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구급대원에 의해 실려가고 있는 모습. ⓒ오마이TV 캡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7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10월 2일 일요일 오후 이 대표는 “민생과 국가 위해 무조건 단식을 중단한다”라며 단식을 중단했고, 구급차에 실려 국회를 떠났습니다.
최초로 집권 여당 대표가 단식했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7일 만에 끝난 이정현 대표의 단식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가 단식하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고, 방송에서 무엇을 주로 보도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이정현 단식으로 사라진 최순실’
이정현 대표가 단식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정세균 의장 사퇴’였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의 단식으로 사라진 것은 ‘정세균 의장’이 아닌 ‘최순실’이었습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터지기 전인 8월 초부터 언론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 보도가 나왔습니다. 9월에 들어서면서 언론에서 관련 각종 기사가 보도됐고, 9월 중순이 되자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중심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의 단식으로 최순실 보도는 방송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보도는 대부분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와 기념사, 다른 행사 보도. ‘박근혜’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는 최순실과의 의혹 때문, 그러나 관련 보도는 거의 없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KBS, MBC, SBS, JTBC 뉴스 보도 중 ‘이정현’,’최순실’,’박근혜’라는 키워드로 뉴스가 얼마나 보도됐는지 조사해봤습니다.
이 기간에 KBS가 보도한 ‘최순실’ 관련 뉴스는 18건이었지만, 이정현 대표 단식 관련 기사는 무려 148건이나 됐습니다. MBC도 ‘최순실’ 보도는 단 2건에 불과했지만, 이정현 대표 기사는 86건이었습니다. SBS의 ‘최순실’ 뉴스는 24건이었고, 이정현 대표 관련 보도는 120건이었습니다.
KBS 최순실 관련 보도 18건 중 14건은 인터넷판 기사였고, SBS의 보도 24건 중 17건도 인터넷판이었습니다. 실제 최순실 관련 뉴스는 KBS 4건, MBC 2건, SBS7 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마저도 국감 소식을 전하면서 잠시 나왔거나, 시민단체의 고발 소식에 ‘최순실’이 포함된 단신 속의 단신이었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7일간의 단식 기간 동안 방송 3사는 최순실 의혹보다는 이 대표의 단식 소식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결국,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최순실 의혹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합니다.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최순실+박근혜 영상’
아이엠피터가 키워드로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둘의 관계가 의혹을 파헤치는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윤회 의혹에서 최순실이라는 인물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속속 드러나는 정황을 보면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동영상, 그러나 방송 3사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9월 29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씨 관련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관련기사:최순실+박근혜 ‘40년 우정’ 동영상 발굴)
이 동영상은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영상이자, 엄청나게 희귀한 동영상입니다. 왜냐하면, 최순실씨 관련 영상은 아예 없었고, 사진조차 전 언론사 통틀어 단 2장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송 3사에서는 이 동영상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SBS 인터넷판 기사에서만 보도됐고, KBS와 MBC는 아예 자료화면으로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어렵게 찾은 중요한 동영상을 TV뉴스로 내보내지 않는 모습은, 의도적으로 방송 3사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의혹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 합니다.
‘이정현 단식기간에 벌어진 일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9월 26일 오전에 단식을 시작해서 10월 2일 오후에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총 19끼를 단식했습니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불과 7일 만에 끝났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에 엄청나게 중요한 일들이 소리소문없이 벌어졌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방문한지 불과 5시간 만에 단식을 중단했고, 단식 기간 여러가지 뉴스가 사라졌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으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한 비판 기사가 축소됐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의혹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으로 사드 배치를 확정 발표했습니다.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이 재차 청구됐습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이정현 단식 기간에 벌어진 일> 1. 방송 3사 뉴스 ‘최순실’ 보도 축소, ‘이정현 단식’ 뉴스 최대 10배 이상 증가 2.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 박근혜 대통령 비판 뉴스 축소 3.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 청구 및 재청구 (9월 26일) 4. ‘미르·K스포츠재단’ 문건 증거 인멸 (9월 28일) 5. 국방부 경북 성주골프장으로 사드 배치 확정 발표 (9월 30일) 6. 검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넥슨 땅 거래 ‘사실상 무혐의‘ (9월 30일) 7. 세월호 특조위 종료 (9월 30일)
‘빈손 회군’ 등으로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실패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이 대표의 단식은 며칠 만에 정국을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기에는 엄청난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대표 취임 당시, 축하 난을 가지고 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생각은 다를 수 없다”고 말했던 이정현 대표는 김 수석이 방문한지 5시간 만에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의 리더십은 실패했을지라도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셈이었습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우드사이드 사업 철수 과정 해명 석연치 않아, 경쟁입찰 했다는데 공개된 기록 없어…검증 과정도 불투명 홍민철·조한무 기자 발행 2024-06-07 15:16:28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 탐사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사업성 분석업체 액트지오가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 대형 석유회사가 사업성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재추진한 이유, △ 사업성 분석 주체로 영세 업체인 액트지오를 선정한 이유, △ 매장량 및 성공 가능성을 추산한 근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그 흔한 그래프, 도표 한장 제시하지 않았다.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15년 탐사한 대형 업체 우드사이드와 액트지오 판단, 왜 달랐나? 이번 사업은 당초 석유공사와 함께 탐사를 진행했던 호주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뒤 사실상 재추진됐다. 때문에 ‘경제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우드사이드는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동해에서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탐사를 진행했다. 2D 광역 탐사를 시작으로 시추공 2개를 뚫고, 3D 탐사로 자료를 구체화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7월, 돌연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수석위원은 “배경을 보면 우드사이드가 다른 회사와 합병 후 글로벌 탐사 전략 변경 과정에서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사업 중단이 동해 영일만 탐사의 사업성이나 경제성 문제라기 보다는 우드사이드 자체 사정이라는 취지다. 추가 설명도 내놨다. 우드사이드가 실시한 대규모 3D 탐사 결과를 충분히 평가하지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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