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수화(手話)를 배워보자

 

[경인칼럼] 수화(手話)를 배워보자

조성면_-_전문가칼럼.jpg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지금 우리는 엄청난 축복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를 모르고 있거나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정말 그런가. 불교의 '사십이장경'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 몸 받기 어렵고 사람 몸을 받는 중에도 남자 되기 어렵고 비록 남자가 되었을지라도 육근을 완비하기가 어렵다(得爲人難 旣得爲人 去女卽男難 旣得爲男 六根完具難)'. 지금 보면 다소 성 차별적인 언사로 볼 여지도 있지만, 이 말의 본의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어려운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큰 축복으로 생각하고 또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몸으로 태어나는 것이 어려운데, 사지 육신이 온전하게 태어나 살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큰 은혜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매 순간을 긍정하며 행복한 줄 알고 살라는 것이리라.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사실 이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가 아프거나 편도선만 부어도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위장병이 나도 정상적인 식사가 어렵다. 또 퇴행성관절염이나 척추협착증만 와도 걷는 일도 어렵고 난감한 일이 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보면 병마로 고통을 받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 불평 불만하지 말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살자 다짐하곤 한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말하고 보고 듣고 밥 먹고 잠자고 걷고 하는 당연한 일들이 실로 당연하지 않은 어마어마한 축복임을 깨닫게 된다. 


평소엔 장애인 편의시설 관심없이 지나쳐
어쩌다 점자책 등 접해도 무심하게 넘어가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은 잠시의 각성일뿐 살다보면 이를 까맣게 잊게 된다. 그러다가 누가 큰일을 당하여 문병, 문상을 가면 다시 이런 깨달음과 순간의 반성이 찾아오곤 하나 이내 다시 긴 망각 속에 빠져들고 만다.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동하고 머무르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멈추는 일(行住坐臥語默動靜)이 큰 축복이요, 행복임을 알아 무리한 욕심 내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사는 삶의 지혜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코다(CODA)'가 작품상·남우조연상·각색상 등 모두 3관왕을 차지했다. 코다는 청각 장애인의 자녀(Child of Deaf Adult)란 첫 글자들을 따서 만든 제목이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코다 배우 트로이 코처는 실제 농인 배우로서 빼어난 연기로 깊은 감동과 인상을 주었다. 코다는 아카데미는 물론 장애인 예술사에서 두고두고 기억되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 수가 263만3천26명인 것으로 집계돼 있다. 장애우 외에도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까지 계산에 넣으면 실로 많은 이들이 평범한 보통의 생활을 누리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그러니 '사십이장경'의 말씀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1963년 우리나라에서도 최초 수화책 발간
간단한 수화 익히면 장애인과 소통 큰 도움


공공기관 건물이나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다 보면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나게 되나 늘 특별한 생각 없이 지나친다. 어쩌다 점자책이나 수화 등을 접해도 무심하게 넘어간다. '코다'를 계기로 점자와 수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우리 점자는 박두성 선생의 '훈맹정음'에서 나왔으며, 수화(sign language)로 활용되는 한글 지문자(智文字, finger language)는 1947년 국립맹아학교 초대 교장 윤백원 선생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 수화는 선교사인 로제타 서우드 홀(R.S.Hall) 여사가 1909년 평양에 농학교를 세우고 농교육을 시작하면서 비롯되었고, 1963년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도 최초로 수화책이 발간됐다. 이런 수화를 장애인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이나 일반시민들에게도 간단한 수화 몇 가지만 익히도록 해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효과가 있을 것 같고, 장애인들과 소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모두가 간단한 수화를 몇 개라도 익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