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발췌록 공개는 남북관계파탄
‘원칙’과 ‘신뢰’는 없애버리고 ‘남남갈등’과 ‘통미봉남’은 불러오고
한성
기사입력: 2013/06/25 [10:51] 최종편집: ⓒ 자주민보
국가정보원이 24일,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록을 공개했다. 국회정보위원회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A4용지 8쪽 분량이다.
관심이 크게 이는 것은 당연했다. 톱뉴스가 되었다. 여야 간의 공방은 날을 더 세웠다. 보수진영과 개혁진영간의 갈등을 촉발하고 그것을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북이 관련되는 문제인 만큼 흔히 보수진영에서 말하는 ‘남남갈등’이 조장되는 것으로 봐도 될 법했다. ‘남남갈등’이라는 사태가 더 커지면 그 추이에 따라 대화록 전문이 공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렇지만 진지하게 접근해야한다. 다르게 도달하게 되는 결론에 주목해야한다. 국정원이 사고를 치고 만 것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사고 치고는 대형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정원의 정상회담 발췌록 공개를 정략적인 것으로 보았다. 정략적으로 보이는 행태의 정점에는 북까지 끌어들이려는 혐의까지도 읽혔다. 일부러 북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심사가 작용한 것처럼 보였다.
북까지 끌어들여 대북관련 이슈를 키우고 장기화시킴으로서 결국은 현 시기 국정원의 선거개입사건에 대해 일기 시작하는 국민들의 촛불투쟁을 눅잦히려는 고도의 정략이라는 지적이었다. 쉬운 말로 ‘물타기’라고 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물타기’에 그치는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특히 남북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와 관련,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깨지게 되는 것이 많다는 말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가 돋보인다고 했다.
최근 남북당국회담 개최와 관련해서 우리 당국이 내세운 ‘국제적 기준’이라는 원칙이 깨져버렸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우리당국은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하는 데 있어 수석대표의 '급'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유독 강조 했었다. 우리당국이 한 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또한 매번 방점이 찍히곤 했었기 때문에 그 무슨 중요한 원칙이라는 말로까지 포장되었던 개념이었다. 국정원의 정상회담 발언록 공개가 있자마자 "국제적 기준에 남북관계를 맞춰가려고 한다는 언사가 얼마나 빈말인가 하는 것을 박근혜정부가 직접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라는 말이 금방 나오게 되는 배경이었다.
사람들은 이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본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서의 ‘신뢰’가 이번 국정원의 정상회담 발언록 공개로 깨져버렸다고 했다.
국정원의 정상회담 발언 공개는 여야의 정쟁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2007년 10.4선언 당시의 정치적 의의나 취지가 경시되고 왜곡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는 국정원의 정상회담 발언 공개에 대해 북이 반발하게 될 원인을 구성해준다. 남북 정상간 회담 내용이 공개된 것은 남북 통틀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남북관계발전을 모색한다는 것이 기본이다. 국정원의 정상회담록 공개가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중시 여기는 ‘신뢰’를 가장 앞장서서 깨버리고 있는 모양새처럼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서의 신뢰가 사실은 아무런 내용이 없는 허구였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양무진 북 대학원대학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이 신뢰문제로 접근해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회의록 공개에 대해 "회의록의 진의 여부를 떠나 외교와 협상의 기초를 무시한 행태"라며 "북측으로서는 남측이 먼저 신뢰를 깨버렸다고 간주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충분히 예상되는 부분이다. 더구나 북은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보다 더 적대적이고 대결적이다” 일본에 있는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24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그렇게 비난하는 기사를 실었을 때 사람들이 놀라지 않았던 것은 그래서였다.
조선신보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비핵·개방·3000'과의 공통점에 대해 먼저 언급 했다. "핵포기와 개방을 요구하고 흡수통일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라고 했다.
조선신보는 이어 "선임자의 것보다 더욱 적대적이고 대결적"이라고 한 이유들을 적시했다. 개성공단 페쇄 그리고 남북당국회담의 무산 등을 열거했다. “미국의 온갖 최첨단핵공격무력을 동원한 광란적인 북침핵전쟁연습소동”을 박근혜 정부가 맨 먼저 벌린 일이라는 지적도 했다. 특히 조선신보는 “조선의 최고존엄과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대한 도발적인 언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제 번히 예상되는 것은 국정원의 정상회담 발언 공개와 관련해 확인되는 우리당국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할 북의 모습이다.
이것들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서 이미 금이 가있는 ‘신뢰’에 국정원의 정상회담 발언록 공개가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예견케 한다.
그렇지만 정작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을 것이다.
‘원칙’도 깨지고 ‘신뢰’도 무너진 뒤 남북관계에서 차려질 것은 결국 우리당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려는 태도를 북이 확고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른바 보수진영 혹은 관제분석에서 자주 나오는 이른바 ‘통미봉남’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결국, 국정원의 정상회담 발언록 공개는 우리당국이 강조했던 ‘국제적 기준’이라는 ‘원칙’을 깨고 우리당국의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서의 ‘신뢰’를 없애버리는 데에서 더 나아가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통미봉남’을 자초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개될 북미대결전을 더욱 세밀하게 주목해야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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