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북핵 접근법 '코리안 포뮬러' 언급


한국 입맛대로, 북측에 제시할 '당근' 없어 실효성 의문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8.20 18:24:00 트위터 페이스북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17일 < KBS >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핵 문제에 관한 한국식 해법으로 ‘코리안 포뮬러’를 언급해 눈길을 끈 가운데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19일 “북한의 계산법을 바꾸게 하는 또 하나의 공조”를 제기해 주목된다. 윤 장관은 일요진단에서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구상이 있었고 최근에는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구상, ‘코리안 포뮬러’(Korean formula, 한국식 해법)를 만들어서 그동안에 황준국 본부장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갔다 오면서 긴밀히 협의해 온 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미얀마 행정수도 라피도에서 열렸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을 만나 “남북 6자 수석대표들 간에 한번 협의를 갖자”고 제안하려 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여의치 않아서 제가 제의를 못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9일 기자들을 만나 ‘코리안 포뮬러’가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 지난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 때 박근혜 대통령이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고 북핵 고도화를 차단하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재개 관련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들었다. 그는 “이 말씀에 입각해서 우리가 우리 나름대로의 구상, 굳이 영어로 표현한다면 코리안 포뮬라를 마련해서 그동안 황준국 본부장이 최근 두 달 동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협의를 했다”고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최근 행보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직접 당사국인 한국이 이러한 구상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며 “한국의 노력을 좋게 평가한 이유가 우리의 아이디어로 인해서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고, 영어로 트리거(trigger)라 표현을 쓰지만 자기네 구상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ARF회의에서 이같은 구상을 설명하기 위해 북한 리수용 외무상에게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제안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다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는 남북수석대표 회담 제안 의지를 알렸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코리안 포뮬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나라와 협의하고 있는 도중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현재 구체적인 말을 하기는 아직은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따라서 당장 ‘코리안 포뮬러’의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 조건을 낮추자는 측과 높이자는 측이 있다면서 “지금 북한 핵문제의 여러 가지 시급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우리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5자의 우려를 공통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제3의 접근법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더해 “협상 자체를 통해서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하나의 축이 된다면, 다른 측면에서는 핵문제 자체에 대한 북한의 ‘게임 플랜’(game plan), 계산법이 바뀌도록 하는 그런 노력이 같이 병행돼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계산법을 바꾸게 하는 또 하나의 공조, 또 하나의 노력이 필요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스스로 핵을 포기한 카자흐스탄과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베트남, 미얀마 등은 이웃나라들과 협력해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 대목을 상기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제 북한은 분단과 대결의 타성에서 벗어나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와야 한다”며 “북한도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위해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요약하면, ‘코리안 포뮬러’는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북핵 고도화 차단을 전제 조건 내지는 원칙으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통의 방안을 만들자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5개국의 압력으로 북한의 ‘계산법’을 바꿔내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당사자인 한국의 ‘주도성’을 강조하면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병행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에 중국이 응할지 여부와 설사 5자회담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실제로 그는 “요즘 북한 측이 중국이랑 약간 관계가 껄끄럽다”며 “중국이 북한 측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약간 그런 측면에서 애로는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중국마저 북한에 대한 지렛대가 약화된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계산법’을 바꿔 핵포기국이나 체제전환국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오히려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문제삼고 있는 한국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며 핵보유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굴곡을 볼 때, 특별한 유인책 없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남북회담에 북한이 호응해 나설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전문가는 “‘코리안 포뮬러’는 우리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지 상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없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진정으로 북핵문제에서 주도성을 갖고자 한다면 남북관계부터 제대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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