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박덕흠·이상직 겪고, 우여곡절 끝에 빛 본 이해충돌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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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안 발의 8년 만에 통과...‘공직자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 ‘국회의원 사적 이해관계 신고 의무화’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을 시 이를 조치할 제도적 장치가 이제야 마련된 것이다. 시민사회에서 법안 제정 필요성을 제기한 지 20여 년 만, 국회에 관련 법안이 처음 제출된 지 8년 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해충돌방지법)’을 가결했다. 의원 251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240표, 반대 2표, 기권 9표로 국회 최종 입법 관문을 통과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 방안이 세부적으로 담긴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표결에 부쳐졌다. 의원 252명이 투표권을 행사해 찬성 248표, 기권 4표로 이 법안 역시 입법 문턱을 넘었다.
‘사적 이해관계 신고’,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이해충돌방지법은 제정안으로 기존의 반부패 관련 법안들과 달리 부패행위를 사전에 제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국회의원 등 국가 정무직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등 지자체 정무직 공무원 등은 ‘고위공직자’로 분류돼 더 강한 규제를 받는다.
법안에 따라 공직자는 앞으로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직무 관련자’가 ‘사적 이해 관계자’임을 알았을 경우 14일 이내에 소속기관장에게 그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부동산을 직접 취급하는 공공기관의 공직자, 택지개발·지구지정 등 부동산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 공직자는 관련 부동산을 보유·매수 시 14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등은 소속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에 가족을 채용할 수 없다. 소속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도 없다.
공직자는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 및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재물,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수 없다. 제3자가 재물,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해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긴 공직자는 7년 이하의 징역, 제3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벌금은 최대 7천만 원이다.
법안엔 고위공직자가 임용 전 3년 이내에 민간 부문에서 업무 활동을 한 경우 해당 내역을 소속기관장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퇴직공직자와 특정 유형의 사적 접촉을 이룰 시 이 역시 신고하도록 했다.
이날 통과한 이해충돌방지법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정부안을 골자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정문·유동수, 정의당 심상정·배진교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병합 심사해 마련됐다. 법안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박덕흠 사태’ 재발 막을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 세부 법안인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당선인이 당선 직후 30일 이내에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국회의원은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이 임원 등으로 재직 중인 경우를 포함, 자문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법인·단체의 명단과 업무 내용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의 주식·부동산 보유 현황과 의원 본인의 민간업무 활동내역 등 사적 이해관계에 관한 사항도 함께 등록해야 한다.
또한 소속 상임위원회 안건심사와 관련, 의원 본인 또는 가족을 포함한 사적 이해관계자가 직접적인 이익·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안 경우에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그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상임위 위원장에게 관련 안건 등에 대한 회피도 의무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수년간 가족 명의 건설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대 공사를 편법 수주해 논란이 된 무소속 박덕흠 의원 사례처럼, 의원이 의정활동 중 얻은 정보로 이해충돌 문제를 발생시킬 땐 이제 법안에 따라 징계가 가능하다.
국회법 개정안을 심사한 운영위원회는 이 법의 시행일을 2022년 5월 30일로 설정했다. 다만 부칙에 특례를 두어 의원은 2022년 4월 15일까지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하도록 해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부터는 이해충돌 여부를 고려한 위원 선임을 하도록 했다.
20년간 ‘이해충돌’ 공론화한 참여연대, “입법 보완” 강조
21대 국회는 지난해 개원과 동시에 이해충돌방지법 논의를 요구받아왔다. 권익위는 지난해 6월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무소속 박덕흠·이상직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을 거치고도 법안 논의를 미뤄왔다. 그러다 올해 3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기자회견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폭로되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부랴부랴 이해충돌방지법 논의에 돌입했다.
시민사회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명시한 첫 법안 마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년간 공직자 이해충돌 의제를 공론화하고 관련 입법 운동을 해 온 참여연대는 법안 본회의 통과 직후 논평을 내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해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자 정보와 민간 부분의 활동내역은 공개를 의무화되도록 하는 입법적인 보완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의원이 본인과 가족의 사적이해관계 정보를 등록하되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은 부분을 비판하며 “(사적이해관계 정보) 상시공개를 통해 시민의 감시 기제가 가능하고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중요한 정보로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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