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인 시위 나선 청년들 “살기 위해 일터 갔다가 죽는 일 없어야”
청년 의원·당원·활동가, 故 이선호 친구들 피켓·촛불 들고 재발방지 대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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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의 故 이선호 항만 하청 일용직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 청년 정당인, 청년단체 활동가 등이 촛불을 들었다. 선호 씨 친구들도 멀리 평택에서 상경해 촛불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11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일대에 촛불이 켜졌다. 청년정의당, 청년유니온, 청년진보당, 청년녹색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당원 및 활동가들이 정부서울청사 일대에서 흩어져서 피켓과 함께 촛불을 든 것이다. 같은 시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는 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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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선호 씨의 친구인 김벼리(23) 씨도 함께했다.
벼리 씨는 “선호가 죽은 지 벌써 20일”이라며 “선호가 죽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범했던 저와 친구들, 선호 가족들은 그날부터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잘 있다가도 300kg의 쇳덩이에 깔려 악 소리도 못 내고 죽은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또 “선호를 하나의 슬픈 이름으로 남기기 싫다. 그저 일하는 중이었을 무고한 제 친구 치름 앞에 왜 ‘고’(故) 자가 붙어야 하나”라며 “제발 안전비용보다 사람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장 의원은 ‘2010년 1600도에 이르는 당진 용광로에 20대 청년이 빠져 숨진 사고 기사’에 달린 댓글 ‘그 쇳물 쓰지 마라’에 음을 붙인 노래를 직접 통기타를 치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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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 (생략) …
노래를 부르다 ‘자동차도 가로등도 철근도 만들지 말라’고 반복하는 대목에서 눈물이 쏟아진 장 의원은 잠시 노래를 멈추고 “정치가 이렇게까지 기만적이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적어도 청년이 살려고 일하러 가서 죽어서 나와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세월호에서 배운 게 뭐란 말인가”라며 “무더기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가 85%인데 3년 유예되어서 적용되지도 않는 그 법. 그 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장난치지 말라”라고 말했다.
또 “사실 (항만노동자들의 산재를 막기 위한) 법안도 올라와 있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의무가 해수부에 없어서 의무를 두자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국회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이선호 노동자는 우리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지도, 어쩌면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한다”라며 “우리사회, 늘 그렇지 않나. 시끄러울 때 쳐다보지만 다른 뉴스로 넘어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똑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현실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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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특별한 조치가 아니었어도, 기본적인 것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라며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권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반쪽짜리 법안이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에 그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위원장은 “한 사람의 생명보다 이익과 손실만 따지는 기업,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클릭 수만 따지는 언론, 이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 환멸이 난다”고 토로했다.
송명숙 청년진보당 대표는 “구의역 김군, 제주도 이민호, 태안 김용균 등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오늘 또 이선호 님의 사고를 마주하고 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슴이 저리고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노동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래서 참담하다”라며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일이 없어지려면 안전한 작업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위험한 일일수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이 자리 모인 청년,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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