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정신질환 ‘종북장애’ 대책 화급하다
우선 진단분류체계에 등재하는 일부터
김갑수 | 2013-10-18 11:07:43
최근 나는 이석기 사건, 좀 더 정확히 말해서 국정원내란음모조작사건을 보고는 한국 사회에 무서운 신종 정신질환이 이미 창궐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 하여 ‘종북장애’라고 할 수 있는 이 정신질환은 ‘종북’만 보면 아니 종북과 유사한 소문만 들어도 어김없이 발작하는 이상 증상을 수반한다.
이것은 마치 공황장애와 비슷한 질환이다. 여기서 ‘공황(恐慌)’이란 특정한 사태에 놀랍고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서, 영어의 패닉(panic)과 비슷한 뜻을 가진다. 이런 증상이 병적으로 나타날 경우 여기에 ‘장애(障碍)’를 붙여 공황장애라고 부른다.
종북장애와 공황장애는 실제적인 위험 대상이 없는데도… 곧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으로 자제력을 잃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이 두 질환은 공히 극단적인 불안증상인 공황발작을 수반한다. 공황발작은 극도의 공포심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올라 곧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변태적 증상이다.
이석기 사건이 터진 후 한 달 동안 한국에서는 무려 10만 건의 언론보도가 있었다고 한다. 결과 이석기는 역사상 최악의 아동 성폭행범보다 언론 노출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집단적 광기는 한국인의 내면화된 공포가 얼마나 병리적인 것인지를 알게 해 준다.
- 이석기 뇌구조를 파헤쳐 보니..
이것은 10월 8일 자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이 이른바 주사파 출신들의 토론 모임 소식을 전하면서 실은 기사의 타이틀이었다.
- “이석기, 고 놈은 고저 굶겨 죽여야 돼! 굶어 죽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지!”
이것은 탈북단체 회원들의 말을 직접화법으로 옮긴 신문기사의 타이틀이다. 이 기사는 “이 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600일 기념 ‘북충(종북벌레) 박멸 꼬장떡’ 전달식 기자회견을 열고, 꼬장떡과 옥수수 뿌리 등 북한식 구황음식을 공개했다.”고 덧붙여 소식을 전했다.
이석기를 아예 테러범으로 간주해 버린 언론도 있었고, 곁들여 진보당 해체의 당위성을 주장한 신문 사설도 있었다.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은 이석기가 미 유학 아들에게 ‘주체사상 공부하라’고 했다는 왜곡 기사를 냈으며, 진보 국회의원 박원석은 ‘나는 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나’라는 인터뷰를 언론과 자랑처럼 하기도 했다.
이 틈을 타서 전 국정원장 원세훈은 ‘국정원 사이버 활동은 이석기 같은 자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은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국정원 남매간첩조작 같은 것은 아예 까맣게 잊어버렸다.
‘이석기 방지법’을 만들자고 하는 사람, ‘이석기 빠져나가지 못하게 여적죄 추가하자’는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보수단체에서는 아예 ‘이석기 화형식’을 집행하기도 했다. 명색이 진보언론이라는 <경향>은 ‘이석기 구속 중에도 세비 수령’이라는 고자질 기사를 실었고, 구속자 가족 차량에는 ‘간첩’이라는 페인트 글씨가 흉측하게 낙서되기도 했다.
야당대표 김한길이 ‘이정희가 이석기 변호하는 것 용납하기 어렵다’고 하자, 이에 호응하여 한 반공단체에서는 ‘이정희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를 북으로 보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심지어 연세대학 교수라는 류석춘은 ‘이석기류(類)는 생태계 해치는 기생충’이며, ‘종북(從北) 기생충의 숙주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공황장애가 처음 보고된 것이 미국 남북전쟁 때였다는 점은 약간 무섭긴 하지만 흥미롭다. 당시 내과의사 다코스타는 입원 군인 중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심한 가슴통증을 호소하고 맥박수가 증가하는 증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뒤 이 질환은 오랫동안 ‘다코스타 증후군’으로 불리다 1980년 들어서야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분류체계에서 ‘공황장애’로 지칭됐다고 한다.
한국의 종북장애도 전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6·25전쟁 때부터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한다. 요컨대 종북장애란 공황장애의 한국적 특수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모든 전쟁이 무섭지만 동족전쟁과 같은 공포가 또 어디 있으랴? 무서운 전쟁 트라우마에 반공 파시즘까지 덧칠해졌으니 이 질환은 더욱 치료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신의학계는 우선 진단분류체계에 ‘종북장애’를 정식으로 등재하는 일부터 화급히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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