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68) 무녀리 … 여러 마리 새끼 중 가장 먼저 나온 새끼

 [바른 우리말 산책] (68) 무녀리 … 여러 마리 새끼 중 가장 먼저 나온 새끼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2.01.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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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리는 말과 행동이 덜떨어진 못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말이나 행동이 좀 모자란 듯이 보이는 사람을 ‘무녀리’라고 한다. 그런데 무녀리는 돼지, 개 등 한 태에서 여러 마리를 낳은 새끼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새끼를 말한다. 어원을 ‘門+열(開)+이(접사)’로 보아 ‘門열이’가 ‘무녀리’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제일 먼저 나온 새끼는 다른 새끼들에 비해 유난히 비실비실하고 몸이 허약하다는 데에서 유래하여, 좀 모자라는 듯한 사람을 비유할 때 ‘무녀리’라는 말을 쓰게 됐다고 한다.

옛날 얘기인데 제비는 새끼를 많이 낳는다. 그러면 가뜩이나 옹색한 집에 새끼는 많고 복잡해서 같은 둥지에서 살 수가 없으므로 새끼들 중 부실한 무녀리를 떨어뜨리는 용단을 내렸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새끼들까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더욱 힘들었기 때문이다. 옛 이야기지만 다른 새끼를 위해 무녀리 제비가 희생된다는 말은 간혹 들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흔히 어렵더라도 그냥 키울 것이지 무정한 어미라고 했다가 비록 제비지만 오죽했으면 힘들여 낳은 새끼를 죽이고 노심초사했을 제비의 아프고 짠한 마음도 헤아려 본다.

우리 인간은 한 태에서 여럿이 태어나지는 않지만 예로부터 큰 아들, 큰 딸은 무녀리 자식이라고 사랑을 받아왔다. 모정에도 명분과 용단은 필요했겠지만 끊어지지 않게 이어주는 것은 똑같이 깨물어도 더 아픈 게 있다는 무녀리 자식 사랑이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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