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도 미국을 치다

<분석과전망>진전되는 북미대결전, 러시아까지 포괄할 정도인가? 한성 기사입력: 2014/01/22 [21:52] 최종편집: ⓒ 자주민보 북 국방위원회가 지난 15일 미국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 중지를 주문하는 ‘중대제안’을 하고 난 뒤에 확인되고 있는 러시아의 행보가 심상치가 않다. 러시아가 한반도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누구에게나 주목받고도 남을 사안이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반대하는 최전선에 선 인물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었다. "우리 국경 주변에 전략폭격기들과 항공모함 전단이 전개되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어(MD)체계 창설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등 군사력을 시위하는데 새로운 구실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라브로프 장관이 21일 '2013년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러시아의 소리>가 보도한 내용이다. 내용이 구체적이다. 내용이 갖는 함의 또한 또렷하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지난해에 한반도에 위험천만하게 조성되었던 정세를 매우 구체적으로 상기시켜주고 있다. 지난해 2~3월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한반도로 출격시켰다. 북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국은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까지도 서태평양쪽으로 전개했다. X밴드 레이더는 미 MD체계의 핵심장비이다. 이에 대해 북은 정전체제의 파기를 선언했고 미국에 대해 직접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으로 맞섰다. 그때 세계는 한반도가 세계 최고 가는 위험지역이라는 것을 낱낱이 알 수 있었다. 라브로프 장관이 반대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전단의 전개 그리고 MD체계구축이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먼저, 미국이 2월 말 벌이게 될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훈련을 반대하는 것이 된다. 당장에 이 보다 주목되는 사안이 없다.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는 원칙적인 것도 원론적인 것도 아니다. 대단히 구체적인 것, 그 자체이다. 지난해 12월 '장성택종파사건' 이후 미국은 한국과 함께 북의 '1~3월 도발설'을 끊임없이 흘려왔다. ‘북 도발설’은 무슨 계기들을 만나든 수도 없이 강조되었다. 그 ‘북 도발설’이 미국이 키 리졸브-독수리훈련을 강도 높게 벌여야할 구체적인 명분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러시아가 키 리졸브훈련을 반대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따라서 미국이 한국과 함께 강조하고 있는 ‘북 도발설’에 대한 결정적 타격으로 된다. 러시아가 반대하는 또 하나의 것은 북의 위협을 구실로 삼아 시도되고 있는 미 MD체계 구축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북의 위협을 아태지역에서의 군사력 강화의 구실로 삼고 있다는 것을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조선(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취하는 조치들은 조선이 실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군사적 잠재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한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서 곧 바로 확인된다. 이 모든 것들은 러시아가 전면적으로 미국을 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말로는 MD문제가 미-러 협력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등 전선의 각을 의도적으로 죽여놓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외교적인 수사일 뿐이다. 미국의 ‘북 도발설’에 타격을 가하고 미국이 곧 벌이게 될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반대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미국의 MD체계 구축까지도 반대를 한다는 것은 엄연히 대미전선을 치열하고 전면적으로 치는 것으로 된다. 러시아가 대미전선을 전면적으로 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주목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당장에는 북이 ‘중대제안’을 가지고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대화공세를 쉬지 않고 벌이고 미국에 대해서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하는 지금의 정세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지난해 한반도에 조성되었던 위기는 한반도의 위험성이 이전 남북 간의 무력충돌이었던 서해교전이나 연평도포격사건에서와 같은 위험이 아니라 3차세계대전을 불러올 수도 있는 위험이라는 것을 세계에 각인시켜주었다. 러시아가 미국을 치는 것이 사소한 군사적 충돌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한반도의 정세가 엄혹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뒤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주동적인 조치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이 제안을 하든 남이 제안을 하든 아니면 미국이 제안을 하든 그 누가 하든 상관없이 하루라도 빨리 대화국면을 열어 전쟁위기를 가시게 하는 것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라는 인식이 남과 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마치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포격전 이후 한미양당국이 연평도에서 포사격훈련을 하려고 했을 때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가 유엔에서 가장 앞장에 서서 가장 격렬하게 반대를 했던 것과 잘 닮아있다. 러시아의 전면적인 대미전선은 북미대결전이 러시아까지 포괄할 정도로 발전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주목된다. 북미대결전이 종식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주는 현상으로 볼 수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군사력을 집중시키는 미국의 여러 시도들에 대해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반대를 표명한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주문하고 있는 북 국방위의 ‘중대제안’을 미국과 한국이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게 하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중대제안이 살아있다는 것은 중대제안이 성과를 낼 것이 예견되거나 혹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그렇다면 ‘중대제안’은 현재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가? 혹은 예견되고 있는 성과가 있기는 한가? 정세의 추이를 면밀히 추적하면서 확인되는 것인 바. 이는 머지않아 확인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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