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의 슬픈 풍경

<단상>'종북몰이'가 잘 만들어놓은 '종북논리'에 스스로 빠져들어가는 것 한성 기사입력: 2014/01/10 [11:44] 최종편집: ⓒ 자주민보 "평화와 안보 두 측면에서 국민에게 확고한 믿음을 주기 위한 것"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8일 국회의원 2명과 함께 최전방 군부대를 찾아 국군장병들을 위문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중앙일보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정의당에 대해) 평화만 주장하고 안보에 대한 생각은 뭔가라는 문제 제기도 있었는데 정의당은 튼튼한 안보가 곧 복지국가의 초석이라고 여긴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무슨 뜻인지 충분할 듯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정의당 관계자는 설명을 더 상세히 덧붙혔다. “통합진보당에서 나타난 이런저런 사건들 때문에 정의당까지 덧씌워진 측면이 있다”며 “이번 방문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정의당 역시 안보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심 대표의 전방방문에 대해 대서특필을 한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종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안보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심 원내대표가 종북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전방방문을 했는지는 직접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심 원내대표가 ‘평화만 주장하고 안보에 대한 생각은 뭔가라는 문제제기’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정치적 의도가 읽히기는 한다. 평화와 안보는 구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결코 구분되지 않은 그것들이 그러나 억지로 구분되는 되는 때가 자주 있기는 하다. 특별한 정치기재가 작동했을 때이다. 종북몰이가 그것이다. 비근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주창하는 평화주의자들이 걸핏하면 친미반북수구세력들로부터 ‘북으로 가라’는 종북몰이를 당하는 것이 그 한 예이다. 분단체제의 반영이고 분단체제를 이용해 정치를 하려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몰라도 사실, 슬픈 풍경이다. 이명박 정부 때에도 횡행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더 심해진 현상이다. 평화와 안보를 억지로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극히 정치적인 것으로서 대표적인 종북논리라는 것을 심 원내대표가 과연 모를 것인가? 심 원내대표가 전방부대를 위문하면서 친미반북수구세력들이 내세우고 있는 종북논리를 번히 언급하며 “여러분들 덕에 오늘도 우리 대한민국이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다”는 화석화된 말을 한것이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그렇지만 더 슬픈 것은 따로 있다. 심 원내대표의 전방방문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설로까지 다루어주었다. 조선일보는 9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국군을 위문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정의당의 군 위문은 '별일'인 것처럼 비친다고 했다. 그동안 진보정당들이 북핵에 대해 “북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남북 모두의 잘못'이라는 식의 양비론(兩非論) 말장난을 해왔다”면서 “오랜 기간 안보 문제를 놓고 정말 별나게 행동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사설의 기조는 심 원내대표의 행보를 ‘문제 많은’ 진보정치세력에서 발을 떼려는 모습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종의 치하였다. 조선일보는 “안보 불신(不信)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금의 군소 정당 처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면서 군소정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국회의원 몇 명이 군복 입고 전방 철책선을 돌아보는 사진 한 장으로는 안되며 정강정책을 혁신해야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했다. 한때 진보진영의 중심이었던 인사들이 연초부터 중앙일보의 기사처럼 “종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안보 행보”를 하고 또 종북논리에 기초하는 사고를 보여줌으로써 조선일보로부터 치하도 받고 당의 앞길까지 제시받는 것. 그것은 좋은 풍경일 것인가? 아니면 대단히 슬픈 풍경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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