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를 통해 본 북한의 경제건설 방향


NK투데이
기사입력: 2015/01/15 [00:13]  최종편집: ⓒ 자주민보
북한이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경제강국> 건설의 방향을 밝혔습니다. 신년사는 북한의 1년 사업 방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북한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지난해에 “커다란 전진을 이룩”했다고 평가

먼저 북한은 작년에 “군민협동작전으로 사회주의경제강국과 문명국건설에서 커다란 전진을 이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제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려운 환경과 불리한 조건에서도 지난해에 농업과 수산, 화학, 석탄전선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생산적 앙양이 일어나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의 밝은 전망”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가뭄이 심했기 때문에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한은 재작년에 비해 식량수확량이 늘었다고 공개했습니다. 국제기구들도 대체로 식량수확량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지석 북한 수매양정성 부상은 <조선신보> 인터뷰에서 작년 식량수확량이 재작년에 비해 5만 톤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리용구 농업성 국장도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연속 2년째 지난 시기에 비해 1.2배의 알곡이 증산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수산업을 강조하는 배경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북한은 작년 말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보도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서명한 문건이 물고기 공급 관련 문건이며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처음 서명한 문건 역시 물고기 공급 관련 문건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작년 연말인 12월 27일 <군 수산부문의 모범적 일군들과 공로있는 후방일군들에 대한 당 및 국가표창수여식>에서 “당이 제시한 올해 물고기잡이 과제를 넘쳐 수행하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석탄생산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작년 12월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평양·천내지구 등 각지 중소탄광에서 연간 석탄생산계획의 112%를 달성했으며, 석탄공업성 중소탄광국이 150여 개의 탄광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건설부문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례들을 열거하며 높게 평가했습니다. ▲위성과학자주택지구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살립집 ▲연풍과학자휴양소 ▲10월8일공장 등을 “주체건축의 기준과 표준으로 되는 기념비적 창조물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의 3개는 모두 과학자들과 관련된 시설로 북한이 과학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10월8일공장은 일용품 생산공장으로 2014년 8월 첨단설비를 들이고 컴퓨터를 통한 통합생산체계를 갖추는 등 현대화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습니다. 북한은 이 공장을 지식경제시대를 대표하는 공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다만 건설부문에 대한 평가에서 지난해 신년사에서 제시했던 ▲청천강계단식발전소 ▲세포지구 축산기지 ▲고산과수농장▲간석지 ▲황해남도 물길공사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새해 과학기술 강조

북한은 새해에 “과학기술을 확고히 앞세우고 사회주의경제강국, 문명국건설에서 전환을 이룩”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과학기술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농업부문과 건설부문, 과학기술부문의 앞장에서 혁신의 봉화를 높이 추켜들고 나가며 그 봉화가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비약의 불길로 세차게 타번지도록” 하자고 제시했습니다. 

과학기술부문의 구체적 과제로 “최첨단돌파전을 힘있게 벌려 경제발전과 국방력강화, 인민생활향상에 이바지하는 가치있는 연구성과들을 많이 내놓아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첨단 돌파>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에서 과학기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우리 식의 현대화, 정보화를 적극 다그치며 일군들과 근로자들의 과학기술수준을 높이고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모든 사업을 활력있게 밀고나가야” 한다며 전 사회적인 과학기술 중시 분위기를 요구했습니다. 

<사회주의경제강국>과 관련해서는 “이미 마련된 자립경제의 토대와 온갖 잠재력을 최대로 발동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건설에서 전환을 이룩”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농·축·수산, 경공업, 선행부문·중요공업부문, 경제개발구, 건설, 산림복구에 대한 과제들이 제시됐습니다. 지난해 농업과 건설이 특화된 것에 비해 농업은 농·축·수산으로 확장됐고, 건설은 후순위로 밀렸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축으로 하여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수준을 한단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처음 등장한 수산부문이 이제는 농업과 함께 최우선순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특히 “식생활수준”을 높이자는 말을 통해 식사량만 확보하는 데서 나아가 식사질도 보장할 고민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곡물(탄수화물)을 통해 열량(칼로리)만 보장하는 데서 고기(단백질·지방), 과일(비타민·섬유소)까지 보장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축산, 수산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농업에서는 “물절약형농법을 비롯한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이자고 하면서 “불리한 자연조건을 극복하고 알곡생산목표를 넘쳐 수행”하자고 하였습니다. 지난해 심한 가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축산기지와 양어기지, 온실과 버섯생산기지들에서 생산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특히 “세포지구 축산기지건설”을 강조했습니다. 수산부문에서도 “물고기대풍”을 마련하자고 제시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주목을 받았던 포전담당제는 여전히 신년사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포전담당제는 협동농장에서 기존의 분조관리제를 더 세분화한 것으로 한두 집이 하나의 포전을 맡아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북한은 포전담당제를 일반화하지 않고 시험 단위에서 실시하면서 점차 규모를 확대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이들에게 학용품과 식료품을 더 많이

경공업부문에서는 “자체로 일떠서기 위한 책략을 세우며 중앙과 지방경공업공장들에서 생산정상화의 동음을 높이 울려 우리 인민들과 학생들, 어린이들에게 여러 가지 질좋은 소비품들과 학용품, 어린이식료품들을 더 많이” 제공하자고 하였습니다. 

앞서도 축산·양어·온실·버섯생산기지들의 생산 정상화를 언급했는데 경공업 공장들에도 생산 정상화를 요구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북한의 산업시설이 정상 가동되지 못했음을 말해줍니다. 

한편 이 대목에서 어린이를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신년사 초반 인사말에도 “귀여운 우리 어린이들에게 더 밝은 미래가 있기를 축복”한다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1월 1일 새해 첫 현지지도로 평양육아원, 애육원을 찾은 것과도 관련 있어 보입니다. 

경공업 다음으로 “인민경제의 기본동력인 전력문제해결에 큰 힘을 넣으며 선행부문과 중요공업부문들을 추켜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전력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수력자원을 위주로 하면서 풍력, 지열, 태양열을 비롯한 자연에네르기를 이용하여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신년사에서는 “지난해 석탄공업부문과 화력발전소들에서 혁신을 일으킨 기세로 석탄과 전력생산을 늘이며”...“전기문제를 전망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현실성있게 세워나가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주로 중국에 석탄을 수출하는데 중국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2013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석탄수출량이 지난해에 비해 16%나 줄어든 1390만 톤에 그쳤습니다. 이는 그만큼 내수용으로 많이 돌아갔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지난해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전력생산량을 늘려야한다고 강조했는데 아마 이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화력발전량을 늘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전기문제를 전망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계속 화력발전에만 치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북한은 “대외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개발사업을 적극 밀고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중앙급·지방급 경제개발구들을 곳곳에 설치한 뒤 해외자본 유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중앙급 경제특구로 마식령스키장과 금강산을 포함해 원산, 울림폭포, 석왕사, 통천 등 유명 관광지를 하나로 묶은 대규모 관광특구입니다. 

건설부문에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나왔던 청천강계단식발전소, 고산과수농장과 함께 미래과학자거리를 주요 건설 목표로 꼽으며 “중요건설대상들을 훌륭히 완공하여 10월의 대축전장을 빛나게 장식”하자고 독려했습니다. <10월의 대축전장>이란 올해 70주년이 되는 당창건기념일(10월 10일)을 말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 부족한 연료를 나무로 대체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을 인근에는 민둥산이 꽤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홍수가 나면 산사태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오래전부터 나무심기를 강조해왔습니다. 올해도 신년사에서 “전후에 복구건설을 한것처럼”...“산림복구전투”를 해서 “수림화, 원림화, 과수원화를 실현”하자고 제시했습니다. 

기업의 자율성 확대 강조

북한은 올해 경제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경제부문, 단위들에서 경영전략, 기업전략을 바로세우고 예비와 잠재력을 남김없이 동원”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경영전략>, <기업전략>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만큼 기업의 자립적인 운영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즉, 기업의 자율성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내각을 비롯한 국가경제지도기관들에서 현실적요구에 맞는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내밀어 모든 경제기관, 기업체들이 기업활동을 주동적으로, 창발적으로 해나가도록” 해야 하며 “당조직들에서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하는 사업이 당의 의도에 맞게 진행되도록 당적으로 강하게 밀어주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기업의 자립적 운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하는 것을 국가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일각에서 얘기하듯 북한에 자본주의적 요소가 도입되는 과정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무라 미쓰히로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 연구부장은 <자유아시아방송> 2014년 12월 16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시장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조치를 제가 보기에는 실시한 바가 없습니다”라며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그것도 국영기업이 어떻게 경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고 어디까지나 사회주의적인, 그래서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인 소유를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북한이 경제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은 “생산을 늘이며 제품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쟁”도 강조했습니다. 생산량과 제품의 질을 강조한 것은 당연한데 <경쟁력>을 언급한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 상점에는 북한 제품이 비중을 키우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산 제품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중국산 수입품과 국산품의 경쟁을 주로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기업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의 투쟁은”...“조선노동당 창건 70돌을 빛나게 장식할 대축전장과 잇닿아 있는 승리자의 진군”이라고 하였습니다. 작년 신년사에서 올해 일정을 미리 언급한 것입니다. 북한은 작년과 올해를 하나의 흐름 속에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경제 과제들을 얼마나 실현할지는 올해 10월 당창건 70주년 기념식에서 대강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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