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문을 여는 진짜 대통령을

<신년칼럼> 이활웅 통일뉴스 상임고문 이활웅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12.31 16:13:24 트위터 페이스북 이활웅 (본사 상임고문, 재미 통일연구가) 1. 초특급 국헌파괴 지난 2012년 말 대선에서는 치열한 접전 끝에 구 한나라당의 이명동체(異名同體)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어 이듬해 2월 25일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5.16 군산반란의 수괴요 유신독재의 화신으로 장장 18년 간 반공반북의 기치아래 남북대결을 심화시키고 인권을 유린하고(특히 여권을 짓밟고), 사법살인을 자행하는 등 미증유의 폭정으로 국민을 학대하다가, 마침내 참다못한 자기 수하의 손에 비명횡사한 박정희의 여식이 33년 후 드디어 대통령자리에 오른 것입니다. 가히 한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희한한 일이었습니다. 박 여사는 당선인사와 취임사 등을 통해, 자기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 화해와 탕평책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끊을 것, 모든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인재를 골고루 등용할 것, 법이 정의의 방패가 되는 사회를 만들 것, 그리고 “창조경제”로 나라를 부흥시켜 모든 국민이 행복한 “100퍼센트 대한민국”을 만들 것 등을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박 여사의 집권 두 번째 해로 접어드는 지금, 한국은 과연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까? 유감스럽게도 그녀가 국민에게 약속한 위의 내용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녀의 정부는 이미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정부로 호칭되고 있습니다. 화해와 탕평은 고사하고 청와대와 정부의 요직은 철저히 유신 독재를 거들거나 예찬하고 옹호하던 인물들로 채워졌으며, 그들의 비위를 거스른 공직자들은 사정없이 찍혀나가고 있습니다. 민주정치의 상도인 여야 간의 협상과 타협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 대통령을 맹종하는 여당의 독주만 있을 뿐입니다. 아비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정치에 투신했다는 효심 지극한 박 여사의 뜻에 따라, 일제의 식민지배와 유신독재의 의미를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역사교과서를 수정하는 작업도 정부 주도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근로자와 서민들은 멸시되고 푸대접받고 탄압받고 민생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습니다. 대학교수들은 지난 한해의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 - 순리를 거슬러 잘못된 길을 고집한다는 뜻)를 골랐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한 대학생이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박 여사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박 여사의 대선 당선이 국정원과 군부와 경찰 등 국가기관에 의한 대규모 선거개입의 결과로 이루어졌다는 일입니다. 물론 박 여사 자신은 이를 자기와는 무관한 일이라 잡아떼고 있으며 또 그의 추종자들은 이제 와서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대선이 국가기관의 불법적이며 조직적인 개입에 의한 부정 선거였으며 그 정도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고도 남을 만큼 우심했다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박 여사의 대통령당선과 취임은 실로 1960년의 3.15 부정선거 이래 처음 있는 초특급 국헌파괴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박 여사가 대통령직을 내놓고 물러가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2. 위통령(僞統領)들 1911년 신해혁명으로 멸망한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는 1932년 군국주의 일본이 꾸며낸 괴뢰 만주국에서 1934년부터 1945년 일제패망 때까지 황제로 재위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위황(僞皇) 즉 가짜 황제라 부릅니다. 박근혜 여사도 대통령 선거의 당선자로 공식 결정돼 그 자리에 취임했지만, 그 선거가 관권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불법선거였음이 밝혀진 이상, 그녀는 참 대통령이 아니라 가짜 대통령 즉 위통령(僞統領)이라 불려야 할 것입니다. 사실 한국에는 박 여사 이전에 이미 정통성 없는 대통령, 즉 위통령들이 있었습니다.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한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사망 또는 임기만료 때까지 정당한 대통령인양 군림하고 행세했을 뿐 아니라 그 후에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고 특권을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호칭은 위통령으로 바로잡고 예우도 철폐돼야 할 것입니다. 이들 위통령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나 도전을 미리 방어 내지 차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항상 남북의 분단현실을 역이용했다는 맹랑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북과의 화해협력을 통한 긴장완화보다 공연히 북을 자극하거나 멸시하거나 모욕하여 북의 반발을 유도하고 그를 기화로 “안보”의 명분아래 대북경계심 내지는 적개심을 고양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거나 평화통일을 위한 화해협력을 역설 내지 추진하는 인사들을 예전에는 “빨갱이”로 근래에는 “종북”으로 몰아 배척하고 탄압해 왔습니다. 그리고 자국의 동북아정책의 관점에서 한반도 분단의 장구화를 바라는 외세의 도움을 받으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봉사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족의 숙원인 남북의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어떠한 사업도 제대로 성과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민족으로 남아있다는 참으로 서글프고 답답하고 부끄러운 사연의 근본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3. 국민의 초법적 자주역량으로 한국에서 이렇듯 위통령들이 줄줄이 나와 버젓이 끝까지 버틸 뿐 아니라 퇴임 또는 사망 후에도 전직 대통령의 명예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합법이건 불법이건 수단방법을 가릴 것 없이 일단 대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뒤집을 수 없는 기정사실일이 돼버린다는 사고방식이나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기본이념과 나갈 방향을 제시한 헌법 전문에는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는 부정선거로 당선되고 집권한 대통령에게는 정통성이 없으며 국민에게는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헌법상 권리이자 의무가 있다는 뜻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현행헌법에는 이와 같은 “불의에 항거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구체적으로 행사하고 이행하는 법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런 법절차를 새로 규정하기 위한 개헌을 시도하는 것도 위통령과 그 추종세력이 버티고 있는 정치현실로는 실현성이 없습니다. 하물며 부정선거로 권좌에 오른 철면피의 당사가가 스스로 뉘우치고 자진 사퇴한다는 것은 더 더욱 기대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한국의 최상위법인 헌법이 천명한 4.19민주이념의 계승은, 그 하위법 체계에 아직 구체적 절차규정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 국민에 의한 “불의에 대한 항거”, 즉 국민의 자주적인 민주역량으로 실현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부정의 뿌리를 뽑고 가짜가 아닌 진짜 대통령을 세워야만 나라의 기틀이 바로잡혀서 모든 일이 순리대로 돌아가고 민족의 최대 과제인 평화통일의 문도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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