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문화 재정은 차은택 작품?

대통령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 중 ‘문화 재정의 문제’
▲ 2017년 예산 [이미지 출처 :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막중한 책임감? 
어제 대통령은 국회에서 2017년 예산안과 관련해서 시정연설을 했다. “정부는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막중한 책임감으로 나라살림 계획을 수립해 왔으며, 그 혜택을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려드리기 위해 온힘을 쏟아왔습니다”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왠지 문화 재정에 대한 설명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었다. 문화 재정은 최초로 7조를 돌파했고 정부 재정의 1.7%에까지 이르러 선진국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런 대통령 연설에 언급된 문화재정에 대한 설명은 묘하게 ‘차은택’이라는 소위 ‘문화계 황태자’를 연상케 했다. 특히 지난 6월까지 창조경제추진단의 민간분야 단장인 ‘차은택’의 주도로 예산이 짜여 졌다는 우려와 의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대통령은 연설 초기에 ‘창조경제의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시작했다.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벤처 투자의 지역거점’ 기능을 넘어, “창업·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라며 창조경제추진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차은택’은 지난 6월 현재의 ’박명성‘단장으로 바뀌기 전까지 단장 역할을 했다.
창조경제추진단은 대통령의 말처럼 국가운영의 핵심적인 기구이다. 문화 재정의 편성에 역시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구조에 대한 설명 도표를 보면 2016년 5월까지 부처가 예산을 편성해서 기획재정부로 넘기게 돼있다. 결국 현재 문화 재정의 편성에서 역할을 한 것은 ’박명성‘ 단장이 아니라 ’차은택‘ 단장이다.
▲ 예산흐름도 [이미지 출처 :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차은택의 그림자
대통령은 “국정의 또 다른 축인 ‘문화융성’은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한류를 비롯한 우리 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이끌면서 우리 경제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며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 재정을 편성했음을 밝히고 있다. ‘차은택’과 ‘박명성’은 알려진 대로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이를 바탕으로 편성했다는 주요한 내용이 과연 필요한 사업인지, ‘문화융성’을 위한 사업인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 대통령은 문화창조융합벨트를 ‘기획-제작-소비-재투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산업에 문화의 옷을 입혀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자찬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창조경제추진단의 설명에 따른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문화 콘텐츠와 디지털 문화가 만나는 공급과 수요가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새로운 융복합 문화 콘텐츠의 기획, 제작, 소비, 산업화에 이르는 선순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자생적인 창작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창조경제를 선도하고 문화융성을 이끌어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 이 설명을 문화정책분야에 20년을 몸담은 필자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온전히 순기능이라고는 공간을 싸게 빌려준다는 것이다. 
▲ 문화창조융합벨트 모형도[이미지 출처 : Cel 창조경제추진단 홈페이지]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의미하는 위의 그림을 이해 할 수 없다. 문화가 공장의 생산품으로 전락하는 구조를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문화융성’을 공장에서 찍어낼 수는 없다. 실제 creative economy leader & cultural enrichment leader의 약자인 cel을 통해 시행되는 공모사업은 그 역할과 사업의 내용이 과연 문화콘텐츠산업의 육성에 연결이 되는지 궁금하다.
현재 정부 공모사업의 특성은 ‘사전 공모’가 가능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올해 시행한 다양한 cel의 공모사업들은 급하게 성과를 남기기 위한 사업이라는 평가다. VR(실감영상), AR(가상현실) 등의 신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을 인위적으로 의도해, 한국형 ‘포켓몬 GO’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포켓몬’의 성과는 원안인 애니메이션의 오랜 투자와 팬의 확보에서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갑자기 한국형 캐릭터가 생명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없던 공연시장이 기술과 결합해서 생길 수 없다. 공연시장을 살리려면 소극장부터 우선 설려야 한다.
‘창조경제’라는 사기
창조경제추진단은 거대한 ‘대국민 사기’이다. 창조경제는 영국으로부터 유래한다. 창조경제는 영국의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예술위원회 제도와 팔길이 정책’이 기반이다. 정부가 어느 날 관심을 가지면 살아나는 것이 ‘문화융성’은 아닌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말한 “우리나라는 ICT 강국이자 훌륭한 문화콘텐츠를 갖추고 있어서, 문화융성’을 통해 문화와 산업을 창의적으로 융합해 나가면 지금껏 없었던 신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는 희망 섞인 사기에 불과하다.
4년간의 창조경제 성과가 아직도 소위 ‘개혁경제입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는 ‘대통령의 불만’이 이를 반증한다. 창조경제는 ‘예술’이 기반이다. ‘문화콘텐츠’는 공장 제품이 아니라 예술가의 창작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시인이나 소설가의 연봉이 몇 백만 원도 안 되는 나라에서 이야기 산업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내년에는 K-pop 공연을 상시로 관람할 수 있는 K-pop 아레나(송파)와 첨단문화 콤플렉스인 K-culture Valley(고양)를 조성하여,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주요 인프라 구축을 단계적으로 완료할 것입니다”라며 한류 육성에 정부가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류’는 이미 그 영향력을 잃어 가고 있다.
▲ 2017년 문화 재정 [이미지 출처 : 문화부 홈페이지]
특히 대중음악의 경우 실질적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국내 음악산업의 토양조차 대기업 통신사 위주의 음원정책 허용으로 망가져 있는데 아이러니하게 ‘한류’라는 이름으로 성장 동력화 하자고 하는 것은 사기이다. 
애플의 ‘아이튠’이 도입되지 않는 나라가 한국이다. 음원 수익 분배의 불공정국가이다. 한류의 대표적인 공연이 중국에서 연이어 고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아레나 공연장을 만든다는 것은 건설업자의 배를 불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공연 시장이 외국관광객에 의해 살아난다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사업은 차은택 예산의 대표적 사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예산에 1,278억 원을 편성한 문화창조벤처단지 구축사업이 대표적인 ‘차은택’의 작품이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이에 대해 야당도 이미 예산삭감 계획을 밝혔지만, 이 사업은 ‘문화창조벤처단지 건설사업’이라고 하는 게 오히려 어울린다.
문화콘텐츠 인프라에 대한 부족함이 문화융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충분하고, 그리고 이는 민간의 영역이다. 관의 주도로 이뤄질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이보다는 문화콘텐츠 민간 투자의 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된 ‘완성보증보험제도’라든지, 연극이나 대중음악이 활동할 수 있는 소극장 운영 지원이 더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 ‘창작과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예술정책’이 우선 돼야 한다. ‘향유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산업은 이를 뒤따르는 것이다.
미국의 공연 메카인 브로드웨이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다. 뉴욕시의 어물창고를 고쳐서 공연장으로 만들어 공공성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관리비에 불과한 대관료가 현재의 공연 메카를 조성한 것이다. 가장 큰 문화수출국가인 미국은 문화부가 없다.
대신 문화를 대하는 구조를 국가운영의 기본 중에 하나로 삼고 있다. 카네기홀은 자체 수익이 전체 운영비의 2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를 지역정부와 기업의 메세나를 통해 운영한다. 국민의 문화향유권 확보와 문화융성을 위한 기본이 정착돼 있다. 이에 반해 예술의 전당은 70%이상을 자체 수익으로 조달한다. 국민의 문화향유권은 헌법에 보장돼야할 기본권이다.
대통령이 개헌을 말했다. 개헌의 이유가 ‘우순실(우병우+최순실)’게이트를 덮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지울 순 없지만, ‘문화향유권’확보를 위해서라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꿈을 잠시 꿔본다.  

김종선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보좌관(1996~2004)/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화정책담당 행정관(2003) / 문화관광부 문화행정 혁신위원회 간사(이창동장관 정책보좌역) /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김종선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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