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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의 목소리도 배제하지 않는, ‘생활 방역’


오민애 변호사
발행 2020-07-12 10:16:39
수정 2020-07-12 10: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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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처음 겪어야 하는 일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과 멀어져야 하는 순간도 많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하철에 오르는 것을 상상할 수 없고, 밥 약속을 잡는 연락을 하기도 받기도 미안한 요즘이다. 지난 6개월간 내 생활에, 우리 삶에 생긴 많은 변화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방역과 예방도 일상화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일상화 되어가는 방역 속에, 금지되고 차단되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집회’이다.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대상에게,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할 수 있는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한해, 법률에 따른 최소한의 제한만 가능하다. 이 익숙하고도 당연한 명제는, 침해되거나 배제되는 권리가 많아지는 상황일수록 더욱 분명해진다. 나의 권리를 살피고 대변해서 의사결정을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집회는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확실한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 옆 도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2020.06.10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 옆 도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2020.06.10ⓒ김철수 기자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많은 곳에서 집회 자체가 금지되고 있다. 특히 주요 기관이 밀집해있는 서울 도심 일대를 비롯해, 지자체에서 지정한 구역에서는 집회가 아예 금지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집회 금지 장소’에 더하여, 지자체의 고시로 집회 금지 장소가 대거 확대되었다. 금지되는 기간 또한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언제까지 집회를 할 수 없는지도 알 수 없다. 무조건 집회가 금지되고, 집회를 할 경우 처벌도 감수해야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제한 또는 금지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에 맞도록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그리고 현행법상 집회를 하려면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집회 시 필요한 방역조치와 이를 반영한 진행방식에 대한 협의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실제 최근에 진행된 집회에서는 방진복, 마스크, 손소독제를 배치하고 참가자의 열 체크 등 방역 조치를 취하였지만, 경찰은 집회금지구역에서 집회를 하였다는 이유로 집회 참가자들에게 출석요구를 하기도 하였다.
집회의 자유를 실현할 권리, 동시에 자신의, 그리고 타인의 건강을 지킬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집회를 하고자 하는 당사자에게 있다.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던 농성 천막을, 코로나 이후 발생한 대량해고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을 아무 협의 없이 물리력을 동원해 철거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절박함은 배제되고 만다. 코로나 이후 상시적인 해고 가능성에 생활이 불안정해진 노동자들, 업무량 증가와 방역 미비로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는 이들, 정부의 지원대책에서 배제되거나 차별 받는 이들,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되면서 생존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은 자신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외칠 수 있는 자유조차 박탈당하게 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8일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천막농성장을 강제철거 행정집행한 종로구청에 민원을 접수하러 방문했지만 경찰이 구청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8일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천막농성장을 강제철거 행정집행한 종로구청에 민원을 접수하러 방문했지만 경찰이 구청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공공운수노조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집회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자유는 지금 이곳을 벗어나면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집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방역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안전하게 집회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를 돌이킬 수도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떤 권리가 침해되거나 배제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일률적인 금지나 제재가, 생활 방역이 그야말로 ‘생활화’가 되는데에 유효한 수단이 될 수는 없지 않을까.

오민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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