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교수의 “세계대공황과 노동자”
김수행 교수의 “세계대공황과 노동자”
<작은책> 5월호에 소개된 특집강연, 알기 쉬운 ‘세계대공황’
자주민보 편집국
기사입력: 2012/05/30 [01:43] 최종편집: ⓒ 자주민보
[월간 <작은책> 5월호는 ‘기획특집’으로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세계대공황과 노동자’라는 글을 소개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23일 열린 같은 이름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청중 앞에서 진행한 강좌다보니 내용이 매우 쉽고 또 우스개소리도 적절히 담겨 있어 생동감이 넘칩니다. 김수행 교수에 따르면, 이번 강연내용은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 사회>라는 제목으로 출간준비 중인 책의 일부내용이라고 합니다.
김수행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전개과정과 문제점에 대해 매우 쉽게 요약 정리하면서, 그것이 결국 지금의 그리스 국가부도위기사태로 어떻게 연결되었으며, 왜 세계대공황과 같은 세계적 규모의 경제혼란을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촉발시킨 세계적 규모의 경제혼란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향후 전망을 친절하게 풀어주는 이번 강연록을 김수행 교수와 월간 <작은책>의 양해를 얻어 전제합니다._ 편집자]
반갑습니다. 오늘 강연 제목이 ‘세계 대공황과 노동자’인데요, 제가 쓰고 있는 책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 사회》의 한 장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여기에 사는 여러분들이 이 사회가 형편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언제나 공황을 안고 있습니다. 공황이 오고 나면 그 다음에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혹은 새로운 사회가 옵니다. 1930년대 대공황이 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 국가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복지 국가에 대해 자본가 계급이 반항을 한 결과가 신자유주의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어쩌고저쩌고 그러지만, 다 그냥 하는 말이고 실제로는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자기들이 이익을 보도록 규제를 다 풀은 거예요. 신자유주의의 결과 다시 공황이 오니까 정부가 개입해서 자기들을 살려 내라고 요구하잖아요. 그거는 그들이 주장하던 시장하고는 전혀 맞지 않잖아요. 시장하고는 반대되는 정부에게 구제 금융을 내놔라, 자기들을 살려라 이렇게 주장하는 게 금융 자본입니다.
공황이 일어나려면 언제나 투기가 굉장히 많이 일어납니다. 투기가 일어나서 상품을 너무 많이 생산하게 됩니다. 잘 팔릴 줄 알고, 물건을 많이 생산하는 거죠. 은행은 또 잘될 줄 알고 대출을 많이 하고, 투기꾼들은 증권이나 국채, 주식 등의 온갖 것 많이 사지요. 그러다가 값이 폭락해서 망하는 게 공황이에요.
1973년 10월에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석유 값을 네 배 올렸잖아요. 그런데 사실 1972년부터 땅값과 주식 값 올라가고 원자재 값 올라가는 등 전 세계적인 인플레가 굉장히 심했습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한다고 돈을 너무 풀었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크게 일어났고 OPEC이 우리도 석유 값 올려도 되겠다 해서 석유 값을 올린 거예요.
긴축 정책의 정치학
1979~1980년에는 영국에서는 마가렛 대처가 수상이 되고, 미국에서는 레이건이 대통령이 됩니다. 이들은 이전 기간에 노동자 계급이 얻었던 모든 혜택과 선진국의 경제 정책의 제일 목표였던 완전 고용을 없애버립니다. 이후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선진국들의 경제 정책의 제일 목표는 물가를 잡는 것이에요. 그런데 실업자가 많으면 물가가 잡히잖아요. 다시 말해 실업자를 만들어 내는 정책을 펴게 됩니다.
제가 1972년 2월부터 10년 동안 런던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영국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들이 셋이 있었는데 그놈들이 병원을 가면 병원비가 전부 무료입니다. 학교도 대학원까지 전부 무료였어요. 실업 수당도 많이 주고, 장기 임대 주택과 공공 임대 주택도 있습니다. 임대 주택 월세는 소득에 따라서 받습니다. 그러니까 실업자들은 월세를 안 내고 삽니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월세를 많이 내고, 적게 번 사람은 적게 내는 식으로 돼 있죠. 여성은 60세, 남성은 65세가 되면 연금을 받는데 우리의 국민연금처럼 미리 내고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냥 정부 재정으로 다 해 주어서 굉장히 살기가 좋았어요.
그런데 1979년부터 돈 있는 사람들이 반발을 했고 사회 보장 제도를 없앤다고 난리가 벌어집니다. 영국도 지금 무료 병원 서비스를 유료로 하려고 하고, 학교도 등록금 많이 받으려고 하고 야단이에요.
그 전의 복지 국가를 통해 노동자들 힘이 굉장히 강해졌기 때문에 마가렛 대처도 그렇고 레이건도 그렇고 정권을 잡자마자 노동자들의 힘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불경기임에도 긴축 정책을 쓰게 됩니다. 이때 이론적인 바탕은 시카고대학에 있는 프리드만이라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긴축 정책을 하면 지금 그리스가 당하고 있듯이 돈이 돌지를 않잖아요. 정부에서 예산을 확 깎고, 은행도 대출을 중단하니까 경제가 망한다고요. 신자유주의하에서는 상업이나 공업이 굉장히 침체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자본이 모든 나라, 특히 후진국에게 문호를 개방하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상품 시장과 금융 시장, 외환 시장을 개방하라고.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세계화잖아요? 선진국 자본이 세계를 무대로 해 장사를 하고, 거기에 투자를 하고, 증권을 사고. 우리나라도 OECD에 가입하고 문호를 개방하는 게 바로 이럴 때입니다.
세계화를 해 놓고 나서 선진국은 자기 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자꾸 높아지니까 외국에 나가서 공장을 짓습니다. 주로 중국에 가서 공장을 많이 지었어요. 그러니까 국내에서는 상업이나 공업이 발달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중국에서 물건 만들어서 세계로 수출하는 작전을 쓰게 됩니다.
경제의 금융화
▲ 지난 3월 23일 열린 <작은책> 특집강연 김수행 교수의 '세계대공황과 노동자' 홍보자료 [제공= 작은책]
그렇게 되니 자기 나라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은 금융이지요. 외국에 돈 빌려 주고 이자를 챙기거나 외국에서 국채를 사거나 외국의 주식을 사서 돈을 법니다. 이런 금융이 굉장히 중요한 사안으로 등장해 버립니다.
그런데 금융은 경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변동이 심하거든요. 1997년 12월에 한국에서 일어났던 게 전부 그런 것의 일종입니다.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그런데 사실 금융은 남의 주머니를 털어 돈을 버는 방법일 뿐입니다. 뭘 생산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돈을 누구한테 빌려 줘서 그 친구한테 이자를 받는 것뿐이잖아요. 금융 그 자체로서는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지도 새로운 부도 생산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밤새도록 노름을 해 봐요. 그 다음날 아침에 돈은 똑같잖아요. (웃음) 이 사람 주머니의 돈이 저 사람 주머니로 가는 것뿐입니다. 금융이 계속 확대되지만 금융에서 돈 버는 방법은 사기 치는 것뿐이에요. 부산저축은행이고 이런 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금융이 돈 버는 것은 사기와 횡령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금융이 중심이 되어 경제의 금융화가 일어납니다. 경제 활동의 중심이 금융이 됐다 이런 이야기예요. 그래서 투자 은행, 예금 은행, 각종 펀드 등 온갖 게 생겨나게 됩니다.
세계 대공황의 배경
2007년 공황은 여기서부터 옵니다. 2001년에 미국의 IT 산업이 망합니다. 그 이전에 한 10년간 IT 산업이 번영을 하자 전 세계의 돈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과잉 투자와 과잉 생산이 일어나게 되죠. 그래서 IT 산업이 망해요. IT 산업이 망하자 미국 정부는 망한 회사와 은행들을 살려 내기 위해서 돈을 많이 풀었습니다. 이자율이 굉장히 낮은 자금을 많이 풀었죠.
그런데 이 값싼 자금들이 실제로 어디로 갔냐 하면 주택으로 갔어요. 주택을 사고파는 데로 갔다 이 말이에요. 왜 이렇게 흘러갔냐 하면 외국에는 20~30년짜리 주택 대출이 많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거지요. 그러고는 20년 내지 30년 만에 매년,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습니다. 이걸 주택 담보 대출(모기지론)이라고 합니다.
주택 구매자는 모기지 대출 업체에서 대출을 받아요. 모기지 대출 업체에는 은행도 있지만 은행보다 작은 것들이 많아요.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주택 저당 서류와 앞으로 어떻게 갚겠다는 서류, 그리고 직업이 무엇인지 등 대출하려고 하면 항상 제출하는 서류를 넘겨주고 돈을 받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대출 제도가 굉장히 발달해서 모기지 대출을 인수하는 회사가 따로 있습니다. 모기지 대출 업자들은 인수 회사에 주택 담보 서류를 팝니다. 팔아서 돈을 만들고 이 돈으로 다시 새 주택 구매자에게 대출해 주지요. 이 경우 인수 회사에 수수료를 많이 줘야 하지만 이걸 팔아야 더 많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 줄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주택 거래에 돈이 집중되고 주택 가격이 올라갑니다. 주택 가격이 올라가니까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간 돈을 못 갚아도 그 집을 팔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택 시장으로 돈이 더 몰리죠.
모기지 인수 회사는 주택 담보 서류를 가져와서 분류를 합니다. 돈을 가장 잘 상환하는 계급을 AAA라고 하고, 그 다음이 AA, A, BBB. 이런 식으로 신용 등급을 매겨서 이것을 다시 증권으로 만듭니다. 이게 주택 담보 증권(MBS)입니다.
이런 주택 담보 증권을 또 다시 세계 투자자에게 팝니다. 이건 주식과는 다릅니다. 주식은 매년 나오는 이윤에 따라서 주식 가격이 움직이는 반면 이것은 대출 받는 사람이 내는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나누어 먹도록 짜여 있습니다.
세계 투자자에는 은행, 개인, 회사, 연금 기금, 각종 펀드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펀드도 이것을 많이 샀어요. 이런 식으로 집을 사고팔고 하는 일이 금융 활동으로 자리 잡게 된 결과 2001년에서 2006년까지 주택 가격 상승률이 일반 물가 상승률보다 네 배나 높아집니다.
세계 대공황의 전개 과정
그런데 주택 구매자가 한두 명이 아닐텐데 원금이나 이자를 못 갚는 사람이 있겠죠?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이 사람과 얽힌 주택 담보 증권이 부도가 나겠죠? 그러면 그 손실은 주택 담보 증권을 가지고 있는 세계 투자자들이 입게 됩니다. 중간에 있는 모기지 대출 업자와 인수 회사는 서류와 증권을 팔고 돈을 받으면서 손을 털었어요. 이렇게 되니까 모기지 대출 업자와 인수 회사는 아무 걱정 없이 아무나 잡고 집 사면 돈을 대 주겠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주택 담보 대출을 받으려면 원래 규정에 의하면 서류가 일정한 법에 맞게 되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직장이 있고, 매달 얼마 이상 월급을 받고 있고, 뭐 이런 서류가 다 있는데, 길거리 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야. 대출해 줄게. 집 사”라고 그랬습니다. 실업자고 돈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돈 꿔서 집을 사라”, “집값 자꾸 올라가니까 괜찮을 거다” 이러죠. 그게 비우량 모기지, 서브프라임입니다. 돈 빌리는 사람이 갚을 능력이 없는 거죠.
이런 사람들한테 돈을 빌려 주기 위해 또 사기를 칩니다. 안 빌려 가려고 하니까. 1~2년 동안 원금하고 이자를 안 받는다, 그 이후에도 이자율이 엄청 낮다, 이렇게 사실상 속였다 이 말입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좋다 싶어서 대출을 받는 거죠. 대출 받아서 2년 동안 원금 이자를 안 갚았어요. 그러면 3년째는 다 갚아야 되는 거죠. 그래서 이자율이 엄청나게 뛴다 이 말이야. 그래서 비우량 모기지가 전체 모기지 중에서 갈수록 커지게 되고 나중에 가면 한 60~70퍼센트가 비우량 모기지가 되지요. 그런데 투자자들은 이 사실은 잘 모르죠. 중간에서 서류 조작을 하니까.
금융 기관들은 이런 식으로 금융 사업을 해서 돈을 엄청나게 벌고, 그 돈으로 일반 회사들에 투자를 많이 했어요. 공장도 사고, 회사도 사고. 그런데 금융 기관들이 왜 일반 회사를 샀냐 하면 그런 회사를 인수해서 조금 고쳐서 금방 팔아먹기 위해서였어요. 은행들이 자주 그러잖아요. 외환은행 샀던 론스타가 했던 게 바로 그거 아니에요. 그런 금융 기관들이 기업을 사면 해고를 엄청나게 해요. 해고를 엄청나게 해서 비용을 줄이고, 임금 낮추고, 일 많이 시키고 이런 식으로 합니다.
그런데 2007년이 되니까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면 주택 담보 증권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합니다. 주택 담보 증권은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내는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들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니까 증권 값이 제로가 되는 거예요.
투자 은행들은 돈을 많이 꿔 와서 투자를 해 돈을 버는 그런 은행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50배나 됩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빌려 와서 갚을 때가 됐는데 증권 값이 떨어져 버리니까 돈을 갚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큰 은행들이 망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투자 은행들이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 증권이 진짜로 부도가 안 나고 전부 자기에게 돈을 줄지, 원하는 만큼 수익을 가져올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보험을 들었습니다. 채권 부도 보험인데 어떤 기간에 채권이 부도가 나면 그 채권 금액의 얼마를 보상한다는 보험을 들어 놨습니다. 보험 회사는 경기 좋을 때는 보험료를 많이 받으니까 이런 보험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놨어요. 그런데 채권 값이 폭락하니까 투자 은행이 보험 회사에게 보험금 내놓으라고 할 거 아니에요. AIG라고 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 회사인데 그래서 망한 거죠.
또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 모기지 대출 인수 회사 중에 골드만삭스라는 회사가 있어요.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 은행인데 신용 평가 회사에 BBB 등급의 증권을 AAA로 해 달라고 해서 AAA로 팔았습니다. 그렇게 증권을 팔고는 이 증권이 부도날 걸 미리 아니까 채권 부도 보험을 든 거예요. 그러니까 골드만삭스는 등급을 조작해서 투자자한테 돈을 엄청나게 많이 받아먹고, 또 보험 회사로부터는 엄청나게 큰 보험금도 받고 이렇게 돈을 번 거예요.
그래서 다 기소가 되었는데 정부와 화해를 해서 이런 부정을 다 덮어줬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듯이 금융은 사기입니다. 우리가 동북아의 금융 허브를 만들고 하는 거 전부 엉뚱한 소리예요.
파산 위기에 빠진 금융 기업들에 대한 구제 금융
전부 망하게 되자 은행들은 정부에 대놓고 구제 금융을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은행을 살려야지 경제가 살 거 아니라며. 그래서 우선 국유화가 이루어집니다. 두 개의 국책 모기지 인수 회사, AIG를 국유화하죠. 그런데 국유화라고 하는 의미가 뭐냐 하면 은행의 부채를 정부가 세금으로 다 갚아 준다는 이야기예요. 그 다음에 각 은행들의 주식 값이 엄청나게 떨어졌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세금으로 금융 기관의 주식을 사 줬습니다. 그리고 값싸게 대출을 해 줬지요. 이 당시에 대출 금리가 어떻게 됐냐 하면 0~0.25퍼센트입니다. 그러니까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보니까 구제 금융으로 정부하고 중앙은행이 보태준 돈이 한 15조 달러쯤 되더라고요. 15조 달러라 하면 미국의 1년간 GDP(국내총생산액)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그러니까 1년의 GDP하고 거의 동일한 규모의 돈이 들어갔다 이런 이야기라고요.
이렇게 되니까 미국 정부의 채무가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막 찍어 내잖아요. 그렇게 찍어 내면 그게 정부의 채무예요. 중앙은행의 채무이자 정부의 채무죠. 갚아야 됩니다. 돈을 막 찍어 내 채무가 엄청나게 증가했는데, 이러한 현상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정부가 다 그렇게 했어요.
영국도 국유화된 게 몇 개 있잖아요. 노던록이라고 하는 큰 모기지 대출 회사 등. 프랑스도 마찬가지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고, 스페인도 마찬가지고, 아일랜드도 마찬가지고. 전부가 구제 금융을 주는 바람에 국가 채무가 굉장히 늘었어요. 그런데 국채는 그 나라 시민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갚아 줘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비우량 차입자 있잖습니까? 또 그들에게 굉장히 높은 이자를 받습니다. 여러분 알죠? 부자들한테는 이자율이 낮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높고. 가난한 사람은 못 갚을 수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세계 투자자들이 그걸 보고 비우량 모기지 담보 증권을 많이 산 거예요. 이자가 높으니까.
그리스 사태의 전말
이제 그리스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리스도 은행들이 다 망하니까 국가가 외국 금융 기업들에게 국채를 발행했어요. 독일은행, 프랑스은행, 미국은행 등에 팔아서 달러와 유로를 받았어요. 그리고 이 빌려온 돈을 은행에 줬습니다. 은행에 줘서 은행 부채를 갚게 했어요.
그런데 2010년 5월 국채 만기가 돌아온 거죠. 국채 만기가 돌아오면 그 국채에 대해서 원금하고 이자를 갚아야 돼요. 그런데 그리스 국가는 그 돈이 없는 거죠. 그러면 그리스 정부는 할 수 없이 파산을 선고해야 돼요. 나는 돈 없다 이렇게 해 버리면 그리스 국채를 가지고 있는 이 은행들이 망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런 은행들과 거래하던 예금자나 다른 사람들은 이 은행 망하겠구나 생각해 예금을 다 빼 가 버리지요. 이걸 뱅크런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봤잖아요. 저축은행 망한다고 그러니까 모두 가서 돈 내놓으라고 야단이었잖아요.
이렇게 되자 은행들이 트로이카(유럽 연합, IMF, 유럽중앙은행)에 이 문제 좀 해결해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의 강국이고, IMF는 미국 거나 마찬가지예요. 미국이 IMF 주식의 16퍼센트 쯤 가지고 있는데 IMF 규정에 따르면 중요한 결정은 1원 1표니까 주식의 85퍼센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안 된다고 하면 아무 일을 못 해요. 미국의 지배하에 있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행, 독일은행, 프랑스은행이 걸려 있잖아요. 잘못하다가는 자기 은행들이 망하겠으니까 트로이카가 개입을 했습니다. 2010년 5월에 1100억 유로를 만들어 그리스은행에 구제 금융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1100유로라고 하는 것이 뭐냐고 따져 보면 국채 원리금입니다. 만기가 돼 돌아오는 국채 원금과 이자예요. 그러니까 구제 금융을 그리스 정부한테 주는 게 아니고 은행들에게 주는 거예요. 그리스 정부는 1100억 유로에 대해 높은 이자를 가지고 갚아야 될 의무가 생기는 거고. 그러면서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에게 긴축 내핍 정책을 써 정부 예산 지출을 삭감하라고 요구합니다. 이걸 삭감해서 돈을 갚으라는 얘기지요.
예산 지출을 줄이라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공무원 수를 줄이고, 공무원들의 임금 수준을 낮추고, 그 다음에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연금 수준도 낮추고, 또 연금을 받는 연령을 높이는 것 이런 거죠. 그리고 정부가 가지고 있는 국유 회사, 국영 기업 등을 팔아야 하는 거고. 1100억 유로를 못 받으면 파산하니까 그리스 정부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10월에 큰 데모가 일어나고 완전히 정부가 꼼짝을 못 할 정도로 되었잖아요.
그런데 긴축 내핍 정책을 펴면 아까도 내가 이야기했지만 그리스 경제가 살아나지를 못 합니다. 왜냐면 세계적으로 전부 불황인데 거기다가 돈줄을 다 막고, 임금 낮추고, 실업자 양산하고, 그러면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겠어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 긴축 내핍 정책에는 그리스의 부자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옵니다. 그리스의 부자와 금융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사실은 이들에게 책임이 있고 이들이 돈을 내야 돼요. 지금 부자들이 1100억 유로보다 훨씬 많은 돈을 해외 예금 구좌에 넣어 뒀다는 게 다 들통 났어요.
그러니까 제 이야기는 트로이카는 금융 자본의 편이라는 것이에요. 올해 3월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는 1300억 유로의 국채 만기가 된다는 말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트로이카가 그리스 정부에게 돈을 꿔 주고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은 전부 채권 은행들에게 가게 돼요.
그리고 제2차 긴축 내핍 정책을 요구했다고 해요. 2015년까지 공무원 15만 명을 줄여라, 최저 임금을 낮춰라 이런 이야기까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러자 파판드레우 수상이 돈 받는 것은 좋지만 국민 투표에 부쳐야 되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트로이카에서 반발해서 압력을 넣었습니다. 결국 수상이 사표를 냈어요. 그리고는 자기들이 내각을 만들고는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수상에 넣었어요. 새 수상 파파데모스는 옛날에 유럽중앙은행 부총재를 지낸 사람이에요. 이런 상황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스가 복지 지출을 많이 해서 망했다고 그런 뚱딴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가다가는 그리스는 망합니다. 그래서 요즘 세계적인 토픽이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거냐 안 할 거냐, 유로존을 탈퇴하게 되면 유로는 앞으로 어떻게 되고 유럽 연합은 어떻게 될 거냐 그런 거예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야 유로의 가치가 안정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거기다가 유럽 연합도 탈퇴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스가 유로존과 유럽 연합을 탈퇴를 해야 다른 회원국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예요.
그런데 처음 유럽 연합이 성립될 때 기본 원리는 유럽이 전부 통일을 해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배하기 위해 전쟁하는 걸 없애자고 한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유럽 연합은 금융 자본의 보호자로 나서며 이런 원리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금융 자본가들과 금융 귀족들을 뒤에서 살려 주는 그런 역할만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라고요.
국가 채무가 많은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는 보통의 국가에서 발행하는 국채보다 이자율이 2배나 높습니다. 독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이자율이 3~4퍼센트대이지만 이런 국가들이 발행하면 7~8퍼센트예요. 금융 자본들은 이런 국채를 겁 없이 다 삽니다. 그 국가에서 못 갚는다고 하면 트로이카 같은 데 부탁을 해 그리스와 똑같은 식으로 돌려받으면 되니까. 각 회원국들로부터 세금으로 걷은 돈이 금융 자본으로 흘러가는 거죠. 그러니까 금융 자본은 땅 짚고 헤엄치는 겁니다.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그런데 4월이면 그리스에 총선이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한국에서 한미FTA를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처럼 2차 긴축 내핍 정책을 없애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 거죠. 당연한 거죠. 지금 서민들을 죽이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트로이카에서는 4월 총선을 안 할 수가 없느냐고 자꾸 그럽니다. 그러면서 나토에 와 있는 그리스 군에게 쿠데타를 부추기고 있어요. 아시겠어요? 이 금융 자본이 그런 놈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금융 자본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힘이 셀까요? 2008년 11월 미국 대선 때 오바마는 매케인보다 훨씬 많은 정치 자금을 월가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런 정치 자금 때문에 정치가들이 전부 은행 편을 듭니다. 금융 자본이 정치를 완전히 잡고 있어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자, 그럼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맑스 이야기를 좀 해 보면 미래 사회에 대한 맑스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런 겁니다. 현재의 사회가 미래의 사회를 잉태하고 있다, 현재의 사회가 미래의 사회를 품에 안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사회가 잉태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를 잘 태어나게 하면 되는 거죠.
지금 대기업 뭐 삼성이든지 뭐든지 잘 보면 자본가라는 사람이 주주고 소유자입니다. 경영하는 사람은 월급쟁이죠. 그렇기 때문에 월급쟁이 사장들도 어떻게 보면 자기의 노동력을 팔아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노동자 계급의 일원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돈 있는 사람은 주식만 만지작거리면 돈이 막 들어옵니다. 회사 이윤이 배당으로 자기한테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공장 같은 거 생각해 보면 거기에 있는 큰 기계, 원료, 건물 등 모든 것은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점유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노동자들은 실업을 당하고, 낮은 임금을 받고, 해고를 당하고 있지요. 자본가가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이윤을 얻기 위해 그러고 있지요.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동을 하는데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 힘들게 일을 해도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고 자본가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적인 자본가 밑에서 억압을 받고 착취를 당하고 그러니까 노동의 소외가 생깁니다. 노동이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고 타인을 위한 거라는 말이죠. 여러분도 다 그렇잖아요. 회사 가도 일하기 싫지 뭐.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이상해져요.
그런데 협동조합 같은 걸 보면 거기에는 자본가도 노동자도 없이 모두가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자본가가 될 수도 있고, 모두가 노동자도 될 수 있고, 차별이 없어요. 공장이 자본가에게 있을 때는 노동자들이 기분이 나빠서 기계도 망가뜨리고, 원료도 낭비를 하고 그래서 자본가가 손해를 봐서 기업이 망해요. 그런데 노동자만 모여서 일을 하니까 이익도 잘 납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헌신적으로 일하니까.
그래서 맑스의 이야기는 지금 자본가는 하는 일이 없다 이 말이에요. 주식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 친구를 그냥 목을 따자.(웃음) 쫓아내자 이 말이죠. 이 친구를 공장하고 아무 관계없이 쫓아내 버리거나 정부가 주식을 다 빼앗아 버리면 실제로 지금 노동자가 공장과 기계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점유를 하고 있으니까 고칠 게 하나도 없어요. 이대로 계속 가면 된다 이 말이야.
이렇게 되면 노동자가 착취와 억압으로부터 해방됩니다. 노동자의 해방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얘기하는 노동 해방은 이런 이야기예요. 노동자가 해방이 돼 버리면 자본가는 착취할 대상이 없어지잖아요. 노동자들이 생산하고 점유하니까 자본가도 보통 사람이 돼 버려요. 그러니까 자본가도 또 해방이 돼.(웃음) 자본가도 죽을 지경 아니겠어요? 늘 생각한다는 게 어떻게 하면 저놈을 착취하고 억압할까, 그러면 사람이 자꾸 나빠진다고. 안 그래요?
그래서 맑스가 노동 해방은 인간 해방이라고 이야기해요. 인간 해방. 이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이렇게 돼 버리면 서로 경쟁하고 뭐 이런 개념이 없어져요. 그래서 유(類)적 존재로서 인류라는 개념이 나타납니다. 인간이 서로에게 인류로서 대하게 되죠. 자연을 대할 때도 인류로서 대하고. 이러면 자연을 훼손해 돈을 번다는 그런 생각은 안 나겠죠.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 새로운 사회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가 자꾸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라고 하는데 그걸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2천만 원입니다. 이게 어떻게 나오느냐면 작년 한 해 동안 생산한 물건이 있어요. 그중에서 작년에 써 버린 기계와 원료를 다 빼 버리고 순수하게 새로 생산한 것이 있는데 그걸 인구로 나누면 2천만 원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4인 가족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4인 가족이면 1년에 8천만 원을 벌수가 있어요. 1년에 8천만 원이라 하면 내가 계산해 보니까 한 달에 667만 원을 얻을 수 있어요. 세금 다 뗀 겁니다.(웃음) 4인 가족이 한 달에 667만 원 받는데 죽을 사람 어디 있겠어요. 우리가 그렇게 경제력이 있는 겁니다. 사실은.
그런데 평균이라고 하는 게 사실은 의미가 없는 것이 어느 나라에 두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한 사람은 1년에 1000만 원을 벌고 나머지 한사람은 50만 원을 번다고 하자고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요? 1인당 계산하면 525만 원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요. 그래서 결국 평균이라는 것은 엉터리다 이 말입니다. 실제로는 얼마나 빈부 격차가 심한데요. 좌우간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 달에 667만 원 이렇게 줄게요.(웃음) 아니 그런 생각 좀 해 봐야 합니다. 그런 생각을. 감사합니다.
질문과 대답
청중: 리만 브러더스 사태 때 우리나라는 왜 큰 타격을 안 입었나요?
한국에 사기꾼들이 많아요. 그들은 리만 브러더스의 앞잡이가 돼서 산업은행보고 사라고 막 그랬어요. 산업은행이 살까 살까 이러고 있는데 망하는 바람에 못 샀지. 그리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돈을 꿀 때 굉장히 어렵습니다. 돈 잘 안 꿔 줘요.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 10등이라고 하지만 남들은 별로 안 알아줍니다. 당장 남북 관계도 있고. 또 우리가 참 잘 하는 거, 데모 잘하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시위를 잘하기 때문에 외국 자본가들은 굉장히 겁내요. 저기 가서 진짜로 다 떼이는 거 아니야 이렇게 겁을 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있어요. 국채를 발행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다 삽니다. 내국인들이 많이 가지고 있고, 외국인들이 별로 안 가지고 있다는 얘기예요. 일본이 국가 채무로는 세계 1등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이 자기나라 사람에게 엔화 국채를 전부 발행해 놨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중: 왜 미국 정부에는 그리스처럼 긴축 정책을 요구하지 않았는지요?
아시겠지만 선진국 중에서 사회 보장 제도가 가장 형편없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미국은 국영 기업도 없습니다. 여기다가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초, 주 정부에게 지급하던 1300억 달러 가량의 보조금을 없애 버렸어요. 그래서 각 주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급하던 푸드 스템프도 못 주고, 소방서, 학교, 병원, 공원 등을 제대로 열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선생들도 월급을 못 받고, 선생 수도 줄이고. 이런 식으로 연방 정부가 예산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부자들한테는 세금을 안 올릴까요? 미국 여론을 조사하는 라스무센 리포트를 보면 웃기는 것이 미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에서는 유능한 사람이면 잘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든지 뭐든 유능한 사람이 모든 것을 독차지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너무 심해요. 그러니까 사회 보장 제도는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한나라당에서 그랬잖아요. 작년 10월에 시장 선거 할 때 무상 급식 그거 가지고 빨갱이라고 야단치고 그러잖아.
내가 글 쓸 때도 미국 욕을 많이 하는데 미국이 망해야 합니다. 진짜로. 미국이 세계 자본주의의 대표인데 지금 자력으로 경제가 안 돌아가니까 자꾸 군사력을 써요. 지금 시리아 어쩌고 하는 것도 전부 그런 거예요. 시리아하고 이란이 붙어 있잖아. 이란을 망가뜨려 석유 자원을 다 먹기 위해 제국주의적으로 하니까 세계가 평화롭지 못 합니다.
청중: 금융 기관 종사자입니다. 금융 자본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나는 금융 기관이 문을 많이 닫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금을 걷어서 예금 이자는 적게 하고 대출 이자는 굉장히 높이는데 나는 이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원래 금융 기관은 공적인 이익을 위한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 금융 기업은 전부 사익을 추구하고 있잖아요. 앞에서 이야기 한 거지만 왜 급하고 가난한 사람한테 이자를 높이 받느냐고요. 그건 고리대와 마찬가지예요.
미국은행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는데 옛날에 미국은행은 주식회사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지금처럼 주식회사 형태로 바뀌게 된 것이 최근 몇십 년 전이에요. 그런데 주식회사 되고 나니까 주주들의 이익을 옹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면서 공익에 대한 개념이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본래 은행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들이 자기의 돈으로서는 할 수 없는 대규모의 사업, 석탄 산업이나 철강 산업이나 철도나 이런 게 많이 생기니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생긴 겁니다. 은행이 국민들의 돈을 예금으로 받아서 대출해 주는 것. 그러니까 사실은 엄청나게 공적인 성격이 강한 거예요.
청중: 유럽 연합과 유로화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지금 이게 큰 문제입니다. 그리스도 원래 드라크마라는 화폐 단위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유로화를 쓰잖아요. 이 유로화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세계적으로 강력한 나라들이 공동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는 유로화를 씀으로써 국격이 올라가는 거예요. 국격이 올라가니까 돈 꾸는 게 굉장히 쉬워요. 낮은 이자율로 돈 꾸기가 굉장히 쉬워졌다 그런 말이죠.
그리고 유로화는 값이 하나밖에 없어요. 유로존에 속한 열일곱 개 국가가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어디든 값이 똑같잖아요. 그럼 국내 생산성이 높고 기술 발전도도 높고 동독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독일은 수출을 엄청나게 많이 할 수 있죠. 같은 유로화니까.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쓸 때는 국내 생산성이 낮으면 화폐를 평가 절하하면 됩니다. 물론 가만히 내버려둬도 가치가 떨어지지요. 그러니까 1마르크가 10드라크마였는데 20드라크마로 평가 절하해서 가치를 떨어뜨리면 독일 사람들이 그리스에 와서 물건을 많이 사 갑니다. 1마르크면 옛날에는 10드라크마만큼만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20드라크마만큼 살 수 있으니까. 그래서 독일이 수입을 많이 해 가면 그리스는 수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같은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독일과 같은 나라들이 유로존 안에서 엄청난 수출 초과를 보고 있어요.
이런 상황인데 유럽 연합이 자꾸 금융 자본의 앞잡이 역할을 해서 회원국들에게 긴축 내핍 정책을 강요하다가 보면 회원 국가들의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건 원래 유럽 연합이 계획했던 것하고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여러 국가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청중: 한국도 IMF를 겪었는데 그 때문에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나요?
DJ(김대중)가 많이 잘못했어요. 그 양반이 늘 대중 경제학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다 엉터리예요. 그때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도입해서 많이 잘못됐어요. 만약에 그때 인간 해방, 이런 식으로 생각했더라면 상당히 좋아졌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했으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북한과의 관계는 상당히 잘했는데 국내 관계, 특히 외국 자본과의 관계에서 양보도 많이 하고 문제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이름이 높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하다 2008년 정년퇴임한 후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발표한 저서 <세계대공황>(돌베게)에서 2008년에 시작된 이번 세계대공황은 "기존의 자본축적 방식과 국내의 계급 관계 및 세계 질서를 재편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김수행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 대해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공황의 발생 과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히는 등 '친절한 경제학'을 표방하며 왕성한 집필과 강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저서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 사회>를 집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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