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나의 살던 고향

 

[우리말 바루기] 나의 살던 고향

중앙일보

입력 2022.04.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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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도권에서도 벚꽃이 활짝 피었다. 이처럼 봄꽃이 만개하는 계절엔 어릴 적 시골에서 보며 자랐던 무성한 꽃과 함께 ‘고향의 봄’ 노래가 생각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고향의 봄’ 대신 ‘나의 살던 고향’으로 제목을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다. 그만큼 첫 구절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살던 고향’이란 이름이 붙은 음식점이나 기타 상호도 꽤 있다.

그러나 ‘나의 살던 고향’은 ‘내가 살던 고향’이 정상적인 우리말 어법이란 주장이 많다. 이처럼 주어 자리에 ‘의’가 쓰이는 것은 일본어 조사 ‘노(の)’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본어에서 ‘노(の)’는 우리말의 ‘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일본어에선 소유격뿐 아니라 주격조사로도 쓰인다. 주어 ‘나의’가 바로 이런 용법을 닮은 것이란 의견이다.

이와 달리 ‘나의 살던 고향’과 ‘내가 살던 고향’은 어감(뉘앙스)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세종대왕이 쓴 ‘월인천강지곡’ 등에도 ‘나의 살던 고향’과 같은 주어적 구문이 나온다는 점을 들어 이것이 꼭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인정하더라도 ‘의’를 남용하거나 일본어투 ‘의’가 쓰이는 사례는 많다.

“우리의 가야 할 길은 정해졌다”는 ‘우리의’를 ‘우리가’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다. ‘스스로의 약속’은 ‘스스로 한 약속’,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은 ‘저마다 타고난 소질’이 적절한 표현이다.

‘소득의 향상과 식생활의 서구화’는 ‘명사+의(の)+명사’로 이루어진 일본어식 표현으로 ‘의’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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