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제명과 민간인사찰 공조하자?
이한구의 영악한 꼼수 ‘꿩 먹고 알 먹겠다’는 뜻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2-06-06)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민주당에 ‘그럴듯한’ 제안을 했습니다. 내용인즉슨, 민주통합당에서 이석기 제명에 동의해주면 민간인사찰 국정조사에 공조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딴나라스러운’제안이지만 이런 제안을 버젓이 할 수 있을만큼 민주통합당이 우습게 보였나 봅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윤여준 이후 최고’라고 평가될만큼 전략통인 보수진영의 책사입니다. 경제에 관한 식견과 직설적인 쓴소리도 마다않는 배짱, 그리고 나름 균형잡힌 시각도 보유하고 있는 그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의 왼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민주진영의 입장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발길질이 잦으면 ‘헛발질’도 하는 법, 그의 명석한 두뇌 속에서 영악한 꼼수가 빤하게 드러나고 있으니 시간은 유한한데 갈 길이 먼 그의 초조함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의 제안 속에서 숨겨져 있는 그들의 속내와 민주당의 처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1. 민간인사찰 문제는 박근헤와 아무 상관없다는 뜻
민간인사찰 문제가 보수진영의 아킬레스건이며 이번 대선의 중대 변수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박근헤 캠프에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민주당과 함께 국정조사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듯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민간인 사찰은 이명박과 그의 수하들이 한 짓이며, MB와 일정 간격을 유지해 온 박근혜 입장에서는 피해 볼 것이 전혀 없다는 판단.
둘째, 정권을 잡든 못잡든 반드시 털고 가야할 문제이므로 대선 전에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털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셋째,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새누리가 공조한다해도 판세에 별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미 총선 승리로 입증)인 반면, 역으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넷째, 국정조사의 결론을 내는 시기와 수준을 조율하는 것은 새누리 역량으로 충분하므로 시간도 벌고 명분도 쌓고 덤으로 MB파 명줄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니 일석삼조라는 판단.
다섯째, 새누리가 먼저 나서기도 그렇고 ‘이석기 제명 공조’와 교환조건으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해도 ‘꿩먹고 알먹기’가 된다는 판단.
2. ‘이석기 제명’은 민주개혁진보 진영을 초토화시킬 것
너무나 뻔하게 보이고 있는 것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만약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과 공조하여 이석기 제명을 표결로 통과시키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는 물어보나마나입니다. 민주.개혁.진보 진영이 내분에 휩싸이고 각 진영은 초토화됩니다. 그런 상태로 대선을 맞아야 하는 끔직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거지요.
이석기 제명은 필연적으로 ‘진보진영을 반토막’내어 둘로 찢어 놓을 것이므로 야권연대 역시 ‘하나마나’효과인 반면, ‘새누리와 민주당이 손잡고 진보의원 목을 잘랐다’는 독(毒)은 그 어떤 해독제로도 치유될 수 없음은 물론 그 책임문제로 인해 민주당 역시 갈갈이 찢어놓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박지원 원내대표의 ‘진보의원 사퇴 독려’는 적절한 대응이 아닌 셈입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일정한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은 이해를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면 천길 낭떠러지’라는 점에서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이석기 의원 제명’문제는 되든 안되든 그들에게 유리한 ‘꽃놀이패’입니다. 제명이 안되면 계속 질겅질겅 씹을 껌이 되는 것이고, 만약 제명이 된다면 민주당의 공조가 전제이므로 결국 야권의 분열로 초토화된다는 점에서 ‘대박카드’인 셈입니다.
3. 어차피 ‘양날의 칼’을 갖다 바친 것
그래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워낙 피해가 클 것이 뻔하므로 ‘스스로 사퇴’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의 길인지,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현재 통합진보당 내에서 추가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그 결과에 따라 통합진보당 내에서 신당권파든 구당권파든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내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문제가 마무리 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므로 일단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으로 종결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석기 의원이 사퇴하든 사퇴하지 않든, 두 가지 경우 모두에 있어서 어차피 상당한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진보당 스스로 진보당 내부에 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한 순간부터 피할 수 없는 손실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문제는 어느 쪽이 지속적인 손실을 유발시킬 것인가, 어느 쪽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저들 손에 양날의 칼을 쥐어 줘 버렸습니다. 그들이 마음껏 휘두를 수 있게 한 원죄는 우리쪽에 있습니다. 민주든 진보든 한 배를 탄 이상, 피할 수 없는 같은 운명입니다.
부실이 있었고 없고, 부정이 있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 손에 칼을 쥐어 준 행태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현명한 조사위원회라면 이 문제의 진상과 결론이 바로 그 지점에 닿아야 하는 이유는 그 행위가 ‘전쟁 중 아군 진영에 수류탄을 까 넣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4. 민주당의 올바른 판단과 현명한 처신이 필요한 때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한구 따위의 제안에 혹해서 넘어가리라 상상조차도 할 수 없지만, 지금 정도의 어정쩡한 스탠스 역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도화선이 타 들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 있다는 것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함에도 그러한 인식이 부족해 보입니다. ‘천하의 박지원’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일단 진보당의 결론을 지켜볼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어느 쪽이 바람직할지에 대한 판단은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석기 의원의 사퇴가 유리할까요, 의원직 유지가 유리할까요?
제 판단은 후자입니다. 어차피 발생한 손실, 그것은 교통사고를 당한 것과 같습니다. 차에 치이고 다치고 병원에 드러누워 있는 만큼의 손실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습니다. 이석기 의원들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퇴진 자체가 우리의 전력을 현저히 약하심킬 것이 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이석기의 사퇴는 필연적으로 제2, 제3, 제4 희생자를 향해 휘두르는 칼 날 앞에 모두의 운명과 목을 맡겨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거센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랑비처럼 촉촉하게 온 세상을 적신지 오래이고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그것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튼튼한 자가발전기를 가진 저들의 동력은 무한대로 강풍을 불어 넣어 촉촉이 젖은 옷들이 꽁꽁 얼게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 또한 변수가 아닌 상수입니다. 그것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새로이 당선된 새내기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과연 그러한 위기감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나마 관록있는 몇몇 분들은 그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 같아 아직 기대는 접지 않고 있습니다만. 지금이야말로 민주당의 올바른 판단과 현명한 처신이 절실한 때입니다.
5.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공격이 최상의 수비’라는 진리
MB정권들어 휘두른 칼날에 상처를 입은 어느 분께 “많이 힘드시지요. 건강 잘 챙기시고 힘내십시오”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답신이 왔더군요. 그 분께는 차마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내상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끼리 둘러앉아 자위질이나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저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고 한계점에 닿은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팽팽한 고무줄의 소성이 다하면 결국 끊어집니다.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조선패망의 1등공신인 찌라시 언론 속에 그 모습들이 고스란이 드러나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토해내는 광란의 배설물들을 부디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토사물들을 두렵다 피하지 마시고, 더럽다 외면하지 마시고, 그 냄새를 즐거이 맡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들의 정수리에 비수를 꽂을 시간을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상식이 있는 평범한 일반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굳은 심지를 갖고 우리의 부족함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우리의 진의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선하게 살아 온 사람들에 대해 동지로서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예리한 칼날로 저들의 명줄을 끊어야 합니다. 헌법을 바꾸어가며, 체육관 선거를 해가며 18년간 정권을 잡았던 족속들이, 총칼로 국민을 겁박하며 정권을 이어갔던 무리들이 그들의 온갖 부정과 부패와 비리를 ‘우리의 실수’로 덮으려 하지만 선한 국민들은 그 내면을 헤아릴 수 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공격은 언제나 정당합니다. 다만 우리가 공격하지 않으면 저들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공격을 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공격이 최상의 수비’인 이유입니다.
독고탁
덧글 :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침묵의 형벌’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추가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게 보아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스스로 뼈 속까지 노무현으로 사무친 ‘골수 노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감성적으로 사랑하고 이성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 삶의 지향점이 그 분의 시선 끝에 닿아 있기를 늘 원합니다.
그런 제가 노무현을 알고, 노무현을 믿고, 노무현을 따르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노무현을 닮은 정치인’ 단 한 사람을 꼽으라면 저는 거침없이 ‘이정희’라고 대답을 하겠습니다. 노무현을 닮은 많은 좋은 사람들 가운데 그 분은 단연 으뜸입니다.
그 분의 살아 온 궤적 속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봅니다. 그래서 그 분은 ‘노 대통령의 심정’을 이야기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디 빠른 시간 내에 우리 곁에 돌아 올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정희가 없는 2012 대선’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121879
http://www.seoprise.com/etc/u2/747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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