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까지 패싱한 '대왕고래', 결국 윤석열 위기 탈출용이었나
정부, 이제야 고백한 "로또 확률" 부담감...손 털기 가능성
-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 발행 2025-02-07 13:49:37
- 수정 2025-02-07 14:11:2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 브리핑을 하는 모습. 2024.06.03.](https://archivenew.vop.co.kr/images/dce79cea62881de35211c75fae4d1d82/2024-06/1717461190_jjKPyW5J_9282.jpg)
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탐사시추 결과를 받아 든 산업통상자원부의 6일 설명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어 한 개의 시추공을 뚫어본 뒤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6월 3일 윤 대통령이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기습 발표하고 8개월이 흘렀다.
당시 윤 대통령의 브리핑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정권 심판' 민심, 지지율 하락에 이렇다 할 사과 한마디 없던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국을 산유국 반열에 오르게 할 '보고'가 있다고 들고 오니 "정치적 의도"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윤 대통령의 1호 국정 브리핑은 예고 없이 진행됐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는 오전 10시 브리핑 시작 8분 전 일정을 공지했다.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지 주제도 꼭꼭 숨겼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현안은 주목도가 높다. 특히 유전 개발 발표는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대통령실은 밀어붙였다. 윤 대통령은 준비된 내용만 발표한 뒤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뒷수습은 주무부처인 산업부 직원들의 몫이 됐다.
이후 산업부 대변인실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대통령 국정 브리핑 배석을 '일정 직전' 인지했고, 대통령실의 기습 발표 전 충분한 의견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관계부처 '패싱'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로 산업부는 당시 섣부른 발표에 난감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대통령이 터뜨린 폭탄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140억 배럴을 현재 가치로 따지면 삼성전자 시총의 총 5배(2,200조 원) 정도"라는 안덕근 장관의 비유에 난처해졌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1차 발표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무적인 영향이 많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산업부 장관의 비유가 굉장히 많이 부각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런('삼성전자 시총 5배 수준' 발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례 상 첫 (탐사시추) 케이스 성공은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을 텐데, 앞선 정무적 요인 등 때문에 저희가 많은 부담을 안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애초 이르면 5월 말경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이날 1차 시추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의 피해"를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해 6월 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2024.06.07.](https://archivenew.vop.co.kr/images/dce79cea62881de35211c75fae4d1d82/2024-06/1718092561_ak1LWu0P_6164.jpg)
"대국민 사기극" 전락한 대왕고래, 국정조사 요구도
영일만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심층 분석했다는 미국 컨설팅업체 '액트지오'의 부실 및 특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이라고 수식했지만, '액트지오'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 충분한 설명이 이어지지 않았다. 사실상 1인 기업이라는 의혹에 세금 체납과 법인 자격 문제까지 커져 잡음은 끝이 없었다. 사업 타당성,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자 액트지오의 대표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윤 대통령 브리핑 이틀 뒤 방한했으나 의문을 해소하진 못했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야당의 질의가 집중됐다. 정부는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의혹 검증에 필요한 자료조차 제출을 거부했다. 국회의 예산 협조를 구하면서 정작 막대한 나랏돈을 들여 국책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정보 공유를 회피하는 통에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점점 더 설득력을 잃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발표가 하락세의 지지율을 전환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발표는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윤 대통령이 이러한 의심 어린 시선에서 자유롭고자 한다면,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다. 여권의 실속 없는 대응에 결국 '국면전환용 발표'라는 심증은 굳어졌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는 이미 천억 원 대의 혈세가 투입됐다. 석연치 않은 추진 배경에 의혹이 큰 만큼, 향후 국회 국정조사와 수사기관의 전면적인 수사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대왕고래는 정부·여당과 대통령이 다 나선 대사기극이었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7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은 4·10 총선 패배 이후 추락한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란 참모들의 조언에 국민에게 산유국의 헛된 꿈을 불어넣었다. 부산 EXPO 유치 실패 참사와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민에게 대왕고래 사기극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 난 대왕고래 프로젝트,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의 대왕고래 사기극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를 제안한다"며 "국가 최고권력자가 국민을 속이고 혈세를 낭비한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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