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몰이에 합세한 ‘한겨레’

[분석과전망] ‘한겨레’의 반북대결관점에 묻어있는 53년체제의 자취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2/06/21 [01:34]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지난 5월 10일 구속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자주민보 한성 기자가 편지로 보내온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_편집자] 한국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종북몰이에 북까지 뛰어들어 종북몰이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근혜만 보아도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장군님의 접견을 받고 주체사상탑과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비롯한 평양의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발언을 적지 않게 하였다.” 11일 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의 공개질문장을 통해서였다. 공개질문장의 대상은 MB정부와 새누리당이었다. 공개질문장은 “현 청와대와 행정부, 새누리당에도 우리와 내적인 연계를 가진 인물들이 수두룩한데 ‘종북’을 떠들 체면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들의 모든 행적, 발언들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지사가 했던 발언들에 우리 국민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도 했다. 사람들이 흥미로워할만한 대목이었다. 1998년 9월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고급시계를 선물했다는 것 정도는 세간에 익히 알려져 있다. 1998년 10월 동아일보 취재단이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인 ‘보천보전투’를 보도한 자사기사를 담은 금동판을 선물했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북이 거론한 두 인물의 발언이 흥미로운 것은 종북몰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국가관’과는 관련이 없다. 유력한 대선주자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일뿐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촉발된 것이 종북몰이 1라운드이고, 임수경 의원의 막말사태와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에로까지 확산된 것이 종북몰이 2라운드라고 한다면 북의 공개질문장은 종북몰이 3라운드라고 할만 하다. 종북몰이의 새국면에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치고 나온 곳은 새누리당이었다. 대변인은 ‘남북갈등을 부추기는 언행’, ‘비이성적인 정치공작’ 등의 표현을 써가며 ‘즉각중단’을 요구했다. 정의원은 ‘대선개입을 위한 공작정치’라고 했으며 김지사는 ‘두렵지 않다’면서 공개하라고 했다.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 문제로 종북의 실태가 드러나고, 종북세력이 수세로 몰리자 북한 정권이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작전에 나섰다” 이는 문화일보가 11일자 사설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사설은 그 작전의 내용이 두 가지라고 했다. ‘종북물타기’가 그 하나이며, 또 하나는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작전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남남갈등’의 징후로, 종북세력척결을 요구하는 진영을 한 편으로 하고 6월말 진보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장악을 모색하는 경기동부연합세력 그리고 종북논쟁을 매카시선풍이라고 역공하는 민주당을 한 편으로 하는 대립과 갈등을 들었다. 종북몰이의 전형이다. 종북몰이가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치실정을 덮으려는 MB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사람들은 아울러 종북몰이 뒤에 깔려있는 핵심적인 것이 대선전략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4.11총선에서 확인된 보수와 진보개혁진영간의 세력구도는 51대49였다. 2%의 박빙이었다. 보수진영은 DJ가 대통령이 되면서 얻은 표차이가 30만표, 노무현 또한 57만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다. 박빙인 선거전략에서 중간층이 승리의 향배를 가른다. 중간층이 진보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차단하는데서 안보의식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보수층은 알고 있다. 야권연대의 약한 고리를 치고 진보당을 약체화시키는 역할을 종북몰이가 훌륭히 수행해주기를 보수진영은 희망하고 있다. “가당찮은 북의 이념논쟁 개입”, 이는 6월 13일자 한겨레의 사설제목이다. 한겨레는 이 사설과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방북행적 공개협박 파문’이라는 해설문을 통해 북의 공개질문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먼저, 선거개입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리고는 북의 이러한 움직임을 선거에 이용하는, 이른바 ‘북풍’으로 삼으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다. 북풍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온다고 두 가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2000년 4월총선을 앞두고 DJ정부가 6.15정상회담 성사를 발표했지만 DJ정부가 패배했던 것 그리고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MB정부가 천안함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MB정부가 패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다음으로 공개질문장이 종북몰이를 물타기하는 것이며 북이 이를 통해 종북몰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겠지만, 오히려 새누리당의 집권을 도와주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주장은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의 견해에 근거하고 있다. ‘북한의 협박은 수그러들던 종북논쟁의 생명력을 연장시켜 새누리당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견해이다. “정치관점이 이념구도의 프레임에 따라 짜이면 새누리당이 정국주도권을 장악하게 되고 정권심판론과 정책대결은 희석된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마지막으로 북이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여기에서 ‘적대적 공존관계’라는 개념을 가져와 사용한다. 사설의 주장에 따르면, ‘취약한 3대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일부러 우리 쪽과의 긴장을 불러 일으켜 ‘적대적 공존관계’를 강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공개질문장에 대한 한겨레의 비판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순하게 봤을 때이다. 보다 세밀하게 접근하면 달라진다. 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비판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 그리고 구사하고 있는 논리가 허약하거나 허술하다. 반북대결적인 개념과 논리가 곧바로 그리고 그대로 동원되기도 한다. 논리의 허약성은 공개질문장이 특히 새누리당에게 이념구도의 프레임을 짤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서 대표적으로 확인된다. 이는 논리의 비약이기도 하다. 논리가 약하고 허술할 때 그것을 감추고자 턱없이 비약하는 경우를 지금 보수진영의 종북몰이는 마치 교과서처럼 정확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종북몰이의 2라운드에 등장했던 북한인권법논란이 그 적절한 하나의 예가 된다. 북엔 자유가 없고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탈북한다. 따라서 북한인권법은 좋은 것이다, 그런데 북한인권법은 반북단체한테 돈 대주는 법이고 반북대결법이라고 반대하는 이들은 종북이다. 이런식이다. 개념은 극단적으로 단순화되어져 사용되고 단순화 되는데서 개념보다 더 심한 쪽이 이렇듯 논리였다. 비교대상일 수 없는 서로 다른 위상에 있는 것인데도 종북몰이의 범주에 들어서게 되면 억지로 위상이 매겨져 동급으로 위치를 부여받기도 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반북대결정권이 더 연장된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머지않아 초등학생들의 다툼에서 “이 종북새끼가”라는 말이 욕처럼 사용되는 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한겨레의 공개질문장 비판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한겨레가 ‘적대적 공존관계’라는 개념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 개념을 사용하기 위해서 ‘김정은 체제’가 취약하다고 단정한다. ‘김정은 체제’가 취약한 것은 ‘3대세습’이기 때문이라는 규정은 이미 그 이전단계에서 밟은 공정이 있다. 이어 한겨레는 ‘적대적 공존관계’ 강화를 위해 북이 공개질문장으로 남북관계를 긴장과 대결로 몰아간다고 주장까지 했던 것이다. ‘적대적 공존관계’ 개념은 남과 북을 기본적으로 적대관계로 묶어 출발시킨다. 설핏 국가보안법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 듯도 하다. 엄밀하게 보면, ‘적대적 공존관계’ 개념은 분단관계, 분단고착화의 논리 범주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적대적 공존관계’는 명백히 반북대결논리이다. 한겨레가 북의 공개질문장을 비판하는데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나 논리 그대로 따른다면 북이 우리에게 취할 자세는 딱 한 가지여야 한다. 총선,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이 있기 전 몇 개월 동안 북은 대남관련 그 어떤 정치행위도 하지 말고 가만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이 가져다주는 횡포이다. 4.11총선 이전부터 이미 꿈틀거리고 있다가 진보당 사태로 본격화된 이래 민주당을 거쳐 북으로까지 확산되어진 종북몰이가 이후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다. 종북원조는 박정희였다는, ‘종북’을 조롱하는 말이 나오고 ‘매카시 선풍’에는 공세적으로 맞서겠다는 야당의 역공으로 주춤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금새 사그러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잠복일 뿐 대선 이전에 언제라도 또 다른 모습으로 출몰하게 될 것이다. 53년체제가 종식되지 않아서이다. 모든 문제는 현실적으로 53년체제이다. 종북몰이의 발원지가 53년체제라는 엄연한 현실에서 한겨레가 눈을 슬쩍 피하는 순간, 북의 공개질문장에 대한 한겨레의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맹목적인 반북이 되고 말았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용기일 수 있다는 것으로 설핏, 신선하게 보일 법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 무슨 ‘블루오션’이 아니다. 현실을 치열하게 붙잡지 못한 객기는 그저 객기일 뿐이다. 한겨레의 잘못된 논조는 ‘가당 찮은 것’으로서 53년체제를 관리유지해야 한다는 세력이 이미 짜놓은 프레임이다. 그 정도로 53년체제는 공고하다. 한겨레의 반북대결관점에 묻어 있는 것은 53년체제의 자취이다. 그러나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은 당장이라도 종북몰이를 없애고 53년체제를 평화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는 위력한 동력이다.(2012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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