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귀환? ‘김한길대세론’이 불편한 이유
화려한 귀환? ‘김한길대세론’이 불편한 이유 1
김한길은 ‘40:0’ ‘2007년 대선’과 두 번 총선 패배에 책임이 없는가
(서프라이즈 / 諸葛公明 / 2012-05-31)
사실상의 정계은퇴로 해석되던 ‘불출마 선언’ 이후 4년. 그야말로 ‘화려한 귀환’이다.
4선의 김한길 의원은 6·9 민주통합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소위 ‘이박연대(이해찬-박지원)’를 ‘담합’으로 규정했다. 특히 지난 4·11총선 패배의 책임을 이해찬 전 총리에게 묻는 등 시종일관 밀어붙인 끝에 ‘이해찬대세론’을 잠재우고 ‘김한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남, 제주, 세종·충북, 강원에 이어 전북까지 5연승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12곳의 경선지역 중 8곳에서 1위에 올랐다. 아예 ‘돌풍’을 넘어 역으로 ‘김한길대세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두 번째 표’가 집중적으로 쏠린다는 분석도 있다. 이박연대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선행보를 위한 조합이었다는 점에서 문재인을 제외한 민주통합당 내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등을 돌렸고, ‘반문재인전선’이 형성되면서 표가 김한길 의원 쪽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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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이 유력했던 경선 초반에 김 의원의 공세에 대응하지 않던 이 전 총리도 ‘양강구도’로 상황이 바뀌자 김 의원의 과거 행보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양측의 신경전은 가열되고 있다. 김 의원이 2007년 2월 “노무현 실험은 이제 끝났다”며 맨 먼저 23명의 의원들을 데리고 탈당했으며 이듬해 정계은퇴를 밝히면서 대선패배를 노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이뿐 아니라 총선 참패 직후였던 5월말에도 “노무현프레임, 동교동을 넘어서는 야당상”을 강조하면서 “쇠고기 파동으로 MB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율은 하나도 오르고 있지 않다”며 “야당은 민망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적어도 김한길에게 있어 열린우리당의 실패, 민주당의 패배는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프레임’”과 친노진영의 탓이었다.
17대 국회 시절 각종 재·보선에서의 ‘40대0’ 완패, 2007년 대선에서의 500만표차 패배, 개헌 저지선조차 확보하지 못했던 2008년 총선 참패가 모두 ‘노무현프레임’ 탓이었고, 심지어 2012년 총선 패배도 ‘친노좌장’ 이해찬의 탓이었다.
4년 만에 화려하게 정치권에 복귀하면서 김 의원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또 다시 이 전 총리에게 물었다. 왜 그는 매번 모든 책임을 노무현과 ‘친노진영’에만 돌릴까. 그래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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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그렇다면 김한길은 이렇듯 ‘남 탓’할 위치에 있었을까.
‘김한길그룹’의 수장이었던 그는 노 대통령에게 ‘정치 불간섭’ 선언을 요구할 정도로 힘 있는 정치인이었고, ‘40대0’의 참패, 500만표차 대선 패배, 개헌저지선 몰락의 총선 참패 당시 그는 당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당지도부였다.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프레임’을 운운하기 전에 앞서 자신의 책임을 먼저 인정하고, 잘못을 통감해야할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 패배도 마찬가지.
김한길은 총선을 2개월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인재영입위원으로 복귀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은 한명숙 당시 당대표였다. 인재영입위원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이해찬에게만 묻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김한길 자신은 ‘손쉬운 지역’에 ‘전략공천’되면서 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앞서 송파을 등 소위 ‘어려운 지역’에서도 김한길의 공천이 거론됐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諸葛公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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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귀환? ‘김한길대세론’이 불편한 이유 2
누가 되더라도 새누리당이 ‘끔찍하게 싫어할만한 대표’면 좋겠다
(서프라이즈 / 諸葛公明 / 2012-06-01)
그럼에도 김한길의 이런 ‘책임전가의 행태’가 정말 불만스러운 이유는 따로 있다.
MB정권의 출범과 170석이 넘는 ‘공룡정당’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장악한 지난 4년 엄동설한(嚴冬雪寒)의 시기에 김한길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김한길은 2008년 7월 KBS2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을 비롯해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 KBS 2TV ‘승승장구’, ‘개그콘서트’ 등에 출연했다. 또 부인 최명길 씨의 방송출연과 전처 이민아 씨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수많은 ‘연예뉴스’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한길이 TV 아침프로에서 ‘행복한 우리 집’을 이야기하며 깔깔거렸던 2008년 7월은 촛불집회가 한창이었다.
오세훈은 잔디를 바꾼다며 광장을 통제했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비상시국회의를 연 뒤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전경버스에 끌려가 폭행을 당했고, 경찰이 유치장에 갇힌 여성들에게 브래지어를 벗으라고 요구했던 시기였다.
김한길은 다음 달 베이징올림픽 당시 현지를 방문해 여자핸드볼경기를 관람했고, 이후에도 방송출연과 야구장 관람, 독도 방문 등 사진기사, 연예기사를 통해 꾸준히 얼굴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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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김한길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그가 ‘정계은퇴’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김한길은 명시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돌아올 구상은 없다”고 강조했고, 대부분의 언론이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김한길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그는 불출마선언 이후에도 꾸준히 정치권의 재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여름에 이미 주간경향 등은 김한길을 2010년 서울시장선거 후보로 꼽았고, 심지어 민주당 의원은 이 기사에서 “김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긍정적인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한길이 서울시장을 노린다. 정치권의 정설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명숙 후보가 나서 패했지만 서울시장 자리는 2011년 다시 매물로 나왔다. 김한길은 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그해 8월 여의도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랫동안 시장후보로 거론됐고 국정경험도 갖고 있다”며 출마의사를 밝히기에 이른다.
하지만 김한길의 지지율은 1% 정도에 머물렀고, 박원순과 안철수라는 ‘복병’이 연달아 나타나자, 또다시 “무기력한 민주당, 존재감 없는 민주당, 민심을 모르는 민주당으로 폄훼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도부의 무능’ ‘계파싸움 추태’ 등 거론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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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우연한 일치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거나 수박 밭에서 신발끈을 고쳐 맸다면 그 정도의 ‘오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김한길이 평소 ‘전략기획통’을 자임할 정도로 머리회전이 빠른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그의 이런 정치행보는 소위 ‘양지만을 쫓는 정치인’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물론 실패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일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책임은 빼놓은 채 남의 책임만 탓하며 결과적으로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는 것은 책임 있는 지도자의 태도는 아니다. 그동안 정치사의 주요 고비에서 남의 책임을 거론해왔다면 자신에 대한 비판에 굳이 “인신모독에 가까운 언사” “당원들에 대한 모욕” 등을 거론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9일 남은 민주당 당대표경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잘 모르겠다. 일단 5연승을 구가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1야당의 대표는 당심과 민심에 의해 선출될 것이고, 정치인들과 당원, 국민은 이를 순리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혹시 유력한 어느 대선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공개된 ‘연대’를 ‘담합’으로 규정하면서, 기실 나머지 대선후보들끼리 물밑에서 진짜 ‘담합’을 하고 있다면, 이는 순리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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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대표가 되든지 이번 대선에서 꼭 이길 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내면 좋겠다. 새누리당의 모골이 송연해질 수 있는 조합으로 반드시 정권교체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누가 되더라도 ‘새누리당이 선호하는 민주당대표’가 아닌 ‘새누리당이 끔찍이 싫어하는 대표’여야 한다.
어쨌든 양강구도가 됐다. 김한길의 맞상대인 이해찬도 꼭 돼야 하는 건 아니다. 이해찬이 꼭 돼야 한다는 것 역시 착각이고 오해일 것이다. 다만 그간 정치행보를 볼 때 김한길처럼 ‘비판 받을 만큼’의 행보를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의원이 가장 꺼려하는 대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
諸葛公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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