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파헤쳐도 아픔 못 느끼는데, 환경교사는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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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파헤쳐도 아픔 못 느끼는데, 환경교사는 ‘멸종위기종’
[영화로 환경읽기] ② <인사이드 아웃>
어린 시절 자연과 접하며 얻던 강렬한 핵심 기억 없어져
‘꽃과 새, 바람과 별, 강과 숲’을 노래하지 못하고 행복할까
» 어릴 때 강렬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은 나중에 매우 중요한 기억이 된다. 자연과 접촉해 얻은 핵심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핵심 기억을 빛나는 구슬로 표현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감정이 있다. 하지만 감정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거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되거나 제대로 전달이 안 될 경우, 답답함과 함께 “내 속을 다 뒤집어 보여주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지 못해 몇 날 며칠을 전전긍긍하며 “저 사람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한다. 이렇게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며 쩔쩔매게도 만드는 감정을 사람 ‘속’에서 ‘밖’으로 끄집어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영화가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낯선 곳으로 이사한 라일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서, 적응과 성장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심리적 작용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행복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이 모두 필요하고 다양한 감정이 모두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는데, 이는 긍정적인 감정만을 강요받아온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영화에는 기쁨(기쁨이), 슬픔(슬픔이), 분노(버럭이), 혐오(까칠이), 두려움(소심이)의 다섯 감정이 등장한다. 같은 상황과 사건에 대해 다섯 감정은 서로 다르게 느끼고 반응하며, 어떤 감정이 주요 감정이 되느냐에 따라(영화에서는 아래의 장면과 같이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누가 조정을 하느냐로 표현하였다) 감정을 가진 주체의 반응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
» 라일리의 다섯 감정인 버럭이, 까칠이, 기쁨이, 소심이, 슬픔이
이야기의 발단은 늘 무기력하고 우울하지만 라일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슬픔이로부터 시작된다. 슬픔이는 자신도 모르게 본부의 조작 기기를 만지게 되는데 이는 라일리의 주요 감정을 슬픔으로 만들어 버린다.
또 슬픔이는 라일리의 행복한 핵심 기억에도 손을 대 문제를 일으킨다. 이 과정 속에서 슬픔이는 라일리의 주요 성격과 관련된 감정인 기쁨이와 함께 무의식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되고, 이로 인해 라일리의 인격을 상징하는 섬들이 차례로 망가지게 된다.
기쁨이와 슬픔이는 핵심 기억을 가지고 다시 본부로 돌아오기 위해 모험을 하게 되는데,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인 빙봉이를 만나고 꿈의 세계, 추상화의 세계 등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본부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쓸모없어 보이고 피해만 주는 것 같았던 슬픔이는 라일리가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며, 행복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즉, 모든 감정은 감정 주체의 온전한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은 행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기쁨은 삶의 원동력으로 마음껏 누리고 즐거워하는 역할을 한다. 슬픔은 자신의 내면에 몰입해 상처를 돌아보고 충분히 애도한 후,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혐오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주고 자신을 사랑하고 꾸미는 구실을 한다. 분노는 온당치 않은 일에 민감히 반응하며 내면의 큰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하여 행동하게 한다. 두려움은 어떤 상황에서든 신중하게 자신을 지키며 위험한 상황에 미리 대처하는 노릇을 한다.
이처럼 감정은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같은 상황과 사건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강렬한 감정을 느꼈던 경험은 핵심 기억이 된다. 핵심기억은 매우 중요한 기억인데, 영화는 이것을 기쁨이가 수많은 어려움에도 끝까지 지키며 본부로 가져갔던 빛나는 구슬로 표현하였다.
» 라일리 엄마의 핵심 기억 “소녀여, 나와 함께 떠나요.” 핵심 기억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동적이고 순간적으로 작동하여 스트레스에 매몰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원래 라일리의 핵심 기억은 라일리의 성격과 개성을 나타내는 ‘가족섬’, ‘우정섬’, ‘하키섬’, ‘엉뚱섬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은 핵심 기억이 개인의 성격과 개성을 형성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심리학의 거장인 고든 올포트 박사는 성격을 ‘개인의 환경에 대한 고유한 적응을 규정하는 정신물리적 조직으로서의 개인 내의 역동적 체제’라고 하였다. 라일리는 핵심 기억과 연결된 섬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때에는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고 하키를 좋아하며 밝고 엉뚱한 고유의 방식으로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부모님이 다투는 상황에서 라일리는 가족섬과 엉뚱섬을 작동하여 분위기를 따뜻하고 재미있게 전환시키며, 라일리의 주요 성격이자 가치인 가족을 불안정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라일리의 다섯 감정과 성격을 표현하는 가족섬, 우정섬, 하키섬, 엉뚱섬.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떤 섬들이 있을까? 아마 각자 살아오며 경험한 주요 사건들과 감정, 그것의 의미가 핵심 기억으로 연결되며 성격을 구성하는 여러 섬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기본 성격은 어린 시기에 형성되고 사춘기를 겪으며 변화하고 완성되므로, 어린 시절과 사춘기의 경험과 감정, 기억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환경섬’을 가지고 있을까? <통섭>을 지은 저명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은 유전적으로 자연과 생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본성이 있다고 하며, 이것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혹은 어린 시절에 자연환경을 자주 접촉해 자연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은 환경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흙 한 번 밟지 않고 하루를 보내며, 동물과 식물을 실제 만지고 경험하기보다는 영상 속의 동물과 식물을 보고 듣는 것에 더 친숙하다(물론 이보다도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나 게임에 더 친숙할 것이다).
또 일상적으로 자연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빙어 축제나 산천어 축제 등 소비를 기본으로 한 이벤트성 체험을 많이 한다면, 자연을 소비의 대상으로 경험하고 기억하게 될 위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연환경을 자신과 연결된 무엇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기억할 가능성은 매우 적으며, 따라서 환경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적다.
» 국립산림과학원이 대관령에서 연 바이오블리츠 행사의 참가자가 버섯에 관한 설명을 호기심에 차 듣고 있다. 아이들이 자연과 접하는 기회는 이런 특별한 행사로 국한되고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환경섬이 없다면, 많은 사람이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 기억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환경은 자신과 관련된 무엇이 아닌, 자신과 연결되지 않고 관심도 감정도 별로 없는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사물과 같을 것이다.
강이 파헤쳐져도, 나무와 산이 잘리고 동물들이 죽어도 그것에 크게 화가 나거나 슬프지 않을 것이며, 위험하다는 인식도 별로 들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무척 민감하고 촘촘한 자연 생태계 그물망에서 살고 있으며 그 일부인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위기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전지구적으로 기후변화 등의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오늘날 삶의 방식에서는 아이들이 과거처럼 자연환경을 접촉하고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기 전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이들이 환경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의도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환경교육’이라고 부른다.
환경교육은 환경을 소비하며 얻는 즐거움보다는, 우리가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고 누리는 기쁨을 주어야 한다. 또 어린 시절부터 각 시기에 적합한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가을,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총론의 범교과 학습 주제 39개가 10개로 축소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포함된 ‘환경교육’이 제외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최종적으로는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개정되어 고시되었다). 그리고 현재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환경교사는 자신을 ‘멸종위기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평론가 남진우는 김용택 시인의 시집 <나무>(창작과비평사, 2002)를 해설하며, “아직도 꽃과 새, 바람과 별, 흐르는 강물과 푸르른 숲에 대한 시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꽃과 새, 바람과 별, 강과 숲과 함께 거대한 생명 그물의 한 코로 살아가는 우리가 이것에 대해 노래하지 못할 때, 우리의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글 권혜선/ 환경과 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환경교육학 박사, 사진 월드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어린 시절 자연과 접하며 얻던 강렬한 핵심 기억 없어져
‘꽃과 새, 바람과 별, 강과 숲’을 노래하지 못하고 행복할까
우리는 누구에게나 감정이 있다. 하지만 감정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거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되거나 제대로 전달이 안 될 경우, 답답함과 함께 “내 속을 다 뒤집어 보여주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지 못해 몇 날 며칠을 전전긍긍하며 “저 사람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한다. 이렇게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며 쩔쩔매게도 만드는 감정을 사람 ‘속’에서 ‘밖’으로 끄집어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영화가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낯선 곳으로 이사한 라일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서, 적응과 성장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심리적 작용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행복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이 모두 필요하고 다양한 감정이 모두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는데, 이는 긍정적인 감정만을 강요받아온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영화에는 기쁨(기쁨이), 슬픔(슬픔이), 분노(버럭이), 혐오(까칠이), 두려움(소심이)의 다섯 감정이 등장한다. 같은 상황과 사건에 대해 다섯 감정은 서로 다르게 느끼고 반응하며, 어떤 감정이 주요 감정이 되느냐에 따라(영화에서는 아래의 장면과 같이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누가 조정을 하느냐로 표현하였다) 감정을 가진 주체의 반응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야기의 발단은 늘 무기력하고 우울하지만 라일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슬픔이로부터 시작된다. 슬픔이는 자신도 모르게 본부의 조작 기기를 만지게 되는데 이는 라일리의 주요 감정을 슬픔으로 만들어 버린다.
또 슬픔이는 라일리의 행복한 핵심 기억에도 손을 대 문제를 일으킨다. 이 과정 속에서 슬픔이는 라일리의 주요 성격과 관련된 감정인 기쁨이와 함께 무의식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되고, 이로 인해 라일리의 인격을 상징하는 섬들이 차례로 망가지게 된다.
기쁨이와 슬픔이는 핵심 기억을 가지고 다시 본부로 돌아오기 위해 모험을 하게 되는데,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인 빙봉이를 만나고 꿈의 세계, 추상화의 세계 등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본부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쓸모없어 보이고 피해만 주는 것 같았던 슬픔이는 라일리가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며, 행복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즉, 모든 감정은 감정 주체의 온전한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은 행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기쁨은 삶의 원동력으로 마음껏 누리고 즐거워하는 역할을 한다. 슬픔은 자신의 내면에 몰입해 상처를 돌아보고 충분히 애도한 후,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혐오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주고 자신을 사랑하고 꾸미는 구실을 한다. 분노는 온당치 않은 일에 민감히 반응하며 내면의 큰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하여 행동하게 한다. 두려움은 어떤 상황에서든 신중하게 자신을 지키며 위험한 상황에 미리 대처하는 노릇을 한다.
이처럼 감정은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같은 상황과 사건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강렬한 감정을 느꼈던 경험은 핵심 기억이 된다. 핵심기억은 매우 중요한 기억인데, 영화는 이것을 기쁨이가 수많은 어려움에도 끝까지 지키며 본부로 가져갔던 빛나는 구슬로 표현하였다.
원래 라일리의 핵심 기억은 라일리의 성격과 개성을 나타내는 ‘가족섬’, ‘우정섬’, ‘하키섬’, ‘엉뚱섬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은 핵심 기억이 개인의 성격과 개성을 형성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심리학의 거장인 고든 올포트 박사는 성격을 ‘개인의 환경에 대한 고유한 적응을 규정하는 정신물리적 조직으로서의 개인 내의 역동적 체제’라고 하였다. 라일리는 핵심 기억과 연결된 섬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때에는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고 하키를 좋아하며 밝고 엉뚱한 고유의 방식으로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부모님이 다투는 상황에서 라일리는 가족섬과 엉뚱섬을 작동하여 분위기를 따뜻하고 재미있게 전환시키며, 라일리의 주요 성격이자 가치인 가족을 불안정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떤 섬들이 있을까? 아마 각자 살아오며 경험한 주요 사건들과 감정, 그것의 의미가 핵심 기억으로 연결되며 성격을 구성하는 여러 섬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기본 성격은 어린 시기에 형성되고 사춘기를 겪으며 변화하고 완성되므로, 어린 시절과 사춘기의 경험과 감정, 기억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환경섬’을 가지고 있을까? <통섭>을 지은 저명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은 유전적으로 자연과 생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본성이 있다고 하며, 이것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혹은 어린 시절에 자연환경을 자주 접촉해 자연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은 환경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흙 한 번 밟지 않고 하루를 보내며, 동물과 식물을 실제 만지고 경험하기보다는 영상 속의 동물과 식물을 보고 듣는 것에 더 친숙하다(물론 이보다도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나 게임에 더 친숙할 것이다).
또 일상적으로 자연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빙어 축제나 산천어 축제 등 소비를 기본으로 한 이벤트성 체험을 많이 한다면, 자연을 소비의 대상으로 경험하고 기억하게 될 위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연환경을 자신과 연결된 무엇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기억할 가능성은 매우 적으며, 따라서 환경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적다.
환경섬이 없다면, 많은 사람이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 기억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환경은 자신과 관련된 무엇이 아닌, 자신과 연결되지 않고 관심도 감정도 별로 없는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사물과 같을 것이다.
강이 파헤쳐져도, 나무와 산이 잘리고 동물들이 죽어도 그것에 크게 화가 나거나 슬프지 않을 것이며, 위험하다는 인식도 별로 들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무척 민감하고 촘촘한 자연 생태계 그물망에서 살고 있으며 그 일부인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위기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전지구적으로 기후변화 등의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오늘날 삶의 방식에서는 아이들이 과거처럼 자연환경을 접촉하고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기 전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이들이 환경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의도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환경교육’이라고 부른다.
환경교육은 환경을 소비하며 얻는 즐거움보다는, 우리가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고 누리는 기쁨을 주어야 한다. 또 어린 시절부터 각 시기에 적합한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가을,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총론의 범교과 학습 주제 39개가 10개로 축소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포함된 ‘환경교육’이 제외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최종적으로는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개정되어 고시되었다). 그리고 현재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환경교사는 자신을 ‘멸종위기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평론가 남진우는 김용택 시인의 시집 <나무>(창작과비평사, 2002)를 해설하며, “아직도 꽃과 새, 바람과 별, 흐르는 강물과 푸르른 숲에 대한 시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꽃과 새, 바람과 별, 강과 숲과 함께 거대한 생명 그물의 한 코로 살아가는 우리가 이것에 대해 노래하지 못할 때, 우리의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글 권혜선/ 환경과 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환경교육학 박사, 사진 월드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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