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개통됐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혼잡한 9호선의 연장 개통에 걱정하는 시민도 많습니다. 연장 개통에 따른 서울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개신교에서는 때아닌 역명으로 서울시와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9호선 2단계 개통 구간은 ‘언주역, 선정릉역, 삼성중앙역, 봉은사역, 종합운동장역’입니다. 개신교에서는 봉은사역의 역명이 특정 종교를 위한 편향적인 지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개신교 언론 매체는 연일 박원순 시장까지 들먹이며 봉은사역의 역명을 바꿔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봉은사 역명은 서울시가 아닌 강남구에서 서울시로 상정한 역명입니다.
<상정사유>강남구 제1안: 봉은사(코엑스)
- 삼성동의 옛마을 중 “봉은사” 명칭 사용, 강남구를 대표하는 전통사찰 “봉은사” 위치 - 강남의 랜드마크의 상징으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즐겨찾는 “코엑스” 위치 - 봉은사, 코엑스 모두 강남을 대표하는 곳으로 어느 한 곳도 배제할 수 없어 부기 사용
강남구가 제출한 1안에 대해 ‘시 지명위원회’에서는 2호선 삼성역에 이미 ‘무역센터’를 병기하고 있어 9호선까지 병기할 경우 혼선의 우려가 있다면서 봉은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지명위원 10명 중 외부 위촉직이 8명, 당연직은 행정1부시장을 포함 단 2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박원순 시장이 봉은사 역명을 지정했다는 주장은 억지스럽기까지 합니다.
‘개신교, 봉은사 역명 개정 위해 친일사찰 주장’
봉은사역이라는 명칭이 개신교 처지에서 볼 때는 종교적 역명이라 반발할 수는 있습니다. 개신교는 박원순 시장 공격에 이어 봉은사가 친일사찰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봉은사역명 개정을 위해 봉은사 친일사찰을 주장하는 국민일보 기사 2015년 3월 3일 ⓒ 국민일보 캡처.
국민일보는 3월 3일 ‘서울시가 역사성 있어 역명으로 제정했다는 봉은사. 대표적인 친일사찰이었다’1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봉은사의 친일 행적을 보도했습니다.
봉은사 주지였던 강성인 승려가 조선총독부의 ‘심전개발운동’을 전개했고, 봉은사 명의로 국방헌금을 헌납했으며, 봉은사가 일장기가 그려진 부채 2000개를 위문품으로 보내고, ‘일본군 전몰장명 충령탑’을 제막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인환 서울시 강남구교구협의회장은 “서울시장과 강남구청장은 광복 70주년인 올해 친일논란 사찰의 이름을 지하철역명으로 제정한 경위를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2
국민일보가 보도한 주장은 대부분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독교가 과연 봉은사의 친일행적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교회종 헌납에 장로호 기증까지 개신교의 친일행각’
일제강점기 개신교의 친일행적은 너무나 많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개신교 내부에서조차 친일청산을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는 봉은사 주지였던 홍태욱이 일제 침략전쟁용 무기를 만들기 위해 철제류 수집 헌납을 결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잘못된 행위입니다. 그러나 개신교도 이에 못지않았습니다.
1942년 4월 조선의 교회가 일제에 헌납한 교회 종은 1,540개였습니다. 일제강점기 대부분의 교회 종이 헌납됐습니다. 일제가 강제로 빼앗은 것이 아니라 개신교가 스스로 갖다 바친 것입니다.
‘국민총력조선예수교장로회 총연맹’은 전국 교회에 ‘헌종보고서 독촉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헌납한 교회 종과 미납된 교회 종 숫자를 파악해 헌납을 강요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3
일제강점기 조선의 개신교는 ‘조선장로교도애국기헌납기성회’를 조직해 1942년 2월 10일 ‘전투기 1대와 육전기관총 7정’의 자금으로 15만 317원 50전을 헌납했습니다.
1944년 4월 15일 기독교신문은 ‘거듭 보국기 헌금운동에’라는 사설에서 ‘비행기 헌금을 만든다고 하면서 교회재산을 팔아 버린 후 목사 퇴직금이나 주택이니 무슨 경비니 이름 지어서 다 제하고 나머지 부스러기만 비행기 헌금을 내놓는 것은 반대한다’며 국가에 모든 재산을 바쳐야 한다고 했습니다.4
일제강점기 놋그릇과 솥단지를 뺏긴 조선인도 있었지만, 개신교는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무기를 만드는 교회 종을 헌납했습니다. 교인들의 헌금을 전투기 헌납을 위해 갖다 바친 것도 모자라, 아예 교회 재산을 헌납하기 위해 교회 병합 운동도 벌였습니다.
봉은사의 친일행각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았던 곳이 개신교였습니다.
‘친일사찰이라 역명을 바꿔야 한다면?’
개신교는 봉은사가 친일사찰이었기 때문에 역명으로 제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우리가 생각해볼 정류소가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중의 하나인 금란교회는 김활란(金活蘭)의 이름 첫 자와 끝 자의 ‘金’과 ‘蘭’을 따서 금란교회(金蘭敎會)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김활란은 대표적인 친일 기독교인입니다. 친일어용단체나 여성, 부인회라는 명칭이 들어간 단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황국 여성’,’반도여성’,’내선부인’ 등의 명칭을 사용하며 자녀들을 천황에게 목숨을 바치라고 주장했던 친일파였습니다.
‘이대 나온 여자’들이여 ‘김활란 동상’에 올라가라 비록 금란교회가 해방 후 세워진 교회이지만, 친일파의 이름이 고스란히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김활란이라는 친일파를 비판해도 금란교회를 친일교회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만약 개신교의 논리라면, 금란교회라는 버스 정류소는 당연히 정류장 명을 바꿔야 합니다.
개신교가 봉은사 승려들의 친일을 비판할 수 있어도, 천년사찰을 친일사찰이라고 비판하며 봉은사역명 반대를 외치는 모습은 뭔가 맞지 않습니다.
‘개신교의 친일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개신교의 친일청산을 말하면 반박하는 논리가 ‘사랑으로 허물을 감싸줘야 한다’와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1938년 장로회 총회를 앞두고 일제가 내건 조건> 1. 총회에 출석하면 신사 참배가 죄가 아니라는 것을 동의할 것. 2. 신사 참배 문제가 상정되면 침묵을 지킬 것. 3. 위 두 조건을 실행할 의사가 없으면 총대를 사퇴하고 출석치 말 것.
1938년 9월 일제는 신사참배를 통과시키기 위해 장로회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에게 위의 3개 조건 중 하나를 택일하고, 조건에 불응하면 구속, 투옥시킨다고 했습니다.5
만약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통과시키기 싫었다면 아예 총대를 사퇴하고 출석하지 않았으면 됩니다. 그러나 당시 장로회 총회에 참석한 목사들은 신사참배가 죄가 아니라는 동의를 하기 위해 출석했습니다.
목사들이 신사참배 결의가 있음을 알고도 총회에 참석한 이유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제대로 된 목사라면 신사참배를 하거나 일본 우상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신교 교단의 임원들은 버젓이 신사에 가서 고개를 숙였고, 기독교가 말하는 우상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교회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파할 의무가 있는 목사들이 오히려 성도들에게 ‘신사참배는 국민의례이지, 종교교가 아니다’라고 가르쳤다는 사실은 먼저 회개를 해야 할 이유입니다.
일제의 횡포에 무서워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순교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모욕이자, 신앙을 저버린 행동이었습니다.
봉은사뿐만 아니라 불교계, 천주교도 일제강점기 일제에 협력했습니다. 마땅히 종교의 구분없이 종교인의 친일행각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개신교도 그에 못지 않게 친일행각을 벌였습니다.
개신교가 봉은사역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역명을 처음 제안했던 강남구와 싸웠어야 합니다. 그러나 엉뚱하게 친일사찰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친일사찰이라는 비판 이전에 개신교의 회개와 친일청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회언론회는 “지금에 와서 불교계가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은 없고, 오히려 부끄러운 과거가 들춰질 수밖에 없도록 하고, 시민들에게 선전하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넘어 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림)이 아닌가 한다” 며 '친일사찰 봉은사, 전철역의 이름으로 안 되는 이유 분명하다'라는 논평을 냈습니다.6
신사참배에 대한 반성은 없고, 오히려 부끄러운 개신교의 친일행각이 드러나는 개신교의 봉은사 친일사찰 비판이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입니다.
1. 서울시가 역사성 있어 역명으로 제정했다는 봉은사, 대표적 친일 사찰이었다. 국민일보 2015년 3월 3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979269 2. 김인환 강남구교구협의회장 “봉은사역명 논란, 한국종교 사회의 문제 내포한 중대 사안” 국민일보 2015년 2월 26일.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9182082&code=61221111 3. ‘일제강점기의 한국교회’ 교회와신압 2005년 12월 7일.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222 4. 일제말기 기독교의 친일행위. 2000년 12월 원광대학교 곽형일 5. ‘민족과 교회’- ‘일제하 민족과 기독교’ 송건호 1981년 11월 27일. 6. “친일사찰 봉은사, 전철역 명칭 불가 이유 분명” 크리스천투데이. 2015년 2월 13일.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78751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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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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