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사고 원청사, 전국 11개 항만서 지금도 ‘작업중’
4단계, 위험의 ‘구조적 외주화’
정부-시행-관리-인력파견
10년간 혈세 300억원
보조금 명목으로 받아간 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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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 사망사고에 책임이 있는 원청사 동방이 전국 주요 항만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물셋 이선호씨 목숨을 앗아간 구조적 위험이 전국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중 최소 2곳 이상은 수백억대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혈세를 통해 동방을 지원하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에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이었다.
18일 <민중의소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사고가 발생한 평택·당진항 운영사인 주식회사 동방은 연매출 5천억원 수준의 항만하역·운송 중견 기업중 하나다. 동방은 평택항을 비롯해 전국 주요 항만·항구 22곳에 지점을 둔 전국단위 기업이다.
한국항만물류협회에 따르면 동방은 평택·당진항을 비롯한 부산, 인천, 광양, 울산 등 전국 5대 항만을 비롯해 태안, 목포, 포항, 마산, 하동, 호산항 등 전국 11개 항만에서 하역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점유율은 6%대로, CJ대한통운이나 한진그룹 같은 재벌 대기업을 제외하면 업계 1위 수준이다.
항만하역은 수출입 상품을 배로 옮겨 싣거(적하)나 배에서 내리(양하)는 일이다. 적하 작업은 컨테이너 1개 단위로 이뤄지는데, 한 기업의 수출 상품이 컨테이너 하나를 다 채우지 못할 경우 여러 기업의 제품을 한 컨테이너에 혼합해 싣는다. 반대로 수입 컨테이너에 여러 업체 제품이 있을 경우 따로따로 빼내 보관한다.
따라서 하역업체는 항만 내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자가부두를 갖춰야 한다. 대게 부두 배후부지에는 수출입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물류 창고가 있고, 컨테이너를 선적할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을 비롯한 다양한 중장비도 보유한다. 동방은 전국 11개 항만에 이런 설비를 갖추고 사망 사고가 발생한 유사한 하역작업을 진행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평택항에서 동방이 차지하는 하역 처리 비중은 전체의 7.1%(772만톤)에 달한다. 동방 비중이 높은 항은 태안(29.4%, 1,433만톤), 하동(34.1%, 1,064만톤), 호산(15.6%, 559만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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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동방의 외주화 비중이 높아 안전사고의 위험도 따라 올라간다는 점이다. 동방의 하역작업 외주화 비율은 업계에서도 높은 편이다.
동방의 평택항 관리 등록 인원은 모두 66명으로 이중 절반이 사무·관리 등 일반직이고 기능직은 32명에 불과하다. 전체 인원 대비 기능직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48%)이다. 비슷한 하역량을 기록하고 있는 A업체 기능직 비율 65%나 CJ대한통운 92%에 비해 매우 낮다. 평택항에서 하역을 담당하는 20여개 영세 업체까지 모두 포함한 평균 기능직 비율(55.4%)에도 못 미친다.
대책위 관계자는 “안전 규정 준수는 둘째치고, 업무 구분도 없이 사람을 공급받고 위험한 작업에 투입하는 것이 동방의 주먹구구식 인력 운용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동방이 운영하는 11개 항만, 22개 지점의 인력운용 시스템에 불법이 있는지, 안전규정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추가 피해 예방의 관건이다.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경기도·경찰청 등 관련 기관들은 지난 14일 첫번째 합동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전국 5대 항만은 물론 동방에 소속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합동 점검·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사 기간이다. 2주밖에 되지 않아 효과적인 감독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평택·당진항에서 동방과 같이 하역을 담당하는 업체는 등록된 곳만 23곳에 달한다. 전국 5대 항의 등록 하역 업체는 200곳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 사업장을 모두 돌며 안전보건조치, 위험기계기구 점검, 보건교육 이행 등을 점검하기에는 시간도 인력도 부족해 보인다. TF 관계자는 “모든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협업해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방측은 지난 12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에서 ‘작업 현황 및 안전관리 사항을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평택 이외에 다른 사업장도 재점검하겠다는 뜻인가’ 등의 구체적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고 발생 기업의 다른 사업장을 신속하게 점검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과거에 비해 나아진 점”이라면서도 “문제는 점검과 감독의 질이다. 사고가 발생한 컨테이너와 똑같은 형태의 장비만 보겠다고 할 수도 있고 전반적인 점검을 할 수 있다. 결국,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감독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시행-관리-인력파견
4단계, 위험의 ‘구조적 외주화’
동방은 항만에 직접 투자해 부두를 개발하고, 그 운영권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항만개발에 민간자본을 유치했다. 동방은 최소 2개 이상의 항만 개발 사업에 투자했고, 개발한 항만을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50년까지 독점 운영할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중앙·지방정부나 공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도로·철도와 달리, 항만 수익사업은 상당 부분 민간자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동방의 하청계약으로 고용된 대학생 이씨가 숨진 ‘위험의 외주화’ 뒤에는 정부-항만관리 시행사-항만운영 대행사(동방)-인력파견업체라는 4단계 하청 구조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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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평택항 조성 사업 공식 명칭은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1,2,3) 시설사업’이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 수도권 및 중부권역의 컨테이너 물동량 확보를 위해 평택항 확장을 추진했다. 4선석(4척의 대형 선박이 동시에 배를 대고 컨테이너를 내릴 수 있는 시설)이었던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을 7선석으로 확장하는 사업이었다.
바다를 메워 축구장 57개 넓이(12만7천여평) 부지를 조성하고 720m가량의 안벽(통상 부두라고 부르는 육지와 평평하게 만들어진 벽, 안벽을 따라 대형 선박이 정박한다)을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시작된 공사는 이명박 정부로 넘어온 2010년 5월에야 끝이 났다.
총사업비는 1,680억원 규모로 이중 80%(1,330억원)를 민간으로부터 투자받았다. 민간투자사는 사업비를 부담하고 대신 완성된 항만의 운영권을 독점적으로 확보(30년)해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정부는 항만의 소유권을 갖고, 대신 운영을 위탁하되 약속된 기간이 끝나면 운영권까지 반납받는 구조(BTO_Build Transfer Operate )다.
정부가 30년간 운영권을 넘긴 주체는 평택아이포트라는 항만조성 시행사였다. 평택아이포트에는 실제 공사를 맡은 건설사 HDC(당시 현대산업개발)와 항만하역기업인 동방 등이 출자에 참여했다. 출자한 비율대로 시행사 지분을 나눠 가졌다. 당시 지분은 HDC 25%, 동방 10% 수준이었다.
동방은 이후 시행사인 평택아이포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대주주로 올라섰다. 평택아이포트는 중간에 동방의 사명을 넣어 평택동방아이포트로 이름을 바꾸고, 항만 운영 대부분을 동방에 재위탁했다. 동방은 평택항 운영을 외주 받으며 매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결국, 동방은 평택동방아이파크를 통해 오는 2040년까지 평택항만 운영권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울산신항을 관리하는 유엔씨티 역시 평택항과 같은 사업구조다. 울산신항 조성 시행사인 유엔씨티 최대주주는 동방으로 전체 지분의 41.54%를 보유하고 있다. 유엔씨티는 2015년부터 울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 관리운영업무를 동방에게 위탁하고 있으며 동방은 이를 통해 매년 17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영업을 시작한 유엔씨티는 2049년까지 50년간 사업권을 보장받고 있다.
동방은 평택동방아이포트, 유엔씨티 이외에도 포항영일만항운영(주), 마산항5부두운영(주), 울산항6,7부두운영(주), 대산항만운영(주) 등 총 6개 항만 운영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 회사는 동방과 이름이 다르지만 평택·울산신항과 마찬가지로 하역 업무를 동방에 재위탁해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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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혈세 300억원
보조금 명목으로 받아간 동방
주무부처는 “권한 없다” 발뺌
동방은 사실상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정부는 평택항 운영을 맡은 평택동방아이포트에 지원금을 주고, 이 지원금이 실제 운영을 위탁받은 동방으로 흘러 들어간다.
평택항 확장 조성계획을 보면 정부는 민간투자 사업자에게 최소운영수입보장(MRG_Minimum Revenue Guarantee)을 약속하고 있다. 관련법에 따라 정부는 사업시행자에게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장기 저리로 빌려줄 수 있다. 보조금은 추정 운영수입의 최대 90%까지 지급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평택동방아이포트는 운영을 시작한 2010년부터 10년간 매년 20~3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보조금 규모가 대폭 늘어 8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급됐다. 지난 10년간 보조금 규모는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보조금 지급을 담당하고 있는 주체인 해양수산부가 노동자들의 안전사고에는 사실상 무관심하다는 데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까지 “항만 안전관리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해명해 왔다. 안전관리는 고용노동부 소관이니 자신들이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태도다.
“권한이 없다”는 입장은 관련 규정을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평택항 확장 사업계획을 보면 주무 부처인 해수부 장관은 “사업자의 관련 업무를 감독하고 감독상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간투자법이 규정하는 바에 따른 관리·감독 권한이다. 민간투자법 45조는 해수부 장관이 부실시공 방지,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면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중대한 위반의 경우 사업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변호사·회계사)는 “해양수산부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주무 부처는 아니라 하더라도 실시협약에 근거해 개입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며 “규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석 의지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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