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무릎 사과’ 다음날 특위 띄운 통합당 “친호남 정당으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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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인사 비례대표 당선권 배치 등 추진...민주당 “김종인 사과 진정성 담았다면 ‘5·18 3법’ 당론 채택부터”

미래통합당이 20일 호남을 ‘냉대’하던 정당에서 ‘환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직속으로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김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해 5·18 묘역 앞에서 무릎 꿇고 당의 과오를 사죄한 지 하루만이다.
최근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 소폭 상승을 맛본 통합당은 김 위원장의 ‘광주행’과 당 구성원들의 전북 남원, 전남 구례 수해 피해지역 봉사활동, 정강·정책 내 ‘5·18 정신’ 계승 행보에 이어 ‘호남 구애’ 기세를 적극 굳히겠다는 기조이다.
국민통합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통합당 정운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의 뜻을 이어 5·18 정신을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승화시키겠다”며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 있게 호남민들에게 다가가겠다. 호남에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이겠다”며 “특위는 제1의 과제로 동서화합, 지역주의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전북 전주을이 지역구였던 정 의원은 보수 정당에서 호남에 지역구를 두었던 ‘드문’ 의원 중 한 명이다.
국민통합특위는 앞으로 실행할 주요 과제로 ‘호남에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실시하고, ‘호남 지역 인사를 비례대표 당선권에 우선 추천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호남에 제2의 지역구를 두는 것은 통합당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실행한다. 각 의원들을 호남지역 전체 41개 지자체, 28개 지역구에 ‘명예의원’으로 위촉하는 방식이다.
통합당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에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애초에 후보도 호남의 28개 지역구 중 12곳에만 냈다. 정 위원장은 제2 지역구 배정 취지를 살려 “영남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 위원장은 “각 의원들이 해당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중점추진 예산과 법안, 지역 현안 사업 해결을 위한 소통창구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추이를 고려해 지역 방문 계획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발목 잡는 정당이 아니라 호남민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정책을 민생현장으로 찾아가 직접 듣고 해결하는 ‘비호남 정당’에서 ‘친호남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벌써 여러 의원들이 연고가 있거나 관심 있는 지자체를 (제2 지역구로) 신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특위는 국회 통합 차원에서 여야가 함께하는 의원 연구단체인 ‘국민통합포럼’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영·호남 공동사업을 발굴·추진해 국회 내 지역갈등부터 해소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특위가 추진하는 ‘호남지역 인사 비례대표 우선추천제’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권 20위 이내에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 위원장은 “당헌·당규에 (제도를) 명문화해 지역주의 극복에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한 특위는 앞으로 5·18 유공자 단체들과 계속 소통하고 논의하며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차원에서 5·18 유공자에게 일시적인 보상금이 아닌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직 조직 구성이 미완 상태인 특위는 영·호남 지역 원내·외 인사를 두루 고려해 위원 구성을 완료하고 이후 활동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특위 활동과 관련 당내 반발 가능성에 대해 “여러 의원들한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견을 설득하며 국민통합의 새로운 디딤돌을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호남지역 인사를 비례대표 당선 상위권에 배치하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의원총회나 개별적으로는 (의원들에게) 다 말했고 그만큼 공감을 줬다”며 “당헌·당규 (명문화를 위해) 의원 한 분 한 분 동의를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호남’ 기세 오른 통합당, 중요한 건 ‘진정성’ 유지
민주당 “통합당, ‘5·18 3법’ 당론으로 채택해야”
김종인 위원장의 광주 방문 이후 통합당 내에서는 ‘친호남 인사’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 위원장도 이날 진행된 비대위 회의에서 전날 광주 방문 소감을 언급한 뒤 당의 친호남 걸음에 거듭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보여드린 모습은 역사의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 시대정신에 부흥하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정치적 유불리의 계산을 떠나서 통합당이 5·18 관련 광주 시민들이나 전남 도민들께 하는 노력을 환영하고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정치적 계산으로 비판하거나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통합당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의 행보에 지지를 표한 뒤 “부산시당은 당원들이 또다시 5·18 정신을 훼손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5·18이 폭동이니’ 또는 ‘북한군이 개입했다느니’ 등 5·18 폄하 망언을 하거나 호남 차별 발언을 하는 당원들에게는 절대 불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5·18 민주항쟁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당원이 있다면 무조건 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통합당의 이러한 ‘친호남’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남아있다. 그동안 공직 선거 전·후 혹은 당 개혁 과정에서도 통합당이 호남 지역구에 일시적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비췄던 만큼, 통합당이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앞으로 의미 있는 후속 행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동안 그릇된 역사관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왜곡해온 통합당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현재 국회에서는 ‘5·18 역사 왜곡 처벌법’, ‘5·18 공법단체 설립법’, ‘5·18 유공자 예우 및 보상법’ 등 5·18 3법을 추진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5·18을 폄훼해온 망언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을 비롯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합당의 반대로 무산된 법들도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40년이 지난 아직까지 5·18 관련 법안들이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김 위원장이 어제 사과에 진정성을 담았다면 통합당이 반대해왔던 ‘5·18 3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무릎 사과를 긍정적인 신호로 생각하고 싶다. 만시지탄이지만 통합당의 진정한 역사 인식과 인권 감수성 회복을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통합당에 후속 실천 방안으로 ‘망언 정치인 제명 등 당 차원의 집단적인 성찰 의지를 보여줄 것’, ‘5·18 3법을 포함한 진상 규명에 앞장설 것’,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하는 것을 동의할 것’ 등을 함께 촉구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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