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자 한글의 장래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01월 08일(월) 13:31
우리는 현재 세계의 경제와 질서를 이끌어 가는 몇 안 되는 열강의 대열에 서 있으며 우리의 문화는 파죽지세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에 성공하면 우리의 문은 더 활짝 열릴 것입니다. 국가 존망의 위기에 전전긍긍하며 황급히 만든 한글을 다음 세대에까지 가지고 가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영어와 중국어 발음을 제대로 표기하지 못하는 현행 한글로는 우리 청년들이 국제무대에서 적지 않은 제약을 느낀다고 합니다. 필자는 이번에 선사연 칼럼을 총 12회 연재하면서 한글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따가운 질정과 격려와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연재 순서) 1. 문자의 기능과 훈민정음: 문자는 특정 언어를 표기하는 도형적 기술 2. 훈민정음 창제의 배경: 인간이 말소리를 만들어 내는 원리를 도형화 3. 한글의 정체: 주시경이 언문을 정리해 만든 한민족의 생명줄 4. 한글의 폐쇄성: 대한민국의 성장에 맞춰 벗어나야 할 족쇄 5. 외래어 표기법과 외국어 표기법: 찌아찌아족의 가르침 6. 훈민정음과 한글, 그리고 컴퓨터 7. 한글20을 제안한다: 기본 자모 각 10자 8. 한글20의 기적: 말소리의 수치화 9. 중국어는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멍석이자 고속도로 10. 말소리 연주기: 언어 장애의 극복 수단이자 한글 세계화의 도구 11. 2030 엑스포에 제안한다 12. 맺는말 글자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글자는 말을 적는 기술’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글은 우리말을, 알파벳은 영어 등 라틴계 언어를, 한자는 중국어를 각각 적는다는 것을 다 아시겠지요. 그렇다면 이 글자들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요? 학자들은 인류가 200만 년 전부터 일종의 말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말만으로는 부족해 그림을 그려 보충했을 것입니다. 자주 사용하게 된 그림은 좀 더 간단히 그리게 됐고 이것이 그림문자로 발전했을 것입니다. 그림문자는 자연스럽게 그 그림이 나타내는 형상의 이름으로 부르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사슴 그림을 보고 ‘사슴’, 호랑이 그림을 보고 ‘호랑이’라 불렀을 것입니다. 이렇게 그림문자에 이름을 붙여 부르다 보니 글자마다 발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 이름들이 글자의 발음으로 쓰이게 되면서 그림문자가 소리를 표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발음을 갖는 그림문자, 즉 상형문자가 된 것입니다. 수메르 지방에서는 이미 B.C. 3,500년 전, 그러니까 지금부터 5,500년 전에 상형문자의 일종인 설형문자(쐐기문자)를 썼다는 유적이 발견됐습니다. 상형문자의 역할은 대단했습니다. 왕의 비석에 이름을 새기고 사연을 적기도 했습니다. 찬란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끌었고,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으로 알려진 길가메시 신화도 4,000여 년 전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새긴 것이었습니다. 상형문자는 사물의 이름을 대부분 첫 음절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호’라고 첫 음절만 쓰는 식이지요. 초기의 상형문자는 약 1,000개의 음절문자가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같은 음절의 문자들은 하나만 남고 없어져 수백 자로 줄어들고, 다음에는 같은 자음으로 시작되는 음절이 모두 하나로 통합됩니다. 예컨대 가, 거, 고, 구 등 ‘ㄱ’ 으로 시작되는 음절을 모두 ‘가’로 통일하고 읽을 때에는 늘 쓰는 대로 발음했습니다. 그래서 ‘고기’란 단어는 ‘가가’로 쓰고 ‘고기’라고 읽습니다. 우습게 보이겠지만 바로 아랍어와 이스라엘어가 이런 ‘자음문자(Abjad, 아브자드)’에 속합니다. 다만 특수 부호 몇 개로 일부 모음을 표시해 줍니다. 이들 언어의 문장 여기저기에 찍혀 있는 꼬부라진 점들이 모음을 표시하는 부호입니다. 약 3,000년 전 배를 타고 다니며 무역으로 살던 페니키아 상인들은 여러 지방을 상대하기 위해 22자의 아브자드를 사용했답니다. 이 페니키아 알파벳이 그리스와 로마 문명을 거쳐 현대의 라틴 알파벳으로 발전했습니다. 인도 지방에서는 아브자드에 필요한 모든 모음을 부호로 처리해 아부기다(Abugida, 모음부 자음문자)로 발전시켰습니다. 산스크리트를 적는 데바나가리 문자도 아부기다이며 세종대왕도 데바나가리에 통달했음이 틀림없습니다. 우리의 음운 체계 ‘아설순치후’는 순서만 조금 바꾸면 데바나가리 음운 체계와 일치합니다. 지금 세계에는 아브자드, 아부기다, 라틴 알파벳을 쓰는 사람이 각각 9억, 12억, 49억 명이며 이밖에 한자를 쓰는 사람이 중국과 일본만 쳐도 15억 명이 넘습니다. 이렇게 볼 때 문자는 고대로부터 그렇게 많이 발전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녹음기는 어떤 소리든 다 기록합니다. 인간의 말은 모두 소리이니까 녹음기처럼 어떤 소리나 다 표기하는 문자 체제 하나만 있어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무려 300여 개에 달하는 문자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자로는 통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대왕은 어느 나라 말이나 소리로 적어 쉽게 통하도록 훈민정음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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