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 ‘방아쇠’는 명태균-김건희 카톡 수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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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6 09:00

  • 수정 2025.02.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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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검 수사팀 내부분위기 증언 나와

명태균게이트 관련자들이 전한 계엄 이후

“계엄 실패하자 창원지검 분위기 확 바뀌어”

“수사 열심히 한다더니 속은 느낌까지 들어”

“명태균 건 덮어지나 견적 보려는 의도 같아”

김용현도 “윤석열, 명태균 사건 언급해” 진술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과정 등에서 ‘12·3 계엄 사건’은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고 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윤 대통령 쪽의 주장이 강조되고 있다. “구국을 위한 결단”, 과연 계엄의 본질적 동기가 그것일까.

그러나 ‘김건희 공천개입’ 사건을 수사해오던 검찰이 명태균 휴대폰 등에서 결정적 증거 등을 확보하자 윤 대통령이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언론 <뉴탐사>와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공동취재팀은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사건’의 중요 당사자와 이들 변호인 등을 접촉해온 끝에 최근 이와 관련해 중요한 증언을 확보했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명태균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280개 내용이 확인된 검찰 수사보고서가 상부에 전달된 뒤부터 수사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문자 메시지가 확보되어 수사에 활력이 붙기보다, 되레 수사가 멈추는 느낌이었다. 12·3 계엄 내란이 무산된 뒤 그런 분위기는 더 짙어졌다. 계엄은 검찰의 수사보고서가 윗선에 보고되면서 시작된 것 같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분석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타임라인이 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의 공소장 내용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은 2024년 12월 3일이었지만 앞서 계엄준비가 직접 실행되기 시작한 때는 2024년 11월 초이다. 2024년 11월 4일 창원지검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명태균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280개 내용이 확인된 검찰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2024년 11월 9일 노상원 전 육군 정보사령관은 안산의 한 음식점에서 문상호 육군 정보사령관 등에게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고 합동수사본부 수사단 단장은 내가 맡을 것이다’고 알렸다. 같은 날인 11월 9일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방장관 공관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시국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 2024년 12월 2일 명태균 쪽은 ‘황금폰’을 민주당에 제출할 의사를 보냈다.

창원지검이 2024년 11월4일 작성한 김건희 명태균 게이트 수사보고서. 2025.2.6. 뉴스타파 자료


2024년 11월 4일 창원지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 내용은 적나라했다. 2021년 7월 김건희 씨가 대선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송한 명태균에게 “충성” 이라고 보낸 메시지뿐 아니라, 2021년 7월 윤석열 후보가 명태균에게 언론 인터뷰 방향을 직접 묻는 문자메시지, 2022년 11월24일 김건희 씨가 명태균에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관련한 자문을 구하고 명태균이 답변하는 메시지, 2022년 12월 31일 명태균이 윤 대통령과 신년인사를 주고받으며 창원 국가산단 지정 기원문 이미지 파일을 전송한 내역 등이 담겼다. 강혜경 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명태균-김건희-윤석열 메시지’ 내용만 이정도라서 만약 추가로 더 공개되면 특검은 피할 수 없다고 윤 대통령 쪽은 판단했을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한편 이런 의문도 들어야 한다. ‘왜 검찰은 명태균-김건희-윤석열 문자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만 급히 수사보고서를 만든 것일까?’ 그간 쏟아진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의혹은 단순히 ‘명태균 문자메시지’ 확인 차원이 아니었다. 수사의 시발점이 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대가로 전해진 돈 거래 흔적,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연루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창원 산업단지 지정 관련 국정 농단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경과는 보고서에서 모두 빠졌다.

수사가 안 돼서였을까? 그렇지 않다. <워치독>이 창원지검에 피의자 및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명태균 게이트 관련자들, 법조계의 설명을 두루 들어보면 창원지검에서는 이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수사가 이뤄졌다. 오세훈, 홍준표 관련해 명태균이 진행한 여론조사 자료와 비용 대납 관련 자료가 검찰에 제출됐고, 창원 산단 국정농단 의혹 관련 검찰이 별도로 확보한 녹취록만 수백 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창원지검이 2024년 11월 4일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유독 ‘명태균과 김건희 윤석열 사이 문자메시지’ 분석에만 집중했다. 일상적인 수사보고서가 아니라 명태균과 강혜경 씨에게 윤석열 정권에 타격을 줄 만한 자료가 있는지 윗선에 보고하려는 보고서로 비칠 정도이다. ‘검찰 수사보고서’가 아니라 ‘대통령실 민정수석 보고서’로 의심된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14. 연합뉴스


<워치독> 취재에 따르면, 보고서가 작성된 11월 4일까지 검찰은 제보자 등에게 “포렌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포렌식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급히 ‘명태균-김건희-윤석열 문자메시지’ 내용만 추려서 윗선에 보고한 것이다. 검찰에 이런 보고서가 왜 급하게 필요했던 것일까. 이 보고서는 박성재 법무장관을 거쳐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해 강진구 <뉴탐사> 기자가 대검에 질의 했지만, 대검은 답변하지 않고 있다.

명태균 게이트 주요 관련자들은 “계엄 실패 이후 창원지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어떤 진술을 해도 이전과 달리 검사와 수사관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했던 질문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변호인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수사 초기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겠다고 해서 진술을 열심히 하고 자료도 적극 제출했는데, 검찰의 속내는 명태균 게이트를 그들 선에서 덮을 수 있는지 견적을 보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이제 보니 속은 느낌까지 든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22일 이른바 ‘명태균과 창원지검장 충성맹세’ 관련 보도가 나오자 창원지검 내부는 발칵 뒤집혔고 검사들이 주요 제보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명태균씨를 수사한 창원지검의 검사가 ‘왜 휴대폰을 전자렌지에 넣고 돌려버리지 처남에게 맡겨두었냐’ 고 말했다”는 의혹 사건도 이즈음 벌어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을 거부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기소됐다”는 이유를 댔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현재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되고 재판절차가 시작돼, 앞으로의 사법절차 진행을 지켜봐야 하는 현 시점에서 별도 특검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국정운영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사진은 2023년 12월 12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차량에 탑승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2024.12.14. 연합뉴스


그러나 대통령이 수사팀에 출석도 하지 않은 채 가까스로 기소했고, 애초 논란이 됐던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사건 등은 모두 공소장에서 빠졌다. 내란의 동기가 대통령 부부 개인 비리를 덮기 위한 것인지, 부정선거 의혹 확인과 야당을 경고하기 위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검찰에 출석해 ‘11월24일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감사원장, 국방부 장관 탄핵 등을 이야기하며 명태균 사건도 언급했다’ 고 두 차례나 반복해 진술했다”고 <JTBC>가 5일 보도했다. 그러나 윤석열 공소장 등에 이러한 내용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렇게 수사를 끝내선 안 된다. 내란 특검법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이유다.

뉴탐사·워치독 공동취재팀 (강진구, 허재현, 김성진, 조하준, 김시몬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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