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3개월, ‘경찰 수사 부실’ 통계 자료 낸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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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대검찰청은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지난 3개월간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라는 취지의 통계 자료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경찰의 수사종결 건수 감소,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후속 조치 증가 등 ‘건조한’ 수치가 담겼다.
그러나 달라진 수사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접수사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검찰이 입맛대로 통계를 발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청은 같은 날 설명자료를 배포해 즉각 반발했다. 일선 경찰에서 검찰의 ‘사건 떠넘기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동시에 이번 통계를 통해 경찰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 검경이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경찰 사건처리 못 한다?
대검은 ‘2021년 1분기(1~3월) 개정 형사법령 운영 현황’을 통해 지난 3개월 동안 경찰의 순 송치·송부 건수가 지난해 1분기 대비 78.1%(29만여 건→22만여 건)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누계 기준 1월 58.7% → 2월 65.7% → 3월 78.1%로 “점차 회복 추세”라고 했다.
수치만 보면 경찰의 사건처리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이후 공개된 첫 통계기 때문이다. 수사권조정 이전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에 따라 수사한 뒤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사의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반면 수사권조정 이후 경찰은 자체 수사 뒤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할 때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한다.
아울러 대검은 경찰 때문에 검찰이 일을 못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검은 올해 1분기 검찰의 기소 건수가 지난해 1분기의 73.6%로 감소했는데, 경찰의 송치사건 대비 기소율이 전년도와 유사한 점을 들어 “경찰 송치사건 감소가 기소 건수 감소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경찰은 수사권조정 전후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현재 검찰에 의견을 내던 기존 수준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는 수준으로 경찰의 책임이 커진 상황이다. 신중한 수사를 위해 내부 심사체계를 강화했고 이에 수사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3중 심사체계’를 통해 수사 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전에는 수사팀 담당 형사의 의견이 최종 의견이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팀장의 결재로 끝이었다. 지금은 팀장·계장·과장에게 1차 결재를 받고, 수사팀과 별도의 인물로 서마다 4명씩 있는 수사심사관에게 2차 검토를 받는다. 이후 시·도경찰청에서 마지막 재검토가 이뤄진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불필요하게 현장 수사관을 옥죄는 게 아니냐’는 내홍을 겪을 정도로 심사체계가 강화됐다. 그런데 경찰에서 혼선을 느껴 수사를 종결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검찰 통계가 나왔다”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경찰청은 참고자료를 통해 경찰의 전체 사건접수 건수 자체도 지난해 1분기에 비해 5만여 건(56만여 건→51만여 건)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의 더딘 수사 속도가 수사를 잘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검찰과의 신경전으로 인한 결과로 평가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경찰 수사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3개월 걸릴 사건이 1년은 걸린다”라며 “오랜 시간을 들여 수사를 충실히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실체를 밝히기 위함보다 검찰과의 관계에서 ‘1호가 되지 말자’라는 식의 불필요한 신경전으로 속도가 지연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양 변호사는 “수사는 충실히 이뤄져야 하지만 검경이 협력해 빨리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피해자 보호나 피의자 불안정 지위 해소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개념 달라졌는데…
대검은 또 처리 유형별 현황 분석에서 지난 3개월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및 재수사 요청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순 송치사건 대비 보완수사 요구 비율은 3월까지 11.3%다. 1월 2천900여 건(8.2%) → 2월 5천200여 건(10.9%) → 3월 6천800여 건(11.3%) 등 계속해서 증가한다.
현행법상 보완수사는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등에 관해 필요한 경우 요구할 수 있다. 대검은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주요 유형으로 ▲구성요건에 대해 피의자가 부인하는데도 신빙성 조사가 미비한 경우 ▲관련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데도 수사되지 않은 경우 ▲허위 자백이 의심되는데도 피해자 자백만 의존한 경우 등을 언급했다.
재수사 요청 비율은 3월까지 4.5%로 나타났다. 누계 기준 1월 500여 건(3.9%) → 2월 900여 건(4.7%) → 3월 1천300여 건(4.5%) 등 늘어나고 있다.
재수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 요청할 수 있다. 대검은 주요 유형으로 ▲구성요건과 관련 판례를 간과하거나 잘못 인용한 경우 ▲피의자 변명에 대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송치 결정한 경우 ▲계좌·CCTV 등 핵심 증거 확인이나 수사가 미진한 경우 등을 들었다.
이에 경찰은 검찰의 후속 조치가 모두 경찰 수사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반발했다. 과거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행사하며 수사지휘로 간단히 처리했던 부분도 지금은 절차에 따라 진행돼 건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양형 조건으로 참작할만한 사실관계 확인 요청이나 추가 사실관계 확인 요청 등 과거에는 대상이 아니었던 부분에서도 보완수사를 요구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참고자료에서 “수사 준칙상 ‘보완수사 요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과거에는 검찰에서 직접 보완하던 경미한 사안들까지도 모두 요청·요구를 통해 처리하는 추세”라며 “일반적 협력절차에 따라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단순 기재사항 오기 누락, 공소시효 수정,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도 요구·요청 절차에 따라 경찰에 접수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사 개념이 달라졌는데 예전 기준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법대 교수는 “예전에는 검찰이 수사지휘라는 이름으로 경찰과 사전조율 하지 않았나. 수사가 재정의됐는데 여전히 검찰 중심으로 수사를 정의한다. 검찰 프레임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를 주장하며 ‘대국민 여론전’을 펼친다”라고 비판했다.
“검경 각자 역할 점검 필요…양 기관 협력해야”
대검 통계를 계기로 일선 경찰에서 검찰의 ‘사건 떠넘기기’로 일손이 늘어났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에 고소인 등이 이의신청할 경우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는데, 검찰에서 무분별하게 보완수사 요구 ‘결정’을 내려 사건을 회피한다는 주장이다. 보완수사 요구 결정은 수사권조정 이후 처음 생겼다.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 결정을 하면 사건 전체가 다시 경찰로 넘어간다. 이때 검찰에 접수됐던 사건번호가 사라진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전에는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지휘를 하고 사건 기록 일체를 경찰에 보내도 사건은 검찰에 접수된 상태였다. 보완수사 요구에서 검찰에 사건이 접수된 채로 일부 보강 수사를 요구하는 ‘추완’ 방식도 있다.
이에 검사가 사건 부담을 덜기 위해 보완수사 요구 결정을 선택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진다. 경찰 관계자는 “이의신청 송치는 검사가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골치 아픈 사건의 경우 경찰에 사건을 보내 기록을 없애 시간을 번다. 불필요한 보완수사 요구가 결정이란 형태로 돌아와 일선에서 검경수사권 갈등사례로 등장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의신청 송치는 전체 송치사건 14만 5천여 건 중 2천200여 건이다.
검경이 각자 유리한 통계로 ‘홍보’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협력을 통해 수사권조정 안착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역시 지난 2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1개월 경과 분석’을 통양홍석 변호사는 “경찰의 불송치 기록에 대한 검찰의 검토가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고소인 등 이의신청에 대한 처분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요구·재수사요청은 더욱 늘어나야 한다”라며 “앞으로 1년은 지켜봐야 한다. 수사 속도가 떨어지는 건 분명하니 양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검경은 각자의 자료를 통해 “10회 이상의 수시 실무협의회 등을 통해 세부적인 문제점을 조율하고 있다”라며 “제도 안착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해 “검사의 각종 요청과 요구가 수사권조정 이전보다 적다”라고 밝혀 ‘여론전’을 벌였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의 불송치 기록에 대한 검찰의 검토가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고소인 등 이의신청에 대한 처분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요구·재수사요청은 더욱 늘어나야 한다”라며 “앞으로 1년은 지켜봐야 한다. 수사 속도가 떨어지는 건 분명하니 양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검경은 각자의 자료를 통해 “10회 이상의 수시 실무협의회 등을 통해 세부적인 문제점을 조율하고 있다”라며 “제도 안착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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