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정세와 우리의 임무

<칼럼>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전현준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13.10.30 17:50:34 전현준(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미국이 아베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구상을 지지함으로써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그 속도를 더하게 되었다. 미국을 ‘큰형님’으로 모시는 일본은 미국의 중국견제 심리를 활용하여 경제침체와 후쿠시마원전 누출로 인한 일본국민들의 사기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과의 일전불사라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미국은 역으로 일본을 활용하여 중국 견제에 필요한 경제군사적 역량을 강화해 보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 반응은 거의 단말마적이다. 중국은 언제든 일본에게 1930~40년대 일본의 중국유린에 대한 복수를 할 태세이다. 우리의 안보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다. 주변 강대국이 패권싸움을 할 때부터 우리 민족은 큰 피해를 당해왔다. 한나라에 의한 고조선 멸망부터 1230년대 6차례의 몽골 침략, 1592년 임진왜란, 1636년 병자호란, 구한말 청일전쟁 및 러일전쟁에 의한 한반도 유린, 1910년 일본 강점, 1940년대 미소냉전에 의한 남북분단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성장한 대륙세력인 중국과 이를 견제하기 위한 해양세력인 미국과 일본의 연합이 언제 충돌할지 모르고, 따라서 우리의 안보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이다. 이런 시국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연 적절한 대비를 하고 있는가? 특히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가? 최고 우방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미국의 속내를 잘 파악하고 있는가? 일본은 군사대국화 시도와 함께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역사문제에 있어서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중국부상을 이유로 해묵은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할 태세이다. 한반도로의 군사개입 명분을 찾고 있다. 북한의 미국공격은 물론 ‘북한급변사태’에 대한 개입까지 노골화 시키고 있다. 과연 일본은 우리의 우방인가?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다시 반복하지만 이 시국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주변강대국간 분쟁을 어떻게든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위에 적시한 역사적 사실에서 보듯이 주변국간 패권경쟁(hegemony game)이나 세력전이(power shift)가 일어나면 반드시 우리는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비록 우리가 소강국이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이를 막아야 한다. 그 방법은 우리 내부 통합과 남북한 공조밖에 다른 길이 없다. 우리 내부는 지금 각종 정치적 사안 때문에 사분오열되어 있다. 이런 통합력으로는 결코 일본이나 중국을 말릴 수 없다. 우리의 중재에 대해 중국과 일본은 “너나 잘해라”라고 냉소를 보낼 것이다. 하루속히 박근혜정부는 정치적 통합력을 발휘하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주변국 설득의 원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비록 우리가 하나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분단은 항상 강대국의 노리개였다. 강대국은 한반도 분단을 자국이익 극대화를 위해 십분 활용하였다. 분단이 있는 한 한쪽 몸이 장애상태인 것처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분단은 비정상이고 통합은 정상이다. 정상이어야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민족이 하나가 되어야 주변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우리의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다. 최소한 독도문제에 대해서만이라도 남북이 공동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미 일본편이 되어서 미국의 중립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민족의 합심만이 유일한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속히 남북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되어야 한다. 이미 북한은 탈북자 송환을 포함한 각종 유화책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유화적 행동에는 유화적으로 대하는 것이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핵심이다. 안보위협이 극대화된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150여년전 우리 선조들의 박약한 국제정세 인식과 소아병적 태도가 나라를 잃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늘 상기해야 한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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