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기고> “수령·후계자론” 그 정당성을 얻다 김광수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13.12.05 10:29:31 김광수 / 정치학(북한정치) 박사, ‘사상강국’의 저자,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 2013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서는 ‘북한발 쇼크’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보기에 따라 이 쇼크는 ‘종북몰이’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되어질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북한적’ 시각에서 이 쇼크를 분석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팩트(fact)를 잘 분석해야만 ‘잘못된’ 정치적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북한학문을 전공한 학자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발표한 그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노동당 행정부의 핵심간부인 리용하 제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 처형됐다는 사실과, 그 죄목은 ‘비리 등 반당 혐의’이며 이 연장선상에서 당 행정부장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실각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BBC방송, 워싱턴포스트, 인민일보 등 외신보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국정원의 보고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국정원식 fact가 만들어진다. 장성택의 핵심측근들인 리용하, 장수길은 처형되었고, 장성택 본인도 실각되어 근신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신과 국정원에서 뽑아내는 보도의 내용이다. 용어로만 보면 ‘장성택 실각설’, ‘권력투쟁설’, ‘김정은체제 불안정설’, ‘쿠데타 불발설’에서부터 ‘숙청’, ‘2인자의 몰락’, ‘당행정부 무력화’ 등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다 진보적 인사들조차 그 관전평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분석의 수준도 대개 이렇다. 장성택의 실각은 2013년 올해 들어서면서 나타났던 장성택 부장의 당내 위상 저하(김정은의 현지지도 동행횟수 감소: 북한체제의 특성상 수령의 현지지도 때 동행횟수가 감소하는 것은 분명 위상저하와 전혀 무관할 수는 없다)와 관련되었다거나,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부터 당 간부의 부정부패, 관료화, 귀족화된 간부들의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등 당 간부들의 비리 척결을 강조했는데, 장성택의 숙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든가, 또는 리영호와의 비교인데, 이는 2012년 7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어 리영호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 해임을 결정한 것과 같이 장성택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노선에 반발했고 이를 계기로 세대교체 인사 단행한 것 아닌가 하는 입장들이다. 과연 그런가? 숙청설과 반당혐의 외의 시각은 불가능한 것인가? 두 물음에 대해 본 글은 위의 두 입장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위의 두 입장이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외신과 국정원의 시각보다는 진보적 인사들의 시각이 보다 객관성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하여 북한이해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한 ‘100%’ 정답은 아닌 것이다. 그럼 정답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는 타이밍적 측면에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시점을 의심할 수는 있으나, 본 글의 목적은 위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와 같은 ‘정치적 의도’, 혹은 ‘북한적 변수’와 상관없이 북한의 주체사상, 선군사상의 국가적 원리 ‘통치이데올로기’에 충실하여 볼 때 ‘장성택의 2선 후퇴’ 그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인데,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해진다. 첫째는 “수령·후계자론”이 그 정당성을 입증하였다는 사실이다. 아시다시피 북한의 수령·후계자론의 핵심은 후대수령은 선대수령과 비교하여 볼 때 한세대(북한에서는 보통 한세대라 함은 30년을 가르친다)뒤의 인물이다. 또한 선대수령을 모셨던 핵심 당 간부들은 ‘혁명(항일)원로’로 대접받는 동지애적 관계가 성립한다. 동시에 수령을 모시는 태도와 자세는 ‘대를 이어 충성’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 모델케이스가 최현(김일성과 함께한 항일빨치산 동료)에서 최룡해(현 군 총정치국장)로 이어지는 ‘대를 이어 충성’하는 관계의 성립이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은에로의 수령승계는 김정일시대의 당 핵심간부들은 ‘혁명원로’로 예우되면서 동지애적 관계가 맺어지고, 다음 세대는 대를 이어 충성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인데, 장성택이 정말로 부정부패 등 반당행위(북한에서 실재 반당, 혹은 간첩행위가 일어났다면 이에 대해서는 공개처형이 가능하다)를 하여 숙청당했건, 이 사실관계가 아닌 ‘자연스러운’ 2선 후퇴이건 작금의 상황이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북한체제가 자신들이 (이론적으로) 정립한 수령·후계자론의 현실적 정당성을 입증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백번 양보하여) ‘장성택의 사람들’로 보이는 두 인물이 공개 처형되었기 때문에, 장성택의 ‘혁명원로’에로의 동지애적 예우문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막장드라마에 익숙해진 남한사람들이 갖는 ‘유혹의 덫’이다. 즉 장성택의 2선 후퇴가 보다 드라마틱해져야만 남한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당분간 ‘정치적’으로 우려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있지도 않는) 가상의 ‘2인자’ 설정과 이에 따른 ‘추락보도’는 언론과 수구·보수세력, 전문가들이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어째보면 너무나 당연한 접근방법이지 않겠는가 싶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을 ‘2인자’로 설정하는 막장드라마는 말 그대로 북한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가상인 것이다. 즉 북한체제의 속성을 너무도 모르거나, 이도 아니면 ‘의도적’ 왜곡을 통해 자신들-언론과 수구·보수세력, 전문가들-의 상품성을 부각시키려는 ‘꾼’들의 장난일 뿐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시다시피 북한체제는 수령-당-대중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적 국가이자 정치적 결사체 ‘대가정’이다. 그래서 이 원리에는 애당초 ‘2인자’라는 개념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장성택의 사람들’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성택이 숙청되었건 2선으로 물러났던 그 이유만으로 수령(유일)중심의 북한체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학문적) 가설은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위 두 사실로부터 종합해 볼 때 장성택의 실각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장성택 실각설’, ‘권력투쟁설’, ‘쿠데타 불발설’ 등이 결국에는 남한의 호사가들이 ‘북한적 변수’에 기대어 좀 재미 보겠다는 의도가 농후한 것이고, 또 다른 분석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당내 위상 저하’, ‘비리 등 반당 혐의’에 의한 숙청 등의 인식에는 fact에 충실한 분석이기는 하나 너무 ‘현상적’인 접근일 수밖에 없다. 하여 본 글은 다음과 같은 인식 스탠스(stance)가 적당하다는 것을 밝히면서 마무리할까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백번 양보하여 수령·후계자론에 입각한 분석이 어렵다면, 대한민국도 새로운 통치권자‘ 대통령’이 들어서면 그에 따른 각료들이 임면되듯이 북한도 ‘새로운’수령 김정은에 의해 김정은의 사람들로 채워져 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인식 정도면 적당하다. 그리고 이를 굳이 좀 더 세련되게 포장하고자 한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세대교체를 통해 당, 정, 군에 대한 자신의 직할체제를 강화하고 이 바탕위에서 제3기 수령인 자신의, 즉 김정은시대를 열어나가겠다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하는 것 정도로 말이다. (너무 호들갑을 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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