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대통령실 이름을 왜 ‘영어’로?
[잡채기 칼럼] 대통령실 이름을 왜 ‘영어’로?
- 문주영 편집위원
- 입력 2022.04.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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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의 피해를 냈다는 강원도 울진 삼척의 산불을 국민은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다. 무려 213시간 만에 불을 잡을 수 있었다. 주민도 소방당국도 많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리송한 게 있었다.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의 이름이 하필이면 ‘쉘터’였다. 영어였다. TV 재난방송에서 ‘대피소’라고 소개한 곳에 ‘쉘터’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워낙 영어를 많이 쓰는 오늘날이다. ‘쉘터’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재난방송은 ‘쉘터’가 우리말로 무슨 뜻인지 풀어주지도 않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쉼터’라는 우리말이 아쉬웠다. 만약에, ‘쉘터’의 의미를 몰라서 희생자가 생겼다면 누구 책임일 것이었을지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나마 ‘영어’가 아닌 ‘한글’로 ‘쉘터’라고 써놓은 게 다행스러웠다.
‘검색’을 해보니, ‘쉘터’는 또 있었다. 인천항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자 안전 쉘터 설치 지원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가 그랬다. ‘안전 쉘터’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낙하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긴급 대피공간이자 작업자들이 대기·휴식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역시 우리말이 아쉬웠다.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한글날을 맞아 ‘뉴시스’와 국립국어원이 시행한 조사가 있었다. ‘팬데믹’이라는 말을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인 응답자는 93.2%가 ‘들어본 적이 있고 의미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 반면, 중학교 졸업 이하는 그 비율이 51.1%에 그쳤다.
4년제 이상 대학 졸업자는 86.2%, 4년제 미만 전문대학은 73.6%, 고등학교 졸업자의 경우는 67%가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학력에 따라 이해도가 달랐다. 국립국어원은 ‘감염병 세계적 유행’을 우리말 대체어로 제시하고 있었다.
‘쉘터’의 경우도 비슷할 듯싶었다. 학력이 높을수록 그 뜻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쉘터’뿐일 수 없다. 비상시가 아닌, 평소에 거주하는 아파트에도 ‘까다로운 이름’이 붙고 있다.
공사가 중단되었다는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이라고 했다. ‘포레온’은 숲을 뜻하는 ‘포레트’가 ‘온다’는 의미라는 풀이였다. 많이 까다로웠다.
영어뿐 아니라 독일어도 사용되고 있다. 몇 해 전 재건축했다는 ‘위버필드’다. 독일어로 ‘위쪽’, ‘상위’라는 뜻인 ‘위버’에 영어로 들판을 의미하는 ‘필드’의 합성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주, ‘특별경호구역’으로 설정되었다는 서울 서초구의 ‘아크로비스타’도 어려웠다. ‘정상, 최고’를 뜻하는 ‘아크로’와 이탈리아어로 ‘전망’이라는 ‘비스타’를 합친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대통령실’에도 어쩌면 영어 이름이 붙게 생겼다.
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새 대통령실 이름을 국민에게 물을 계획이라며 임시로 ‘피플스 하우스’라고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국민의 집’이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였기 때문에 ‘피플스 하우스’라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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