공을 한다? 안 됩니다. 합작 형태로 그 성과를 남북이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남과 북을 자본과 노동의 관계로 접근해서는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촛불이 문재인에게 ; 조건 없는 남북대화, 한반도평화 실현의 주도적 역할을! 
□ 정성희 : 촛불시민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십시오.
■ 이래경 : 촛불시민들이 지금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과 태도를 보면서 매우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문재인정부가 성공해야 하는데, 잘 하는 분야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서 이렇게 못 풀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이지요. 80%  지지 국민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국민들이 촛불의 마음으로 문재인정부에게 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조건 없는 남북대화, 평화-핵 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하라고, 사드를 내보내는 출구전략과 시나리오 만들라고 말입니다. 자주외교 자주국방을 분명히 하고 대북 억지력으로서의 주한미군을 동아시아 평화유지 지역안보군의 일원으로 성격을 바꾸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주도적으로 주한미군의 성격 변경을 요구하고 실현하면 사드 배치가 전혀 필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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