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보호협정', 몰래 국무회의 통과

당국자 "미국에 등떠밀려 하는 것 아니다" 2012년 06월 27일 (수) 13:49:11 이광길 기자 gklee68@tongilnews.com 이명박 정부가 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안'을 몰래 통과시켰다. 지난달 말 국회와 여론의 반발에 밀려 연기하면서, '신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행태여서 그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오전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우리 안보이익 증진을 위해 일본과 정보보호협정을 추진 중"이라며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확인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직후 일본측에 통보했으나, 한국 언론과 국민에는 하루 늦게 알렸다. "일본측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 당국자의 변명이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한.일은 지난해 1월 국방장관회담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관련 실무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 배경에는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이 있었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들이 간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는 "당초 둘다 추진하기로 했으나 상대가 일본이다보니 여론과 국민감정상 아직도 충분히 성숙되지 않아 우선 시급한 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고 군수지원협정은 보류했다"고 그간 협의 경과를 설명했다. "정부가 나름대로 국민 감정, 국내적 여건을 충실히 감안해 추진하려고 노력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 5월말 김관진 국방장관이 방일 계기에 이 협정에 서명하려다 국민 여론에 밀려 접은 바 있어, 갑자기 서두르는 배경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며 "미국이나 일본에 등떠밀려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 제공과 보호에 관한 제도적 틀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재정적 부담을 지지 않고, 그에 따라 국회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구 공산권국가 등 24개국과 이미 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 자체의 가치보다는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갖는 군사적 의미가 크다"며 유엔사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주일미군기지를 예로 들었다. "주한미군은 지상군 위주이나 주일미군은 해.공군과 해병대 위주로서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한 세트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한.일 간의 군사적 협력을 정당화했다. 이 당국자는 "한반도 유사시, 대북억지력에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핵.미사일 등 북한 대량살상무기 관련한 일본의 정보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찰위성, 잠수함, 초계기 등 일본 나름대로 우리보다 유리한 정보 역량이 있어서 이를 우리 안보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게 결코 나쁘지 않다"는 주장이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이미 한.일 국방당국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탐지 정보가 교환돼 왔고, 그것을 상식적인 수준에서 서로 보호해왔다"며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겠다는 게 아니고 이미 이루어지는 정보에 대한 보호 틀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톤다운을 시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간에 제도적 틀이 없다보니 한-미 간에 교환한 정보를, 미-일 간에 다시 교환하거나 일-미 사이에 교환한 정보를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넘겨받는 등 복잡했던 절차를 단순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지금 이걸 안하면 우리가 죽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 것인데, 협의 절차가 끝나서 (지금) 한다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강변했다. "1년 반 협의 과정에 어떤 국내 여론수렴을 거쳤느냐"는 추궁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김관진 장관이 지난달 중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만나 "졸속처리하지 않고 앞으로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과 전날 기습처리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외교부 당국자는 "말못할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가운데, 국무회의에서 '대외주의(비공개)'를 달아 처리한 배경으로는 지난 14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가 거론된다. 이 회의에서, 미국측은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안되면 한.미.일 군사협력의 수준이 올라갈 수 없다'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우리 필요에 따라 당당하고 자신있게 처리한다"는 설명과 달리, 당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안'에서 '군사'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사라는 명칭이 빠지면 좀 부드럽지 않느냐"는 해명이다. 한편, 오는 29일 일본 각의가 잡혀있으나, 이 협정안을 처리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세 인상'건으로 일본 의회가 해산절차를 거쳐 총선 정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일본측이 내부 절차를 마치면, 양측은 외교당국자 간 서명절차를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 한-일 정보보호협정 주요 내용 -양국 정부는 각 당사자의 유효한 국내법령에 부합할 것을 전제로 군사비밀정보의 보호를 보장함. -양국 정부는 군사비밀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제공당사자의 사전 서면 승인없이 제3국의 정부 등에게 군사비밀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며, 제공당사자가 부여하는 보호에 실질적으로 상응하는 정도의 보호를 군사비밀정보에 제공하기 위하여 요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거, 제공된 목적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등의 원칙을 보장함. -양국 정부는 제공된 군사비밀정보에 대한 접근은 공무상 그러한 접근이 필요하고 접수당사자의 유효한 국내법령에 따라 허가를 부여받은 정부 직원에게만 허용함. -양국 정부는 제공된 군사비밀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모든 정부시설의 보안에 대한 책임을 지며, 그러한 각 시설에는 군사비밀정보의 통제 및 보호의 책임과 권한을 지닌 자격 있는 정부 직원이 임명되도록 함. -양국 정부는 제공된 군사비밀정보의 모든 분실이나 훼손 및 분실이나 훼손 가능성에 대해 즉시 통지를 받으며, 접수당사자는 상황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다. 접수당사자는 조사의 결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취한 조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당사자에게 전달한다. (자료제공-외교통상부) 관련기사 · 박지원 “한일군사협정,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것” · 김관진 "'한일 군사협정' 국회 논의 거쳐 처리" · 정부, 일본 이어 중국에도 군사비밀보호협정 타진 · 광복회, '한.일군사협정 반대' 공문 외교부에 보내 이광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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