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거탈’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21] ‘거미’와 ‘거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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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정겨운 우리말을 연재한다. 우리가 흔히 잘못 알기 쉬운 우리말 중에 ‘거미’가 있다. 곤충을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나 ‘땅거미’를 생각하면 새로운 의미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 것이다. ‘거미’는 ‘조금 어둑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예문으로 “벌써 저녁 거미가 내린 지 오래되어 길 건너 먼 산자락에선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김주영 ‘천둥소리’)가 있다.
‘거붓하다’는 ‘조금 가벼운 듯하다’는 말이다. 예문으로 “보기에는 거붓한 짐이었으나 들어 보니 꽤 무거웠다”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거탈’은 ‘실상이 아닌, 겉으로만 드러난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흔히 외모만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외모와 비견할 수 있다. 예문으로는 “태호의 거탈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야” 같은 것이 있다.
‘건건이’는 ‘변변찮은 반찬’을 이르는 말이다. 충청도 사람인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 어린 시절엔 반찬이라는 보통명사로 썼다. “그때 우리는 건건이 하나 겨우 차려 놓고 밥을 먹었어”와 같이 쓴다. 참으로 정겨운 우리말들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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