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참상, 러시아 프로파간다·가짜뉴스가 가로막아”
- 윤유경 기자
- 입력 2022.04.22 17:57
- 댓글 2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러시아 프로파간다 선전 주의해야해”
“국내 언론 취재 제약으로 선전 판별 어려워,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 허용해야해”
최근 폴란드-러시아 국경지대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가 러시아가 동원하고 있는 선전전,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한국 외교부의 우크라이나 출입 지역 제한으로 국내 언론의 취재 제약이 커 가짜뉴스를 제대로 판별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설훈·양기대 의원은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MBC피디수첩 ‘전쟁의 진실 인사이드 우크라이나’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는 김영미 PD와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긴급 현지상황 보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국회 화상 연설 당시 동시통역을 했던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현재 한국 기자들은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달 3월 18일 한국 언론인의 우크라이나 방문 제한을 일부 풀었지만, 예외적 방문을 허용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가장 먼 서남부 체르니우치주 지역 취재만 허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한번에 4명 이내, 2박 3일 동안만 체류를 허용한다.
김 PD는 “키이우에 수백명의 외신들이 와서 각자 자신의 나라 이익을 위해 취재를 하는데, 한국 국적 기자들은 들어갈 수 없다”며 “외교부에 허가를 부탁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한 시간만에 거절당했다. 억대의 촬영 비용을 들여 현지에 있는 카메라맨을 고용해 취재팀이 비디오폰으로 위성을 켜놓고 내가 확인해 중계하는 식으로 취재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PD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민간인들의 참혹한 현실을 전했다. 김 PD는 “피난민들은 시한부 수용자와 같은 심정으로 눈만 뜨고 있다”며 “그저께 한 피난민이 연락해 자살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여기서 어떻게 빨리 자살할 수 있는지 알려주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를 해서 빨리 천국에 가 있을테니 나중에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인간이 존엄성이 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방송에는 모두 담지 못한 14살 소년 ‘유리’의 이야기도 전했다. 취재진은 길에 한참을 서있던 유리를 인터뷰했다. 한 달 가까이 방공호에 숨어 있던 유리와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식량을 구하러 가는 길에 러시아군을 만났다. 아버지가 두 손을 들고 아들을 확인하는 순간 총에 맞아 사망했다.

유리에게도 총을 쐈지만 다행히 총알이 귀 옆으로 빗겨갔고, 유리는 죽은 척하고 쓰러져있다가 도망갔다. 어머니는 러시아 군에게 가 시신을 가져가게 해달라고 빌었고, 혼자 힘으로 시신을 옮겨 집 꽃밭에 묻었다. 유리는 꽃밭을 가리키며 김PD에게 “아직도 아빠가 저기에 있다”고 말했다.
“왜 거기 서있었냐”는 김PD의 질문에 유리는 “어떤 기자한테는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우리 아버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러시아군이 총을 쐈다. 나는 그들이 러시아군이었다는걸 증명할 수 있다. 분명 (군복에) 러시아라고 적혀있었고, 그들은 러시아어를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PD는 “지금 유리는 국제형사재판소 조사과정에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다”며 “아이는 14살이지만, 본인 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비극에 대해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파간다 선전전, 가짜뉴스 판쳐…한국 현지 취재 절실해”
김 PD는 이번 전쟁에서 특히 러시아의 프로파간다 선전을 주의해야함을 강조했다. 김 PD는 “도시 부차에서 429명의 시신이 나왔을 때, 러시아 유엔 대사가 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신에 있던 흰색 띠가 군인이라는 표시라며 이건 러시아가 한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이 다시 우크라이나 사람이 했다는 법의학적 증거를 내놔보라고 질문했더니, 마이크를 빼고 화내며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법의학자들이 투입되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조사를 하며 사람들의 신원을 밝히는 과정에서 너무나 평범함 민간인이었음이 밝혀지고, 러시아는 그 사람들이 마을에서 군사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대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시신에 박힌 탄알은 우크라이나군 것이 아니었다”며 “그런 증거를 현장에서 찾아내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한 짓이라는 말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파간다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성폭행을 저지르고 선전전으로 활용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증언했다. 김 PD는 “(성폭행 등은) 우크라이나 모든 사람들을 러시아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서 발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 언제든 너네들은 인간이 아닌 생활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 PD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인질로 잡은 러시아가 세계와 전쟁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그 안에서 가장 잔혹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유린하는 모습들이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을 강간하는 걸 일부러 찍어서 내보내는 것, 몸에 흔적을 남기는 것은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전형적인 공포 심리전이다. 한 주권 국가를 그런식으로 무너뜨리는 것이 한 번 성공하면, 점점 확장돼 전쟁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취재진이 현지에 가지 못해 선전전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는 점도 우려했다. 김 PD는 “대한민국 취재진으로서 현지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 선전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직접 가서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국민들에게 어떤 것이 프로파간다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현지에 가는 취재를 외교부가 불허하기 때문에 (내가) 그걸 못하고 있다. 대신 목숨을 건 9명의 우크라이나 우리 회사 스태프들이 가서 고생을 하고 있다.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왔을 때 러시아 프로파간다가 먹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우리가 취재를 제대로 안해서, 못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했구나 반성했다. 현장에서 전부 취재를 해서 증거와 자료를 가지고 와야 제대로 판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험하다고 가지말라는 건 취재하는 사람들한테 답이 아니다”라며 “부디 국민들이 프로파간다에 헷갈리지 않게, 제대로 된 시선에서 볼 수 있는 뉴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한국 기자들을 우크라이나에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올레나 쉐겔 교수도 “내가 언론에 나가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되는게 아니라,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반박하는 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된다”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한테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지 않고, 반박하러 나온 나에게 입증해보라고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미얀마 쿠데타에도 소극적이었던 국제사회…늦기 전에 행동해야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위기’라는 게 김PD의 지적이다. 김 PD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날 짓을 했다’는 궤변을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누구도 죽어도 마땅한 사람은 없고, 어떤 나라도 폭격을 당하고 주권을 침해당해도 마땅한 나라는 없다. 민간인이 죽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죽기 전에 국제사회가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레나 쉐겔 교수도 국제사회의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소극적 대응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올레나 쉐겔 교수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국제사회는 거의 묵인했다. 거기서 러시아가 영감을 얻었고, 지금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러시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간담회를 열게 된 건 감사하지만, 사실 전쟁이 시작하고 2-3일 뒤에 열었어야 하는 간담회라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엔 난민본부 한국대표부 오호 르부샤 선임보호관도 간담회에 참석해 유엔난민 본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상황과 향후 지원 계획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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