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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증세로 세수확충하고, ‘세법 땜질’로 부자감세 감추기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16년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16년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박근혜 정부가 2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근본적 처방은 없는 땜질식 개편안에 불과했다.
세수를 확보해야 재정 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데, 세법개정안을 보면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조차 마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세수 확충도 담뱃세 인상 등에 의한 '서민증세'에 기댄 영향이 커 논란이 일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세법개정안의 방향에 대해 "경제활력 제고 및 민생안정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인 세제 개혁 없이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에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 지출 확대는 곧 경제성장,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는 없다"
대선공약 이행 재원마저 마련 못해 '공약 파기'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최근 3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0.7%에 불과해 저성장이 장기간 고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의 재정 지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미봉책으로나마 각종 정책을 꺼내드는 이유다.
실제로 보면 지난해 성장률은 2.6%였는데, 정부 지출의 기여도는 0.8%였다. 재정 기여도 없이는 2% 경제성장도 달성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올해 1분기의 경제성장률은 0.5%였는데, 이중 정부지출의 기여도도 0.5%였다. 정부 지출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재정 지출을 위해서는 세수가 있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는 없다'는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임기 말이 되도록 세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공약가계부를 통해 집권 5년간 50조 7천억원의 세입 확충을 계획했다. 대선공약인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필요한 134조 8천억원의 재원 중 50조 7천억원을 세입 확충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정부는 애초 2013년 2조 9천억원, 2014년 7조 9천억원, 2015년 11조 8천억원, 2016년 13조 7천억원, 2017년 14조 4천억원의 세입 확충을 공약했다. 하지만 정부가 매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밝힌 세입 확충 규모는 그 공약에서 한참 못 미쳤다.
정부는 28일 2016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3천100억원의 세입 확충을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당초 공약가계부에서 제시한 13조 7천억원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규모다. 박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할 생각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세법개정안을 통해 발표한 세입 확충 규모는 다 합쳐서 4조 4천6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계획한 5년간 세입 확충 규모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공약가계부는 '공염불'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공약 파기'이다.
세입 뿐만 아니라 세출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총수입 증가율은 각각 2.4%, 2.2%인데 비해, 총지출 증가율은 각각 5.5%, 8.1%였다.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매년 대규모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2015년(38조원)과 올해(39조 1천억원) 모두 40조원에 육박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2009년 국제 금융위기(43조 2천억원) 시기를 제외하면 2001년 이래로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2014년 12월 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담뱃세 인상이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야당의 반대에도 새누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14년 12월 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담뱃세 인상이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야당의 반대에도 새누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제 불균형 심각, 부자감세-서민증세
개별소비세 급증 원인은 담뱃세 인상
박근혜 정부 세법개정안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
야당은 적자국채 없이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을 높여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세부담률이란 국민들이 소득 중에서 얼마만큼을 세금으로 부담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야당은 MB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등의 정책이 이어지면서 2014년 18.0%까지 내려간 조세부담률을 감세 이전인 2007년 19.6%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제 불균형이 심한 현재의 구조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소득세와 개별소비세는 각각 연평균 10.42%와 14.46% 상승한 반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각각 연평균 0.66%와 0.91% 하락했다.
개별소비세가 급증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담배에 부가되는 개별소비세의 증가가 꼽힌다. 2014년 세법개정에 따른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증세효과는 2015년 3조 6천억원에 달했다. 올해 추정되는 담뱃세수는 약 13조원에 달한다. '증세는 없다'던 박근혜 정부가 '서민증세만 단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세법개정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부자감세하면서 담뱃세라는 서민증세를 통해 세입과 지출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 지극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도 앞서 비대위회의에서 "증세를 안 한다고 했는데 증세를 안 하고서는 세입 확보가 어렵다"며 "정부는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담뱃세 인상이 세입 증대 목적이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의식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세입과 세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땜질식 처방만 나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기간 연장, 월세·교육비·출산 등 세액공제율 상향 조정, 근로장려금 지급액 인상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3대 세목인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세율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야당이 줄곧 주장해오던 법인세율 인상이 없으니 부자감세는 유지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더민주는 "근본적인 세제에 있어서는 개악 내지는 실패한 조세정책을 땜질하는 데 그쳤다"며 △조세부담률 상향 조정 △고소득자·법인의 우선 부담 △중산층·서민·임금근로자 세제 부담 경감과 소득수준 증대 등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국민의당도 "가계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기업과의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세목간 불균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으며, 조세부담 여력이 커진 법인세 역시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복지와 재정에 대한 장기적인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어 실질적인 격차해소의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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