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26”으로 우주 개발

[통일문화 만들어가며](178) 공상과학소설 《651호항로》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3/06/01 [23:09] 최종편집: ⓒ 자주민보 [편집자 주: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과 본지의 편집방향은 무관합니다. 다만 필자가 소개하는 북에 대한 정보를 통해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지난 4월 1일 조선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우주개발법”의 통과를 선포했다. 그날이 마침 서방의 만우절이었지만 결코 우스개가 아니라 당당한 인공지구위성 제조 및 발사국으로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우주개발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단호한 의사표시였다. 조선(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우주를 개발할지는 아직까지 외부의 그 누구도 모른다. 그리고 조선의 우주항행능력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들이 분분하다. 비하하는 사람들은 조선의 위성발사시도들이 모두 실패로 끝나 형편없다고 깔보고, 칭송하는 사람들은 조선이 이미 UFO를 개발, 운용하여 우주군이 우주공간을 맘대로 넘나든다고 단언한다. 조선의 우주항행기술이 너무나도 잘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무슨 동영상에 “은하- 9호”가 나와도 외부에서 한참 분석할 지경이다. 지금까지는 조선이 “은하- 3호”로켓까지 공개하였고 지난 해 말 그 “은하- 3호”로 쏘아올린 “광명성 3호 2호기”의 발사성공을 경축하는 공연무대에 “은하- 9호”모형이 나타나니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과학자들에게 가리켜 보이면서 개발해내라고 격려했다는 정도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래 전에 나온 소설에서 “은하- 26”이 등장하고 조선의 본격적인 우주개발사업이 진행된다는 내용이 있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당창건 55돐 문학축전작품”에 속해 《조선문학》2000년 8월호에 실린 과학환상소설(한국에서는 “공상과학소설”) 《651호항로》이다. 저자는 [통일문화 만들어가며](173) “세찬 불길 순식간에 없애려면”(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2642)에서 소개한 《붉은 섬광》을 창작한 리금철이다. 전문을 아래에 첨부했으니 《자주민보》의 독자분들이 먼저 감상하실 것을 권하는데, 미리 말하면 약간 김이 샐지는 모르겠다만 소설에서 “은하- 26”은 발사로켓의 명칭이 아니라 소행성의 이름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추리면 조선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지구에서 3억 6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태양계의 화성과 목성사이쯤이다)에서 지구에서 얻기 힘든 희유금속광물(희토류)이 300억 톤 묻힌 소행성을 발견하여 그 궤도를 변경시켜 지구 가까이로 끌어와 야금기지로 삼는다는 것이다. 좀 더 상세히 이야기하면 지구를 향해 끌어오는 과정에서 미국의 방해책동을 이겨낸다는 것이 주요한 충돌로 설정되었고, 탐험대장 심현아와 그녀를 돕기 위해 파견된 연구사 림진명의 사랑선을 통해 조선과학자들의 사람됨을 그렸다. 하기에 이 소설은 공상과학소설이면서도 남녀의 사랑을 그린 애정소설이므로 2중의미를 지닌다고 해야겠다. 또한 조국을 떠나 미국에 망명해 어렵게 보내는 밀레르라는 과학자를 조선과학자들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데 이 인물은 소련 해체 후 소련과 동유럽의 과학자들을 연상시킴으로써 정치적인 색채를 더해준다. 현실 속에서 영국 물리학자 호킹을 비롯하여 서방의 적잖은 과학자들은 인류가 이후에 다른 별로 이민해야 산다고 주장한다. 또한 화성을 미리 차지하여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따위 주장들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와 달리 조선의 문학가는 우주에서 제멋대로 돌아다니던 소행성을 지구 가까이로 끌어다가 이용한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람홍색공화국기가 게양된 <은하- 26>”(31쪽)이라는 묘사로 소행성에 대한 조선의 소유권을 강조한 대목이 돋보이는데, 조선사람들의 구상을 심현아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 지구의 정지위성 자리길에는 우리 나라의 우주제련소들과 우주공장들이 떠 있었요. 우리는 이 소행성을 그곳으로 끌어 가 지구를 도는 세계 최초의 대우주야금기지로 만들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우주개발이 아니라 우주개조이며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31~ 32쪽) 그런 일이 자연 대 인간이라는 무서운 혈투극으로 될 것이고, 그런 혈투에 몸을 내대기에는 젊음과 미모가 너무 아깝다는 미국인의 말에 심현아는 또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의 청춘과 아름다움은 다 조국을 위한것이예요. 우리는 이것을 자랑으로 긍지로 여긴답니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지난 세기에 지구의 자연을 개조한것처럼 현세기에는 우주를 개조하여 이 우주공간의 모든 천체들이 우리 인간을 중심으로 자기의 궤도를 돌게 할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선배들이 우리 후대들에게 남기고 간 넋이기도 합니다.”(32쪽) “우리 인간을 중심으로”라는 말은 물론 주체사상신봉자들의 신념을 반영하는데 그렇다고 “주체사상선전”이 아니냐는 식으로 어떤 사람들이 지나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현대우주학에 “인간원리”라는 개념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간원리(Anthropic Principle)”는 “인류원리”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바로 지금 여기(지구)에서 우주를 관찰할 수 있도록 세계가 미세 조정되어 있다는 가설적 원리이다. 흥미를 갖는 이들이 자료를 찾아보시기를 권한다. 한마디로 꽤나 볼만한 소설인데 시작부분에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좀 있었다. 21세기쯤으로 그려진 소설에서 “검은색 코트에 중절모를 깊숙이 내려 쓴 두 사나이”(30쪽)가 무슨 요원으로 나타난다는 설정은 어딘가 1950년대 영화들의 스파이형상을 떠올리게 하여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잡힌 미국간첩이 1980년대에 쓰이던 가발을 썼다 하고(이 점을 러시아 반간첩부문의 사람들이 신랄하게 비꼬았다), 또 “복고풍”이란 아무 때나 불 수 있으니까 그런대로 봐줘도 괜찮겠다. 같은 쪽에서 뉴욕의 어느 카페를 나온 밀레르와 두 요원이 승용차를 타고 가닿은 곳이 미항공우주국의 청사라고 그려졌는데, 미항공우주국이란 당연히 NASA를 가리킬 테고 워싱턴 콜롬비아특구에 위치해 있다. 이것도 21세기에는 NASA가 뉴욕으로 이사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이런 건 사소한 문제들이지만 필자로서는 조선의 소설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외부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느냐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생각되어 지적하는 바이다. 사실 소설에서 허점을 잡는다면 주인공들이 소행성의 이동을 방해한 “록키드항공회사에서 만든 우주용로보트”들을 발견한 뒤에도 “조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조국”에서도 상응한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제일 큰 허점이겠다. 물론 무슨 대책이 취해졌다고 설정되면 소설의 고조는 존재할 자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방해책동으로 림진명이라는 과학자가 생명을 잃었는데도 망명과학자 밀레르가 “량심선언”(이 “양심선언”이라는 말은 분명 한국관련자료에서 따간 것이다)을 발표했다고 그렸을 뿐 미국에 대한 “조국”의 대응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도 허점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이르러 옛날 중국병법을 좀 이야기해야겠다. “36계”의 “위위구조(围魏救赵)”는 2천 3백 여년 전 실제 있었던 전투사례에 기초한 것이다. 방연(庞涓)이라는 장수가 거느린 위나라 군대가 조나라를 공격하여 조나라가 제나라에 구원을 바랐더니, 제나라 군대는 방연의 동창생이었던 손빈(孙膑)의 계책에 따라 직접 조나라로 달려간 게 아니라 오히려 위나라로 쳐들어감으로써 위나라 군대의 철군을 이끌어냈고 철군하는 위나라 군대를 매복습격하여 대량 소멸했다 한다. 이와 같이 적의 요해처를 노림으로써 적군을 자기 맘 먹은대로 움직이는 방법을 “攻其所必救(상대방이 필연고 구원할 곳을 친다)”고 한다. 소설에서 조선우주탐험대가 지구에서 7천 7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화성부근에서 생사위기를 겪는다. 미국의 우주비행선은 28분 후에 “은하 -26”과 운석이 충돌하도록 설정해놓았다. 운석을 깨버리면 더 많은 장애물이 생겨나고 로봇들로 해결하기도 어려워 림진명이 나서서 희생적인 폭발로 운석의 운동속도를 늦춰놓아 “은하- 26”이 원래 정한 길로 계속 가게 된다는 게 소설의 설정이다. 그런데 앞에서 미국이 만든 우주용로봇의 방해를 받은 다음 “조국”에 보고했더라면 또는 미국이 노골적으로 “은하- 26”을 화성에 있는 자기들의 개발기지로 끌어오라고 요구하여 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은 다음 “조국”에 보고했더라면 어떻게 될까? “조국”이 수천 만 킬로미터 밖에 우주선을 급파할 여유는 없더라도 지구에 존재하는 미국에 경고할 시간은 넉넉하다. 즉 우리의 행동을 방해하지 말라, 방해하다가는 미국이 직접 공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서면 우주공간에서 활동하는 미국인들이 강경하게 나설 수가 없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식으로 그려지면 소설의 고조가 설 자리를 잃는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이후에 우주공간에서 나라들 사이의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 지구에 나라들이 존재하는 한, 우주비행사들이 미치지 않은 한, 지구상에서의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겠나 내다본다. 《조선문학》은 조선에서 굉장한 영향력을 갖는 잡지라고 하는데, 지난 해 “광명성 3호 2호기”발사 유공자들 가운데 혹시 13년 전에 발표된 소설 《651호항로》를 통해 우주정복의 꿈을 키웠던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소설에서 소행성을 지구 가까이로 끌어가겠다는 심현아의 구상은 미국인의 질문을 이끌어내고 심현아는 단호히 대답한다. 《“하늘의 별을 따오고 싶어 하는것은 누구나 유년시절에 가지는 철 없는 꿈이지요. 헌데 선생은 아직도 그 꿈에서 깨여 나지 못한것이 아닙니까?” “꿈을 안고 사는것이 우리의 생활이고 그 꿈을 실현하는것이 바로 우리의 과학이예요.”》(31쪽) 소설 속 인물의 말이지만, 조선이 그토록 악렬한 조건 속에서도 위성을 제작발사하고 첨단무기들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다. 제대로 이해해야 조선의 새로운 변화, 새로운 성과들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고 결국에는 통일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이로울 것이다.(2013년 6월 1일) 첨부자료 1종: 단편소설 《651호 항로》 리금철 뉴욕의 밤은 소란스럽게 깊어 가고 있었다. 울긋불긋 번쩍이는 네온싸인등의 어지러운 불빛, 거기에 넋을 뽑힌듯 거리마다 혼잡을 이루고 겨끔내기로 내뽑는 자동차와 승용차들의 경적소리, 그 소리에 불협화음을 이루며 카페와 식당들에서 울려 나오는 쟈즈의 란잡한 선률과 녀인들의 자지러운 웃음소리… 이 모든것이 혼탁을 이루며 도시는 지금 밤의 미궁속으로 점점 더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도시의 야음속에 묻힌 어느 카페안의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밀레르는 취기로 흐릿해 오는 혼미속에서도 조국을 버리고 온 자신을 한탄하며 연방 고개를 주억거리였다. 《미쳤어. 너도 나도 모두가 돈에 미쳤어. 아, 돈! 돈!》 그리고는 헝클어진 갈색머리칼을 또다시 쥐여 뜯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때 그의 머리우에서 석쉼한 목소리가 저력 있게 울리였다. 《밀레르씨, 돈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도와 드릴수 있습니다.》 밀레르는 게슴츠레한 눈길을 들었다. 검은색 코트에 중절모를 깊숙이 내려 쓴 두 사나이가 식탁옆에 와 서 있었다. 한 사나이가 위엄 있는 자세로 자리에 앉아 한동안 말없이 뚫어 지게 밀레르를 쏘아 보더니 이윽고 석쉼한 목소리로 말했다. 《밀레르씨, 우리가 알고 있기에는 당신이 지난 한때 조선에서 류학을 하였다던데요.》 《그렇소. 그런데 그것이 어쨌다는거요?》 밀레르는 혀 꼬부라 진 소리르 내뽑으며 또다시 고개를 주억거리였다. 《혹시 이 녀성을 아시는지. 심현아라고 당신의 동창생일텐데…》 그 사나이는 밀레르앞에 한장의 사진을 꺼내 놓았다. 사진속에는 아름다운 조선처녀가 밝게 웃고 있었다. 밀레르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 비너스! 옳소. 이 녀자는 조선의 비너스요!》 밀레르는 사진을 두손으로 덥석 집어 들었다. 이제는 헤여진지도 거의 7년 세월이 흘렀지만 외국인류학생들속에서 미의 녀신인 비너스로 불리우던 현아의 그 미모는 여전하였다. 밀레르는 류학시절에 그한테서 조선어수업 과외지도를 받군 하였다. 그런 현아의 아름답고 리지적인 모습을 이러한 어지러운 카페에서 다시 보게 된 밀레르는 그 사나이에게로 의혹이 실린 눈길을 돌렸다. 그 사나이는 대답대신 자리에서 일어 섰다. 《밀레르씨,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가셔야겠습니다.》 《그건 어째서요. 당신들은 누구요? 난 망명객이요. 보호권을 가지고 있소.》 밀레르는 강경하게 항의했지만 두 사나이는 그의 량팔을 하니씩 붙들어 일으켜 세웠다. 그들이 밀레르를 끌고 나온 바깥에는 이미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밀레르를 태운 그 승용차는 곧 거리의 혼잡속에 끼여 들었다. 승용차가 가닿은 곳은 뜻밖에도 미항공우주국의 청사였다. 밀레르는 이곳에 와서야 조선의 어느 한 우주탐험대가 머나먼 우주공간에서 《은하- 26》이라 명명한 소행성을 발견하였다는 희한한 소식과 함께 그 탐험대의 대장이 바로 자기의 류학시절 옛 동창인 심현아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였다. ☓ 소행성 《은하- 26》에 대한 현지탐험을 수행한 제58우주탐험대 대장 심현아는 요즘 복잡다단한 탐험대의 일거리보다도 해설원사업으로 더 분망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얻기 힘든 희유금속광물이 300억톤씩이나 묻혀 있는 이 소행성을 발견한것과 관련한 보도가 나간 후 세계의 여러 나라 우주탐험대들과 과학자들이 람홍색공화국기가 게양된 《은하- 26》으로 꼬리를 물고 때없이 찾아 왔던것이다. 다행히도 현아에게는 과학원 우주연구소의 자료해설원이라는 탐험대 전 생활이 있어 그 사업에서는 누구도 대신 못할 능수였다. 지금도 단아한 몸매와 아련한 얼굴생김의 현아로서는 차라리 우주탐험가라기보다 우주의 《성지》를 지켜 선 성녀로 불리우는것이 더 어울릴런지도 모른다. 그만큼 현아의 우아한 미모는 쓸쓸한 풍경의 우주세계에서 갈증난 사람처럼 아름다움을 그리는 그들에게 있어서 한송이의 생신한 꽃송이였다. 바로 그 현아에게로 오늘은 대학시절의 동창생이였던 게. 페. 밀레르가 우주비행선 《워싱톤》호를 타고 자기의 동료들과 함께 찾아 왔다. 현아는 소행성의 표면에 착륙해 있는 자기네 탐험선의 응접실에서 옛 류학동창생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이게 얼마만이예요, 밀레르씨.》 《허허… 현아씨의 미모는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밀레르와 마주 앉아 지나간 학창시절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회상담을 나누던 현아는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참, 밀레르씨가 자기 조국을 떠나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세요?》 밀레르는 아픈 곳을 찔리운듯 얼굴을 찡그리더니 한숨을 내쉬였다.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조국보다 돈이 더 귀중하게 되였지요.》 현아의 얼굴은 금시 어두워 졌다. 《유감이군요. 그처럼 자기 조국을 사랑하고 포부가 크던 밀레르씨가 아니예요.》 《나뿐만이 아닙니다. 그 땅의 많은 과학자들이 다 조국을 떠나 인생로를 다시 잡았습니다.》 《어쩌면 모두가 그렇게…》 《다 돈때문이지요. 돈때문에.》 밀레르는 또다시 무거운 한숨을 토하더니 슬며시 현아에게로 눈길을 주었다. 《어떻습니까? 현아씨, 당신들의 이 <은하- 26>개발은 현실성이 있는것입니까? 우주개발이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것을 아실테지요.》 밀레르를 바라보는 현아의 표정은 진중하였다. 《우리에게는 결심하면 무조건 해내는 신념이 있어요.》 《내 당신네들의 그 이데올로기를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과학이란 역시 재력에 의해서 담보될 때에만… 례를 들면…》 밀레르는 자기의 얼굴을 뚫을듯한 현아의 눈길에 주눅이 들었던지 잠시 말꼬리를 흐리였다. 《미국의 우주과학을 들수 있지요. 그 나라는 화성에 우주개발기지를 꾸리는데만도 막대한 자금을 들였습니다.》 《그것이 어쨌다는거예요?》 밀레르는 함께 온 동료들을 힐끗 바라보고는 왜서인지 떠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지구까지는 3억 4천만km가 넘습니다. 그러니 그 먼 거리를 숱한 운반선들이 왕복비행하면서 이 소행성의 희유광들을 실어 나르자면 엄청난 자금이 들것입니다.》 밀레르는 현아의 얼굴표정을 주시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화성에 있는 미우주개발기지를 중간정류소로 정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사정은 달라 질수도 있습니다.》 《아니!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이 소행성의 보물을 조국의 자원으로 리용할것입니다.》 밀레르는 놀랍다는듯 두팔을 벌리며 두어깨를 으쓱거리였다. 《그러면 우주중간정류소를 따로 띄우겠다는겁니까? 허! 운반비행선만도 수백대나 제작해야 할텐데 거기에다 우주중간정류소까지 만들어 띄우자면 엄청난 비용이 들것입니다. 조선속담에 <아이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말이 있지요.》 《<한번 말하기전에 두번 들으라>. 이것은 당신네 나라 격언이지요. 우리에게는 운반비행선도 그리고 중간정류소도 필요 없습니다.》 현아의 이 대답은 밀레르뿐아니라 함께 온 그의 동료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그건 어째서입니까?》 《이제 얼마후이면 이 소행성이 지구의 <달>로 되니까요.》 《지구의 <달>? 그건 무슨 뜻입니까?》 어안이 벙벙해 있는 밀레르와 그의 동료들의 모양을 보며 현아는 얼굴에 웃음을 머금었다. 《지금 이 <은하- 26>소행성은 지구로부터 거의 10억만리 떨어진 거리에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 소행성의 궤도를 인공적으로 변화시켜 지구가까이로 끌어 가 정지위성자리길을 따라 도는 지구의 위성으로 만들것입니다.》 밀레르와 그의 동료들은 모두가 깜짝 놀랐다. 사람의 힘으로 우주천체의 궤도를 변화시킨다? 소행성을 끌어 가 지구의 위성으로 만든다? 밀레르의 동료들중에서 자제력을 잃지 않은 한 사나이가 현아에게 석쉼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아선생, 하늘의 별을 따오고 싶어 하는것은 누구나 유년시절에 가지는 철 없는 꿈이지요. 헌데 선생은 아직도 그 꿈에서 깨여 나지 못한것이 아닙니까?》 《꿈을 안고 사는것이 우리의 생활이고 그 꿈을 실현하는것이 바로 우리의 과학이예요.》 다기차게 울리는 현아의 말소리는 계속되였다. 《지금 지구의 정지위성 자리길에는 우리 나라의 우주제련소들과 우주공장들이 떠 있었요. 우리는 이 소행성을 그곳으로 끌어 가 지구를 도는 세계 최초의 대우주야금기지로 만들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우주개발이 아니라 우주개조이며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밀레르는 현아를 두려운 눈길로 훔쳐 보았다. 류학시절 그처럼 우아하고 아련하게만 보이던 현아의 모습이 지금 밀레르에게는 다른 모습으로 안겨 들었다. 이제 보니 이 조선처녀는 결코 비너스가 아니였다. 고대신화의 많고많은 녀신들중에서 밀레르의 눈앞에 언뜻 떠오르는것은 과학과 평화의 수호신인 팔라스였다. 지금 밀레르에게는 현아의 아름다운 미모가 도리여 위압적으로 안겨 들면서 그 고대그리스의 녀신앞에 앉아 설교를 듣는듯 가슴이 옥죄여 들었다. 강요와 돈의 유혹에 못 견디여 우주로 올라 와 《은하- 26》를 추적해 오던 도중 커다란 소행성과 맞부딪칠번까지 하였던 《워싱톤》호이고 보면 밀레르의 앞일은 그때 벌써 징조가 불길했었다. 그런데도 석쉼한 목소리의 사나이는 현아에게 비양조로 말했다. 《현아선생, 당신들의 그 일은 이제 자연 대 인간이라는 무서운 혈투극으로 될것입니다. 그런 혈투에 몸을 내대기에는 선생의 그 젊음과 미모가 너무도 아까운데요.》 현아는 자리에서 일어 섰다. 《우리의 청춘과 아름다움은 다 조국을 위한것이예요. 우리는 이것을 자랑으로 긍지로 여긴답니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지난 세기에 지구의 자연을 개조한것처럼 현세기에는 우주를 개조하여 이 우주공간의 모든 천체들이 우리 인간을 중심으로 자기의 궤도를 돌게 할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선배들이 우리 후대들에게 남기고 간 넋이기도 합니다.》 발깃하던 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은 점점 근엄한 기색으로 물 들어 갔다. 현아의 그 기색은 밀레르네 일행이 떠나간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자기네가 벌리게 될 우주개조의 거대한 사업은 현아의 가슴속에 격정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던것이다. 우주개척에 한생을 바치신 아버지의 념원! 바로 그 념원을 실현하기 위하여 안온한 생활의 보금자리를 떠나 우주라는 엄혹한 세계로 날아 오른 현아였다. 현아는 그 길에 청춘시절의 사랑까지도 바쳤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그때 벌써 현아에게는 처녀의 순진한 가슴속에 사랑의 불길을 지펴 놓은 한 청년이 있었다. 현아가 지금껏 남자를 사랑했다면 그것은 림진명이라는 연구사청년 한사람뿐이였다. … 그날도 그들은 저녁노을 비낀 옥계천의 유보도를 나란히 걸었다. 무슨 고민이 있는지 그날따라 번민에 잠겨 있는 진명과는 달리 현아의 표정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진명동무, 앞으로 우리의 이 행성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될가요?》 《글쎄…》 《전 그것이 눈에 보이는것만 같아요. 우리의 지구주위를 도는 수많은 위성도시들, 우주제련소, 우주발전소들… 호호… 그때면 아마 우린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겠지요?》 여느때없이 다사한 현아의 태도는 진명에게 의문을 가져다 주었다. 《현아동무, 혹시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니요?》 그러자 발랄하던 처녀의 모습은 서리 맞은 함박꽃이 되고 말았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잠시 망설이던 현아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이제부터는 저를 찾지 마세요.》 《그건 무엇때문이요?》 《전 이제 곧… 우주탐험을 떠나요.》 현아의 대답은 나직했으나 진명의 대꾸는 우뢰처럼 울리였다. 《뭐요?!》 그 소리에 현아는 찬비 맞은 병아리처럼 몸을 옹송그리며 고개를 숙이였다. 《미안해요. 동무와 사전토의도 없이…》 진명은 대꾸없이 거친 숨만 내쉬였다. 《그래 꼭 가야겠소?》 《…》 《우주탐험이란 헐치 않소. 남자들도 힘겨워 하는거요.》 하지만 현아는 떠나야 했다. 자기네 우주연구소의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우주탐험을 궐기해 나섰을 때 제일 선참 연단에 나선것이 바로 현아였다. 바로 그 길이 연구실에서 순직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국을 받들고 빛내이는 길임을 자각했기에 현아는 연단에서 불 같은 열변을 토하였던것이다. 《정말 놀랍소.》 이렇게 나직이 중얼거리는 진명의 목소리는 침울하였다. 한동안 선 자리에서 강물우에 눈길을 준채 묵묵히 서 있던 진명은 무슨 결심이 섰는지 단호히 고개를 돌리였다. 《우주비행장에서 다시 만납시다. 그때 동무에게 내 말 못하고 있던것을 다 이야기하겠소.》 하지만 진명은 현아가 떠나는 날 우주비행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바래움을 받지 못한채 우주로 떠나는 처녀의 마음은 실로 서글펐다. 혹시 이렇게 자기들은 영영 헤여지는것이 아닐가? 현아는 후날에야 진명이 그날 시험도중에 일어난 폭발사고로 심한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은채 병원으로 실려 갔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때로부터 수개월이 흘러서 아득한 우주공간에서 소식을 들었을 때 현아는 가슴이 미여지는듯 하였다. 현아는 그런줄도 모르고 순간이나마 진명을 의심했던 자신이 혐오스럽기까지 하였다. (진명동무,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후 현아는 탐험의 나날 멀리서 반짝이는 지구별을 바라볼 때면 진명과 마음속의 대화를 나누군 하였다. 그리고 그와 다시 만나 피우지 못한 사랑의 꽃을 활짝 피울 그날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기다려 왔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진명이 다른 녀성과 결혼하여 딸자식까지 두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현아는 실련의 고통으로 침식마저 잊었다. 진명의 안해는 장기간 외국에 나가 국제물리학회쎈터에서 사업하다가 귀국한 미모의 현숙한 녀성이라고 하였다. 그렇다고 현아는 진명을 탓하지 않았다. 나이 서른살을 눈앞에 둔 처녀를, 그것도 머나먼 우주에서 언제 돌아 올지 모를 녀성을 세월없이 기다린다는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결국 현아와 진명의 인생로는 하나로 합쳐 지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현아는 애당초 진명과 헤여져 우주탐험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자기 동무들의 충고에 자신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청춘도 사랑도 다 바쳐 왔기에 오늘은 대우주개조의 성스러운 위업에 한몫을 하게 된것이 아닌가. 조국에서는 《은하- 26》소행성의 인공적인 궤도변화를 위핸 기술적방조를 위해 두명의 연구사를 떠나보냈다. 두 연구사는 오늘래일 이곳에 도착하게 된다. 현아네는 그들이 도착하면 인츰 《은하- 26》소행성의 인공적인 궤도변경을 시작하게 되여 있었다. 다음날 조국에서 파견한 두 연구사가 《은하- 26》소행성에 도착하였다. 반가움에 젖어 그들을 마중하던 현아는 그만 온몸이 굳어 지고 말았다. 탐험선의 조종실로 들어 서는 나이 젊은 두 연구사 중의 한사람이 바로 림진명이였던것이다. 함께 온 다른 연구사도 현아에게는 낯이 익은 최동훈이라는 진명의 친우였다. 《현아동무!》 진명은 벙글거리며 현아앞으로 다가왔다. 《아-》 현아는 가벼운 신음소리를 지르며 두눈을 꼭 감았다. 옛 련인과의 너무도 뜻밖의 상봉은 현아에게 과중한 심리적부담을 안겨 주었던것이다. 처녀의 가슴속에서는 지금 5년만에 진명을 다시 만난 기쁨과 아직도 아물지 않은 실련의 상처로 오는 모진 아픔이 서로가 엉켜 돌며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현아는 자기의 그 마음속 감정을 애써 누를줄 아는 녀성이였다. 《기다렸어요. 오신다는 련락을 받았습니다.》 《정말 반갑소. 현아동무가 그간 큰 일을 해놓았더구만.》 진명이 역시 별다른 내색을 나타내지 않고 웃으며 현아를 대하였다. 현아는 그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진명동무도 그간에 많이 변하셨어요. 박사학위를 받으셨다지요. 축하합니다.》 진명은 어줍게 웃음을 지었다. 《허참, 어느새 그걸 다 아오.》 《호, 제가 진명동무에 대해서 모르는것이 있는줄 아세요? 참, 딸애이름이 꽃순이라 했던가요?》 진명이 얼굴이 벌개서 미처 대답을 못하자 곁에 있던 동훈연구사가 능청스레 웃으며 현아에게 대꾸했다. 《정말 꽃처럼 이쁘게 생겼습니다. 이제 조국에 돌아 가면 만나보십시오. 아마 현아동무를 반겨 맞을겝니다.》 진명은 친구에게 피끗 언짢은 눈길을 주었다. 잠시 방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진명은 그 침묵을 가실양으로 인츰 화제를 돌리였다. 《<은하- 26>소행성의 현재위치는 확정되여 있소?》 《예.》 현아는 조종대의 전자향도판을 켜놓고 복잡하게 나타나있는 천구의 별자리들을 가리키였다. 《현재 <은하- 26>의 위치는 직경 128도, 적위 252도 근방인 여기 227공간구역이예요. 앞으로 소행성은 이곳 354공간구역에서부터 궤도변경을 시작하여 화성자리길을 지나 지구로 향하에 되여 있습니다. 우리는 <은하- 26>소행성이 가게 될 이 항로에 651이라는 수자를 붙이였습니다. 우리 탐험대는 그간에 모든 준비사업을 다 끝냈어요.》 현아의 담담한 어조에는 자랑과 긍지가 넘쳐 있었다. 실로 천체의 자리길을 변경시키는 대우주개조의 거창한 위업에 현아네 탐험대는 많은 일을 해놓았던것이다. 354공간구역에 이른 《은하- 26》소행성은 곧 인류력사상 처음으로 인공적인 천체의 궤도변화를 시작하였다. 자연의 거대한 힘에 이끌려 수십억년동안이나 불변궤도를 따라돌던 우주의 천체. 바로 그 천체가 지금은 인간의 힘과 지혜에 의해 서서히 자기의 운동궤도에서 벗어 나 651호항로에 들어 섰다. 《은하- 26》소행성의 앞쪽에서는 련이어 고능력에네르기재료의 작열로 눈부신 화광이 일어 나고 있었다. 소행성은 그로 인한 반충력으로 자기의 운동속도를 조금씩 늦추며 화성의 자리길쪽으로 움직여 갔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들이 다 그러하듯이 소행성 《은하- 26》도 항성의 인력과 자기의 운동속도가 균형을 이루는 자리길을 따라 돈다. 그러한 《은하- 26》의 속도를 조금씩 감소시키면 그 균형이 파괴되므로 소행성은 태양쪽으로 끌리우면서 운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태양쪽으로 끌려 가던 소행성이 지구와 가까이 하게 되면 그때는 지구의 인력권안에 들게 되는것이다. 《은하- 26》소행성은 이러한 자리길변화원리로 이제 얼마후이면 화성자리길근방에 이르게 된다. 조종대에 마주 앉은 현아옆에 서서 전자향도판에 나타난 《은하- 26》소행성의 운동궤도를 주시하던 진명은 현아에게 은근히 물었다. 《어떻소, 현아동무. <은하- 26>이 화성자리길근방을 지나게 될 때의 화성인력의 영향을 고려해 보았소?》 《저도 그것이 걱정돼요. 651항로에서 화성이 멀지 않게 놓이게 될거예요. 사소한 항로편차만 생겨도 우리는 화성의 인력에 끌려 들어…》 현아는 뒤말을 잇기가 두려운듯 말꼬리를 흐리였다. 《포보스와 데이모스처럼 될수 있단 말이지.》 진명은 혼자말처럼 중얼거리였다. 화성의 자연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도 태고적에는 소행성들이였다. 그런 두 소행성이 언젠가 화성자리길근방을 지나다 인력에 끌리여 들어 가 지금은 그 행성의 주위를 도는 위성으로 변해 버렸던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제 《은하- 26》소행성도 지구에 가깝게 접근하면 지구의 인력에 끌려 들게 된다. 이때 지구와 소행성간의 거리가 3만 5천 8백 km에 이르러 《은하- 26》의 접선방향운동속도를 초당 3.1km로 해주면 그것은 정지위성자리길을 따라 도는 지구의 영원한 자연위성이 된다. 이 모든 공정은 지구와 소행성 두 천체의 자리길방향과 위치, 질량, 제돌이와 남돌이속도 등의 정확한 관측과 콤퓨터의 정밀계산에 따라 진행된다. 그러니 항로가 조금만 편차나도 이 행성이 화성쪽으로 끌리우게 된다는 현아의 우려가 공연한것이 아니였다. 《이렇게 합시다. 화성의 인력을 무사히 피하기 위해 <은하- 26>의 속도를 003으로 가속시킵시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치인가?》 동훈연구사가 진명에게 묻는 말이였다. 《내 이미 계산을 해보았네. 위성이 행성에 가까아 있을수록 운동속도가 커야 한다는 법칙이 있지 않나.》 《케플레르의 제2법칙 말인가?》 《옳네. 그 법칙은 바로 화성과 우리 <은하- 26>소행성에도 성립되네.》 이런 진명이 곁에 있음으로 하여 현아는 마음이 든든하였다. 비록 그와의 사랑은 이루지 못했어도 현아는 진명의 과학적재능과 침착한 일처리에는 탄복을 금할수가 없었다. 하기에 현아의 아버지 제자인 천상렬상급연구사도 전공부문이 다른 진명이지만 그를 알게 된 후부터는 마치도 친동생처럼 아끼고 믿어 주었었다. 지나간 현아와 진명간의 사랑도 실은 그 상급연구사부부가 맺어 준것이였다. 그러한 그들부부는 우주태양발전소건설중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수많은 생명과 귀중한 설비, 자재를 구원하고 자기들의 꽃 같은 생명을 바치였다. 그것은 현아가 우주탐험의 길에 오른 후 있은 일이였다. 조국의 부강과 번영을 위해 자기들의 청춘과 생명을 서슴없이 바치며 간 우리의 과학자들. 바로 그들이 남기고 간 념원을 안고 오늘은 현아네가 우주개조의 거창한 위업을 실현해 가고 있는것이다. 별안간 조종판의 신호등이 붉은 빛을 깜박이며 다급한 비상신호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현아는 흠칠 몸을 떨며 조종판의 여기저기로 눈길을 누벼 댔다. 항로표식판의 그라프가 경련을 일으키는 광경이 눈에 미치자 현아는 가슴이 덜컥 무너지는듯 하였다. 그것은 《은하- 26》소행성의 속도조종에 이상이 생겼음을 보여 주기때문이다. 무슨 일일가? 현아는 금시라도 심장이 튀여 나올듯한 가슴에 두손바닥을 꼭 가져다 대고 진명을 바라 보았다. 《16호구역이 사고요. 그곳에 설치한 자동발화기들이 작용하지 않고 있소》 《예?!》 이것은 정말 뜻밖의 비상사고이다. 《은하- 26》의 운동방향과 속도는 24개로 나눈 구역마다 설치된 고능력에네르기재료의 순차적인 발화에 의한 반충력으로 자동조종되고 있었다. 때문에 어느 한 구역에서라도 발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은하- 26》의 속도변화에 불균형이 생겨 소행성이 651호항로상에서 벗어 나게 된다. 매 구역마다에는 발화기들을 감시하고 조종하는 로보트들이 배비되여 있는데 16호 로보트한테서는 아무런 통보도 없는것이 이상했다. 현아는 급히 우주모를 집어 들었다. 《제가 16호구역에 나가겠어요.》 《함께 갑시다.》 어느새 예비점화기를 집어 든 진명은 어깨우로 넘어 간 산소흡입관을 손질하고 있었다. 급히 준비를 끝낸 현아와 진명은 탐험선의 조종실을 나섰다. 바깥은 지금 태양과 마주한 곳이여서 《은하- 26》소행성의 표면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우주복의 등에 진 소형로케트의 분사력으로 날아 16호구역에 가닿았을 때 그곳은 《밤》이였다. 직경이 1.8km밖에 안되는 자그마한 천체이지만 이 《은하- 26》도 행성이라고 남돌이와 함께 6시간 15분을 주기로 제돌이를 하여 《낮》과 《밤》이 변하고 있었던것이다. 가볍게 표면에 내려 선 현아와 진명은 우주모에 설치된 투광등을 비치며 발화기들을 찾아 내였다. 무엇때문인지 발화기들의 자동장치가 마구 파괴되여 있었다. 현아가 급히 조종기구로 16호로보트를 호출했건만 그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현아는 불쑥 눈앞에 밀레르와 함께 왔던 석쉼한 사나이가 《은하- 26》소행성을 떠날 때 짓고 있던 음험한 얼굴표정이 떠올라 가슴이 섬찍해 들었다. 16호구역의 18개 발화기들은 모두 숨 죽여 있었다. 이것이 그자들의 작간질이라면?… 현아와 진명은 급히 량쪽으로 갈라져 자동장치가 파괴된 발화기들대신 예비점화기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중력이 미미한 이곳 소행성에서는 걷기조차 불편하였다. 조금만 발에 힘을 주어도 몸은 풍선처럼 허공으로 둥둥 떠오르려 하였다. 현아가 다른 발화기로 또 다가갈 때였다. 별안간 현아의 머리와 어깨에 둔중한 타격이 가해 졌다. 《아!-》 현아는 눈앞이 아찔해 지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우주모에 설치된 송수신장치로 현아의 비명소리를 들은 진명이 다급히 웨치였다. 《현아동무! 무슨 일이요?》 현아는 미처 대답할 사이도 없었다. 자기의 등뒤에서 얼씬거리는 몇개의 검은 형체를 알아 보았던것이다. 현아는 급히 허리춤에서 레이자빛총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자기를 향해 또다시 달려드는 그 검은 괴한들에게 연방 빛줄기를 뿜어 댔다. 강력한 레이자빛에 얻어 맞은 그것들은 맥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몸을 일으키려던 현아는 숨이 꺽 막히여 다시 주저앉았다. 왜서인지 숨이 가빠나기 시작하였다. 피끗 뇌리를 치는 생각에 간신히 우주복의 어깨우로 손을 더듬던 현아는 흠칫 몸을 떨었다. 어깨의 산소흡입관이 터져 구멍이 나있었던것이다. 이제 그곳으로 산소통의 산소가 모두 새여 나가면 그때면 마지막이다. 이어 진명이가 현아에게로 날아 왔다. 《무슨 일이요?》 진명은 현아에게 다급히 물었다. 《저… 저것들이…》 현아가 비쳐 대는 투광등의 불빛에 쓰러져 있는 세개의 검은 형체가 드러났다. 그것들을 록키드항공회사에서 만든 우주용로보트들이였다. 《다친 곳은 없소?》 《전 괜찮아요. 빨리 발화기부터…》 아직은 현아에게 어떤 위험이 다가오는지를 모르는 진명은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흡입관의 터진 구멍으로 하여 제정량의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현아는 마치 100m달리기를 하고난 뒤처럼 계속 숨이 가빠 났다. 그 가쁜 호흡도 당분간일것이다. 이제 몇분후이면 산소통의 산소가 모두 새여 나가게 된다. 그 시간이면 자기는 얼마든지 탐험선으로 되돌아 갈수 있고 생명은 구원될수 있다. 그러면 저 숨 죽은 발화기들은? 현아는 안깐힘을 써가며 또다시 예비점화기들을 설치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다섯개, 여섯개… 이제는 현아의 정신이 혼미해 지기 시작하였다. 이때 우주모의 수화기에서 진명이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현아동무, 그쪽 일은 어떻게 됐소?》 현아에게는 그 목소리가 아득히 먼곳에서 간간이 들려 오는듯 하였다. 《현아동무, 왜 대답이 없소? 현아동무!》 (진명동무, 이 소행성을 부탁해요. <은하- 26>을 꼭 조국에로… 그리고 부디… 행복하세요.) 현아는 떠나온 탐험선쪽으로 간신히 고개를 돌리였다. 우주탐험의 기나긴 나날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정다운 동무들이 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이라도… (동무들, 안녕히… 이 몸은 죽어도 넋만은 살아서 동무들과 함께 꼭 조국으로 가겠어요.) 진명이 날아 왔을 때 현아는 이미 질식되여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였다. 이제는 《은하- 26》소행성이 화성자리길과 가까와 졌다. 별처럼 반짝이던 화성이 이제는 지구에서 보는 보름달보다 더 큰 구체가 되여 불그스레한 빛을 내고 있었다. 치료실의 침대에서 일어 난 현아는 아직도 추서지 못한 몸을 가누며 탐험선의 조종실로 나왔다. 그를 먼저 알아 본 동훈연구사가 펄쩍 뛰며 나무람했다. 《여기 일은 걱정 말라는데 왜 또 나왔습니까?》 《이젠 괜찮습니다.》 현아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앞이마에 흘러 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올리였다. 사실 진명이가 그곳에 조금만 늦게 가닿았어도 그는 생명을 잃었을것이다. 현아는 그때 맥박조차 겨우 알릴듯말듯 하였었다. 탐험대의사는 그에게 아직 더 며칠간 안정해야 한다고 간절하게 사정하였건만 현아는 자리에 누워 있을수가 없었다. 《은하- 26》소행성이 화성자기길쪽으로 점점 다가갈수록 현아는 마음이 긴장해 지기만 하였던것이다. 소행성에 나타났던 정체불명의 우주용로보트들과 자동발화기들의 파괴, 16호로보트의 행방불명은 《은하- 26》에로 어떤 검은 마수가 뻗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현아는 화성에 있는 미우주개발기지로 자기네를 꼬드기던 밀레르의 표상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 《워싱톤》호가 우리 《은하- 26》소행성을 노린다면?… 진명이도 같은 생각인듯 긴장한 얼굴로 항로표식판의 그라프만 주시하고 있었다. 항로표식판의 그라프는 변함없이 651호항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정상항로로 얼마간 더 가면 그때는 우리의 사랑하는 지구이다. 그들이 이곳까지 날아 온 2억 6천만km에 비하면 앞으로 남은 지구까지의 7천 7백만km는 실로 지척이라 할수 있는 거리이다. 이제는 화성의 위성들인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에 이르렀을 때였다. 별안간 조종실의 통신기에 자동수신등이 켜지더니 어데서 날아 오는지 알수 없는 무선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은하- 26>소행성은 우리 말을 들으라! <은하- 26>소행성은 우리 말을 들으라!》 현아의 얼굴에는 한순간 긴장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 억양 자체가 불손했던것이다. 현아는 침착하게 통신기앞에 다가섰다. 《<은하- 26>소행성 듣는다!》 《아, 현아씨!》 귀에 익은 밀레르의 목소리가 통신기에 크게 울리였다. 《밀레르씨, 무슨 일이예요?》 《현아씨, 화성에 있는 미우주개발기지에서는 당신들이 <은하- 26>소행성을 자기네한테로 끌어오는 경우 거액의 보수와 함께 우주촌에서의 호화생활을 담보해 왔습니다. 어떻소, 현아씨, <은하- 26>소행성이 갈수 있는 항로야 하나뿐이 아니지 않소.》 《아니! 우리의 항로는 오직 651이예요.》 현아는 맵짜게 대꾸하였다. 《현아씨, 항로야 651이던 652이던 우리야 과학자들이 아니요. 과학자는 어데서 무엇을 위하던지간에 자기의 지식과 재능이면 된단 말이요.》 《그만해요! 설사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해도 우리에게는 진정한 자기의 조국이 있다는것이 바로 조선의 과학자들이 지닌 신념이예요. 우리의 지식과 재능도 바로 그 조국을 위한것이예요.》 단호한 현아의 웨침에 밀레르는 애걸하였다. 《현아씨, 화성에로 항로를 바꾸시오. 그렇지 않다가는 <은하- 26>이 산산쪼각이 나오. 그러면 당신들의 생명도 모두… 제발 내 말을 듣소.》 《밀레르씨, 제 말을 똑똑히 들어요. 우리가 가는 항로는 절대로 변함이 없어요.》 그러자 통신기에서는 밀레르대신 악에 받친 석쉼한 목소리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항로를 바꾸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석과 충돌시키겠다!》 《어리석은 수작 말아! 그 무엇도 우리의 항로를 가로 막지 못한다!》 현아는 야멸차게 웨치고 통신기의 전원스위치를 와락 잡아 제끼였다. 조종실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한동안 흐르던 그 침묵을 깨뜨리며 별안간 탐지수처녀의 새된 비명이 터지였다. 《앗! 운석이예요!》 정말 전방탐지기의 커다란 화면에 울퉁불퉁한 운석의 자태가 비쳐 들었다. 운석의 크기는 《은하- 26》소행성만 못지 않았다. 《651호항로쪽이요.》 진명은 얼른 콤퓨터앞에 마주 앉았다. 초조한 마음으로 콤퓨터의 형광막에 나타나는 수자들과 그라프들을 지켜 보던 모두는 깜짝 놀랐다. 이제부터 28분후, 그 운석이 《은하- 26》소행성과 651호항로상에서 충돌하게 되기때문이다. 굉장한 속도와 질량을 가진 두 천체의 충돌. 실로 생각만 해도 몸서치치는 무서운 일이다. 삽시에 조종실안은 무거운 중압에 짓눌려 졌다. 모두의 눈길이 현아에게로 쏠리였다. 하지만 형광막에 비쳐 진 운석을 지켜 보는 처녀의 표정은 너무도 태연하였다. 현아는 이미 비장한 각오를 하였던것이다. 우리의 651호항로를 절대로 바꿀수 없다. 《은하- 26》소행성앞쪽으로 날아 오는 저 운석을 저지시켜야 한다. 만약 운석파괴발사기로 운석을 깨버리면 그 쪼각들이 생겨 《은하- 26》의 항로에는 더 많은 장애물이 생길것이다. 그렇다고 운석에로 로보트들을 보낼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 저 운석에 가면 어떤 정황이 생길런지를 전혀 알수 없는 한 로보트의 조종프로그람을 짤수가 없었고 또 그럴 시간적여유조차 없는것이다. 그러니 방법은 오직 하나 누구든 운석에게로 먼저 날아 가 그것의 앞면에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 속도를 떨구어 《은하- 26》소행성이 지나갈 때까지 651호항로에 와닿지 못하게 하는것이다. 현아는 침착하게 동무들을 둘러 보았다. 《소형비행선을 시동시키세요. 그리고 빨리 비상용 고능력에네르기재료들과 자동발화기들을 적재하세요. 작업완료시간은 10분! 자, 모두 자기 위치로!》 아직은 현아의 속마음을 알수 없는지라 탐험대원들은 재빨리 조종실에서 흩어져 나갔다. 최동훈연구사까지 조종실에서 바삐 나가자 현아는 점화기와 자기의 우주모를 손에 들었다. 《어쩌자는거요?》 조종실에 남아 있던 진명이 현아에게로 다가섰다. 현아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자기를 지꿎게 바라보는 진명의 눈길을 피해 고개를 돌리였다. 《현아동무, 안되오. 동문 여기 있어야 하오.》 진명은 걸음을 옮기려는 현아의 앞을 막아 섰다. 현아는 고개를 떨구고 아프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나가면 무사히 되돌아 오겠는지를 기약할수 없는 길, 바로 그런 길이기에 더더욱 자지가 가야 하는것이다. 현아는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는 깔끔한 눈매로 진명을 쏘아 보았다. 《비키세요!》 《아니! 내가 나가겠소!》 그러자 도고하던 현아의 얼굴은 삽시에 겁 먹은 어린애처럼 울상이 되였다. 《안돼요! 동문 절대로 안돼요.》 《왜 안된다는거요.》 현아는 고개를 외로 돌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동무에겐…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이 있어요. 그리고 또 부인이…》 《그만하오!》 벼락치는듯한 진명의 큰 소리에 현아는 흠칫 몸을 떨며 얼굴을 쳐들었다. 진명의 두눈은 사납게 번뜩이고 있었다. 《사랑은 결코 나약성의 함수가 아니요. 바로 우리는 그 사랑이 있어 대담해 지고 그 사랑을 위해서 자신을 서슴없이 바치는거요.》 진명은 현아의 손에서 점화기를 와락 나꿔 채였다. 《안돼요. 제발 제 말을 들어요.》 현아는 애원하며 진명이에게 매여 달리였다. 지나간 자기의 사랑이 소중했기에 그만큼 그를 위해 바치는 다른 녀성의 사랑을 지켜 주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는 그들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 자신을 바치고 싶은 현아였다. 진명은 그러는 현아를 밀쳐 버리고 문가로 씨엉씨엉 다가갔다. 《진명동무.》 애절하게 울리는 현아의 물기어린 부름에 진명은 우뚝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였다. 《현아동무, 걱정 마오.》 진명은 현아에게 다정히 웃어 보였다. 아, 저 눈빛. 깨끗하고 열정에 넘친 진명의 저런 눈빛을 처녀는 5년전 옥계천의 유보도에서 보군 했었다. 한순간 현아는 지금 자기가 그때의 진명이앞에 서 있는듯 가슴이 확 달아 올랐다. 현아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하였던 진명이인가. 그런 진명이 지금은 자기를 대신해서 위험한 길을 떠나게 되니 현아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흑! 진명동무, 무사히… 꼭 … 기다리겠어요.》 곧 《은하- 26》소행성에서 앞방향으로 소형우주비행선이 불줄기를 뿜으며 날아 갔다. 조종실에 다시 모여 든 탐험대원들은 진명의 우주모 송수신기와 련결된 확성기만을 애 타게 쳐다 보았다. 현아는 송화기를 쥐고 연방 진명을 찾았다. 《진명동무! 진명동무!》 시간이 얼마간 흐른후 조종길의 확성기에서 진명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나 진명이요. 운석에 착륙하였소. 지금 운석뒤쪽 30KM 근방에 <워싱톤>호가 따라 오고 있소.》 《진명동무! 조심하세요.》 모두는 손에 땀을 쥐였다. 그들에게는 한초한초 시간의 흐름이 가슴을 저며대는 비수 같았다. 이어 조종실의 시창밖에 651호항로쪽으로 다가드는 운석의 자태가 자그마하게 육안으로 안겨 들었다. 《진명동무! 5분 남았어요.》 《걱정 마오. 장약을 끝냈소. 이제 자동발화기만 설치하면…》 동훈연구사는 얼굴을 이그러뜨리고 연방 소리를 질러 댔다. 《진명이! 빨리! 빨리 하라구!》 시창으로 내다보이는 운석은 계속 맹렬한 속도로 《은하- 26》소행성의 앞방향쪽으로 날아 오고 있었다. 그뒤로 얼마간 거리를 두고 따라 오는 《워싱톤》호도 눈에 띄였다. 별안간 확성기에서 진명의 짤막한 비명소리가 울리였다. 현아는 덜컥 심장이 멎는듯 하였다. 《진명동무! 무슨 일이예요?》 대답이 없었다. 《진명동무! 진명동무!》 한동안 침묵하던 확성기에서 안깐힘을 써대는 진명의 목소리가 힘겹게 흘러 나왔다. 《그자들이 여기에 록키드로보트들을… 그것들때문에… 제거해 버렸소.》 《진명동무, 이제 160초 남았어요. 빨리 운석에서 리탈하세요!》 모두는 너무도 안타까와 마구 발까지 탕탕 굴러댔다. 《현아동무, 자동발화기설치가 아무래도 시간이… 직접 발화하겠소.》 《뭐예요?!》 현아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몸을 떨었다. 직접 발화를 하려면 폭발순간까지 진명이가 운석에서 떠나지 못하게 된다. 《안돼요! 진명동무, 위험해요. 빨리 리탈하세요.》 이윽고 확성기에서 진명의 비장한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현아동무, 우리 가는 이 항로가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한 길이 아니겠소. 그것을 위해서 우리의 삶과 청춘도 있는것이요. 마음을 굳게 먹소. 조국에 돌아 가면 동무가 내대신 우리 꽃순이를…》 현아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확성기에서 진명이의 가볍게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울려 나왔다. 《동훈이! 동무들! <은하- 26>을 꼭 조국에로…》 진명의 절절한 부탁의 말소리가 끝을 맺기도 전에 운석앞쪽에서 굉장한 화광과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폭풍이 터지였다. 《아!-》 현아는 얼굴을 싸쥐였다. 모두는 시창가에 매달려 가슴을 쥐여 뜯으며 저저마다 오열을 터뜨리였다. 《진명이!-》 《연구사동무--》 모두가 진명이를 부르며 목이 터지라 웨쳐 댔건만 그 부름에 화답하는것은 운석에서 벙끗거리는 시뻘간 화광뿐이였다. 진명이 일으킨 거대한 폭발로 흠칠 요동을 치며 운동속도를 떨군 운석에서 일어 나는 화염과 포연, 먼지의 어마어마한 폭풍에 질겁한듯 뒤따르던 《워싱톤》호는 황급히 어둠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진명은 바로 그 폭풍치는 포연과 먼지에 휩싸여 캄캄한 우주공간으로 가뭇없이 사라지고 말았던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대우주개조사업에 자기의 한몸을 서슴없이 바친 한 청년과학자의 위훈을 온 우주에 빛내이는듯 운석에서는 계속 눈부신 화광이 일어났다. 《은하- 26》소행성은 이제는 맥이 진한 짐승처럼 움직이는 운석을 뒤에 남기고 진명이 희생으로 열어 놓은 651호항로를 따라 계속 지구를 향해 날아 갔다. 《진명동무, 흑!-》 현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싸쥐고 흐느끼였다. 기다리는 사랑, 기다리는 행복을 앞에 두고 이렇게 영영 가버린 진명이기에 현아는 더 가슴이 아팠다. 현아의 등뒤에서 동훈연구사의 목 갈린 음성이 울리였다. 《현아동무가 이렇게 주저앉아 있으면 어떻게 합니가. 자, 어서 일어 나시오.》 《흑! 지금 조국에서는 진명동무의 딸이…》 동훈연구사는 가볍게 목소리를 떨었다. 《진명동문 그 딸을 현아동무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사실 그 꽃순이는 천상렬상급연구사의 부부가 남기고 간 딸입니다.》 현아는 얼굴을 싸쥐였던 두손을 맥없이 떨구었다. 《예?! 뭐라구요?》 꽃순이가 천상렬상급연구사의 딸이라니. 어쩌면 자기는 아직까지도 그들부부한테 딸자식이 있다는것조차 모르고 있었는가. 《그때 꽃순이는 겨우 한살이였습니다. 그런것을 외국에서 돌아 온 진명동무의 사촌누이동생이 맡아 키웠지요. 그 녀성은 자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건만 현아동무가 우주에서 돌아 올 때까지 꽃순이를 잘 키우겠다며 아직도 가정을 이루지 않고 있답니다.》 현아는 이 말을 꿈속에서처럼 들으며 망연히 앉아 있었다. 정말 모든것이 꿈만 같았다. 진명이의 희생도 그가 여직껏 독신으로 자기를 기다려 왔었다는것도… 동훈연구사는 눈굽을 닦으며 갈린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현아동무, 미안합니다. 사실 내가 이제야 동무에게 이 말을 하게 되는것은 진명동무의 간절한 부탁이 있었기때문입니다. 소행성을 지구로 끌어가기전까지 절대로 이 사실을 현아동무에게 알리지 말라고… 아무 진명동문 그때 벌써 오늘과 같은 희생을 각오했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어쩌면 제 가슴에 재가 앉도록… 흐- 흑!》 현아는 또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현아동무, 그렇지만 동무는 진명동무의 가슴에 큰 불길을 지펴 놓았습니다. 사실 5년전 그때 진명동무는 큰 실험을 앞에 두고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실험과정에 폭발이 일어 나 생명이 위험해 질수가 있었던겁니다. 바로 그러한 때 우주탐험의 험한 길에 주없이 오르는 동무를 보고는… 그도 위험한 실험을 단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음 떳떳이 우주로 떠나는 현아동무를 바래워 주려 하였던겁니다. 그때 비록 폭발사고로 부상을 당했지만 진명동문 귀중한 발견과 수치를 얻게 되였고 오늘은 천체의 인공적인 궤도변화에 과학적인 큰 기여를 하게 되였던것입니다.》 (진명동무, 어쩌면 그리고 야속하세요. 동무의 그 진정을 받아 들이기에는 제가 그렇게도 나약한 녀성으로 보이던가요.) 그렇지만 현아의 입에서는 흐느낌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처럼 사랑했고 소중했던 사람과 지금껏 하나의 인생로를 함께 걸었다는 그것만으로도 현아는 행복했던것이다. (진명동무, 전 언제나 동무와 함께 있겠어요. 앞으로도 영원히 동무와 함께…) 현아는 거연히 자리에서 일어 섰다. 《자! 모두 자기 위치를 차지하세요. <은하- 26>의 항로 곧바로! 속도 12! 방향각 008! 651호항로에서 단 1m의 탈선도 없게 할것! 전방, 후미, 좌우선측 탐지는 이미 준 지령대로 하세요.》 《알았습니다.》 모두는 울먹거리며 대답하였다. 《우리는 반드시 <은하- 26>소행성을 지구로 끌어 가야 해요. 이것은 진명동무가 남긴 부탁입니다. 그는 죽지 않아요. 신념이 강하고 의지가 굳센 사람은 절대로 죽지 않는 법이예요.》 ☓ 그후 세계는 두가지의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였다. 하나는 조선의 우주과학자들이 머나먼 우주공간에서 보물소행성을 끌어 와 지구의 정지위성자리길에 진입시켰다는 경이적인 사변이고 다른 하나는 게. 페. 밀레르의 량심선언발표였다. 밀레르는 량심선언에서 《은하- 26》에 대한 미항공우주국의 모략과 책동을 세상에 폭로한 후 국내외 기자들과의 회견을 가지고 651호항로에 대한 신비한 뜻풀이를 하였다. 그는 《6》과 《5》를 더하면 11이 되고 거기에다 《1》을 덧붙이면 111이 된다고 하면서 이것은 바로 조선의 과학자들이 가는 길은 어제도 하나, 오늘도 하나, 래일도 하나임을 계시하는것이라고 확언하였다. 우리의 주인공들이 실제 그러한 의미에서 붙인 수자인지는 알수 없으나 그 어떤 유혹이나 위협공갈에도 변함없이 오직 하나의 인생로만을 걷는 조선의 과학자들이 아마 밀레르로 하여금 그러한 신화적인 수자풀이를 하게 하였으리라. 여기로부터 유래돼서 그후 세상에는 《변함없이 오직 하나의 길로만 간다》는것을 뜻하는 《654호항로》라는 새로운 격언이 생겨 나게 되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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