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달러통화 통해 계획경제+시장 이중경제 이미 실현'

이석 KDI연구위원, 민화협 통일공감대화 포럼에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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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16  23: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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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협은 14일 '북한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통일공감포럼 제2차 통일공감대화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 경제의 기초는 5년 전부터 사회주의 경제의 근본 특성을 벗어나 이미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 영역과 ‘시장’이 하나의 거버넌스로 통합·운영되는 ‘이중경제’가 실현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4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홍사덕, 이하 민화협)가 주최한 통일공감 포럼 제2차 통일공감대화 ‘북한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의 북한 경제구조는 이미 과거의 사회주의 경제 논리로는 해석되지 않는다며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변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사회주의 경제는 모든 자원을 국가가 독점해서 경제활동 주체들에게 배분하면서 명령하는 경제인데, 지금 북한의 자원은 국가가 독점하는 상태가 아니라 각 부처와 돈주, 일반 주민들이 각자 ‘달러’를 갖고 있으며, 더군다나 국가가 자원을 배분하면서 일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또 계획경제가 아닌 다른 논리, 즉 시장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그 적용범위도 일부 생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텃밭경영’, ‘장마당’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활동에서부터 모든 경제활동에 미치고 있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을 “계획이라는 것이 무너지고 한쪽에서는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예전에는 계획과 시장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있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것을 묶는 거버넌스가 시작해서 돌아간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현재 북한 경제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통해서 이중경제가 형성됐다”고 정의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달러를 자국화폐로 사용하는 것.
  
▲ 이석 한국개발원 연구위원[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앞서 북한은 지난 2009년 12월 화폐개혁을 하면서 기존 화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새 화폐를 마구 찍었는데 이로 인해 2013년 초반까지 환율과 물가가 수천 배 이상 폭등, 국가가 통화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새로 찍어내도 구매력이 ‘0’이 되는 상황에서 북한 원화는 통화능력을 상실했으며, 2013년 중반까지 모든 거래는 달러로 결재가 이루어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달러가 사용되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달러는 마치 금과 같은 저장수단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김정은 정권은 통제를 포기하고 시장과 통화에 간섭하지 않는 방식으로 상황을 관리해 환율과 물가를 안정시켰고 그 이후 달러경제와 원화경제가 맞물려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서 경화에 의한 화폐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북한 경제의 자원동원력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근로의욕도 높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최근에는 등기소와 유사한 기관을 설립해 인지대를 부과하면서 주택거래를 허용하는 등 시장화에 전향적인 접근을 보이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시장의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한 쿠바와 달리 주민들이 주도한 시장화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딜레마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처럼 김정은 체제의 경제 통제력은 거의 없으나 경제외적 강제력은 살아있고, 국가기구는 힘이 없으나 새로운 거버넌스는 형성되어 있지 않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돈을 써야할 곳이 많은데 세금으로 돈을 거둬들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대외 수입에 개입한다거나 조세 성격의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각 부문과 개인에게 할당을 주어 해결하는 등이 그 실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달러와 원화, 계획경제와 시장이 공존하는 ‘이중경제’도 제도화의 수순을 밟아가면서 성장하기도 하는데, 북한도 5.30 조치 등을 내놓은 것을 보면 그와 같은 지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중경제로 7~8%의 고성장을 이루기도 한 쿠바의 경우를 들어, 국가가 달러 사용을 권장하다가 자체 통화와 연계해 본인, 가족, 친척 및 이웃 등으로 시장을 꾸준히 제도화해 최종적으로 미국과 수교하는 성장 모델도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북한 경제의 이 같은 특성으로부터 핵심은 ‘달러’라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대북제재를 통해 달러의 유입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 이전의 제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재정위기에서 시장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송이나 석탄 등 독점영업권의 판매 규모가 커지고 그 다음 순서로 국유재산, 부동산 등 재산권을 판매하고 있다”며, “권력자의 재산축적 요구가 시장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재산을 갖고 있는데 불안함을 정리하기 위해 법제화가 추진되는 것”이라는 독특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한 배경에는 대북제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있을 것”이라며, 5.24제재조치 이전과 이후 거래량에 큰 차이가 없고 최근 국경지역 밀무역 규모는 통계에 잡히지 않을 만큼 규모가 방대하다고 전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는 현재 대북 제재정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너무 무지막지한 것 같다”며, “인적교류마저 중단시킨 것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장 다방면적으로 제재를 하고 있는 미국조차도 자국 시민권자들의 방북을 막고 있지는 않다며, 인도적 지원 등 민간의 교류를 불허하고 있는 정부 조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민화협은 지난 5월 24일 “통일·외교·안보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상호이해와 공감을 높여나가고자 한다”며, 차경애 전 한국YWCA연합회 회장과 김천식 전 통일부차관을 공동대표로 남남대화 전담기구인 ‘통일공감포럼’을 발족하고 첫 통일공감대화로 ‘통일공감, 프로세스를 말한다’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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