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미국에 ‘베팅’할 것인가?
<분석과전망>강정구 교수, 현 시기를 “민족 위기의 시대”라고 경고
한성
기사입력: 2013/12/11 [21:20] 최종편집: ⓒ 자주민보
“향후 시기는 미국과 중국 간의 힘의 정책에 의한 세력교체기가 될 것”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가 지난 10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유신부활에 즈음하여 되돌아보는 분단독재시기의 자주통일운동> 토론회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미국이 약해지고 그 빈틈을 치고 들어온 중국의 역할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강 교수는 내다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대 한반도 규정력이 약해질 것이며 미일동맹 또한 약해질 것이라면서 일본은 동아시아 중시정책과 중일관계 증진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지고 중국이 뜬다는 강 교수의 견해에 이견을 제시하는 정세분석가들이나 전문가는 없다. 세계와 동북아의 객관정세에 대한 강 교수의 전망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세계질서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는 미국 대 뜨는 중국’이라는 양상을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최근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중미 간의 갈등이 흥미롭게 보이는 이유이다.
미국 조 바이든 부통령의 방한이 있고 난 뒤인 8일 우리나라는 이어도 등을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안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접근해보면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마치 일본이 지난 69년에 이어도 상공을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슈면에서 그렇다. 동북아에서 패권을 놓고 발생하는 중미간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최근에 갑작스럽게 이어도까지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선포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문제로 된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중미대결전의 한 범주로서 중국이 영향력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었다. 중국의 남하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서 기본은 일본과 한국을 함께 엮어 한미일3각군사동맹의 기반을 잘 추스르는 것이었다.
먼저 일본이었다. 최근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지지해준 것이 그것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염두해두고 취한 정치적 조치였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을 통해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려는 속셈을 미국이 분명히 내보인 것이다. 이는 미일동맹이 미국의 대중전선이라는 것을 의미해준다.
한미동맹 역시 대중국전선으로서의 큰 함의를 갖고 있다.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건 좋은 베팅이 아니다'
바이든 부통령이 방한 중 박근혜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알려진 것에 따르면 준비된 발언이라고 했다. 작심한 듯이 했던 발언이라는 것이었다. 줄을 제대로 서라고 강조한 것으로 보였다. 강조가 아니라 강요일 수도 있다는 말도 나왔다. 강조든 강요든 그간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는 데 대한 미국의 불만처럼 읽히는 것은 분명했다. 이후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우리정부의 태세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였다.
파장이 커지는 것을 의식했던 것인지 한미 양 당국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을 맞추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에 선뜻 동의하려 들지 않았다.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관련이 있다면 오히려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의 위기의식이 반영되어있는 것으로 보였다.
바이든의 발언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바이든은 박대통령과 회동하고 난 뒤 연세대에서 가진 특강에서 "미국인들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서 불평도 하지 않고 한국을 지원하고 있다"는 말도 했던 것이다. 누구든 금방 알아들었지만 정부관계자는 12월 7일자 한국일보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나도 네 편 들어줄 테니, 너도 확실히 내 편 들어 달라'는 말을 세게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바이든의 놀랄만한 발언들에서 사람들은 우리정부의 친중 행보에 대해 미국이 한미동맹 더 나아가 한미일3각군사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미국이 우리정부의 자연스러운 친중 행보조차 허용하지 못할 정도로 그 위상이 약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특히 미국의 대중국전선으로서의 한미일3각군사동맹구축전략이 무력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미일3각군사동맹은 애초에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은 중국의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그 뿐이 아니다. 북이 핵경제병진노선을 국가발전 전략노선으로 세우면서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 등도 한미일3각군사동맹이 동북아패권전략으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구체적인 원인으로 작동했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국이 중국에 자리를 내주며 약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선명히 보여주는 것들이다. 이것은 엄연히 미국의 위기이다.
위기에 내몰린 미국의 처지는 이렇듯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지식인인 강 교수에게까지 포착되어 ‘힘의 정책에 의한 세력교체기’라는 정세인식을 주기에 이르른 것이다.
“과도기적 와중에 미국의 단말마적 발버둥에 휩쓸려 전쟁위기 등이 정점에 이를 수 있는 민족위기의 시대”
토론회에서 강 전 교수가 했던 또 하나의 주장이다. 중미 간에 세력교체기라는 객관적 조건이 ‘우리 남과 북이 자주역량을 펼쳐 우리의 생명권, 평화권, 통일권을 일구어 낼 평화통일 최적기’이지만 동시에 그 반대로 과도기의 특성 상 위험한 시기일 수도 있다면서 한 말이다.
극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의 단말마적 발버둥에 휩쓸려 전쟁위기”에 이르를 수 있다는 지적은 주목해야할 것이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세력교체기에 접어들어 있는 지금의 과도기가 가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다. 강 교수는 세계패권 상실이라는 위기에 내몰린 미국이 행여 잘못된 정책결정을 할 것에 대한 우려를 심각한 수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앙정부가 언제라도 ‘셧 다운’될 상황에 처할 정도로 위기가 일상화되어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강 교수의 정세인식에 결부하여 많은 정세분석가들은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현재 박근혜정부마저 최고최대의 위기에 내몰려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역사는 위기를 벗어나려는 행동을 통해 위기가 더 심화되었던 경우를 수 많게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중에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전쟁이었다고 했다.
정세전문가들은 특히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이 주된 흐름이었던 김대중 정부시기 때도 남북 간 무력충돌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강 교수가 토론회에서 결론으로 언급한 다음과 같은 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세력교체기로 조성된 객관적 호조건에 걸맞게 주체적 조건을 형성하고, 6·15와 10·4선언 정신으로 되돌아가고, 자주적 행보를 보여 평화와 통일을 이끌어 갈 주체화 행보를 걸어야 한다”
미국에 '배팅'할 것이 아니라 민족에게 '배팅'할 것을 주문하고 있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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