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칼럼] 언론이 퍼뜨리는 정치적 독극물

 

언론 엄호 속 전면 등장한 ‘비명계’ 민주당 정치인들

대중의 요구 반영하지 않는 ‘레거시 미디어’ 보도량

‘이재명 제거’ 속내 감추지 못하는 <조선> ‘양상훈 칼럼’

민주당 지지자들 본능적으로 독극물 판정한 칼럼

이미 분명해진 윤 파면-조기대선-이재명 ‘원 톱’

칼, 법, 펜으로도 죽지 않고 내란까지 제압한 이재명

다른 주자들 독극물 중독 상태론 그를 이길 수 없어

유시민 작가

길었던 설 연휴 기간 소위 ‘레거시 언론’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윤석열 기소와 탄핵 심리가 아니었다. 기자들은 윤석열보다 김경수한테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의 SNS 글과 김부겸‧임종석‧김동연‧김두관 등의 발언을 연계 보도했다. 그들의 이름을 키워드로 넣고 기사를 검색해 보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사가 뜬다. 언제 어떤 공직을 지냈는지 잘 알려져 있으니 도지사니 총리니 비서실장이니 하는 호칭은 모두 생략한다. 그리고 편의상 기자들이 쓰는 ‘비명계’를 그들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한다.

‘이재명 대안’ 아닌 총선 때의 ‘반명’ 정치인 경로 밟을 가능성 높아

‘비명계’ 정치인들은 민주당의 ‘일극체제’를 비판하면서 당의 통합과 포용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최근 여론조사 데이터를 근거로 들어 민심이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은근히 거론하면서 자신이 이재명보다 나은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견해가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살피지 않겠다. 그들이 민심을 모을 수 있을지, 정권교체를 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만 가늠해 보겠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부터). 유튜브 '매불쇼' 캡처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것 같지 않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일제히 활동을 개시한 민주당의 자칭 타칭 대선주자들은 22대 총선의 ‘반명’ 정치인들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논리적으로 틀린 주장을 해서가 아니다. 대선에 임하는 방식이 민심의 흐름과 맞지 않아서다. 언론의 보도량은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 언론이 좋게 보도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을 탈당해 국힘당으로 건너가거나 신당을 만들었던 정치인들은 큰 착각을 했다. 언론이 많이, 크게, 좋게 보도해주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믿었다. 최근 활동을 개시한 민주당의 ‘비명’ 대선주자들도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 현실은 정반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평소 이재명과 민주당을 비방해온 언론이 띄우는 정치인을 배격한다. 언론 보도를 정치적 독극물로 여긴다. 그런 혐의를 두지 않고 보는 신문과 방송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비명계’가 영양제로 여기는 독극물 <조선일보> 주필 칼럼

정치인이 언론의 정치 보도에 현혹되면 대중의 요구를 듣지 못하게 된다.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그런 보도의 전형을 하나 가져왔다. 독성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윤석열 파면과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시민들은 이것이 정치적 독극물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그러나 민주당의 ‘비명계’ 정치인들은 이런 것을 영양제로 여기는 듯하다. <조선일보> 주필 양상훈은 1월 16일 칼럼에 다음과 같이 썼다. 칼럼 제목은 ‘尹·李 둘 다 없어졌으면’이었다.

조선일보 1월 16일자 양상훈 칼럼.

“생각이 많이 치우치지 않은 분들에게서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윤석열‧이재명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에 오래 몸담았던 분들 중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국민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은 요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은 60%를 넘는다. 현재 민주당에서 이 대표 외에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만큼 이 정권 교체론의 대부분을 이 대표가 흡수해야 맞는다. 그런데 이 대표 지지율은 다른 주자들에 비해선 압도적이지만 35% 안팎에 갇혀 있다. 서울에선 20%대다. 전국적으로 40% 선이 뚫기 힘든 천장처럼 보인다. 정권이 바뀌어야 된다고 답하는 국민 중에서도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20% 이상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유권자 숫자를 대입하면 900만 명에 육박한다. 실제 대선에선 이들 중 상당수가 어쩔 수 없이 이 대표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현재로서는 이 많은 국민들이 ‘윤, 이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사라진 윤석열과 싸잡아 이재명 없애고픈 검은 속내

실제 여론조사 결과가 정말 그런지, 데이터 해석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는 따지지 않겠다. 여론조사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이 칼럼을 가져온 것은 글의 내용이 아니라 글에 나타난 의도 때문이다. 양상훈은 너무 빤히 보여서 우스울 정도로 분명하게 속내를 노출했다. 독자를 바보로 아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그 자신이 바보다. 왜?

양상훈은 이 칼럼 원고를 1월 15일에 다듬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윤석열은 이미 없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바로 그날 새벽 경찰과 합동작전을 시작한 공수처는 한낮에 윤석열을 체포해 조사실에 데려갔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발부했다. 윤석열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 송부했고 검찰은 윤석열을 내란수괴 혐의로 기소했다. 서부지법 폭동처럼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지만 윤석열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권력자 윤석열은 1월 15일에 없어졌다. 헌재의 대통령직 파면과 법원의 내란혐의 유죄선고는 불을 보듯 훤하다.

양상훈은 독자를 속이려고 했다. 칼럼의 제목이 정직하지 않았다. ‘이재명도 없어졌으면’이라고 해야 정직한 제목이다. 다시 말하지만 양상훈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윤석열은 없어졌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해서 윤석열이 옥중에서 업무를 보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2말3초’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할 것이다. 그러면 검찰은 직권남용과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 등 다른 죄목으로 그를 추가 기소한다. 내란수괴는 무기징역이 최소형량이다. 후임 대통령들 가운데 누가 사면하지 않는다면 윤석열은 죽은 뒤에야 교도소를 나올 것이다.

‘정치적 중립’이라며 민주당 ‘원 톱’ 죽이려드는 ‘레거시 미디어’

소위 ‘레거시 미디어’의 ‘저널리스트’들은 자기네가 ‘정치적 중립’이라는 저널리즘 윤리를 지킨다고 말한다. 착각 아니면 거짓말이다. 양상훈은 어느 쪽일까? 거짓말이라고 본다. 양상훈은 이재명을 없애버리고 싶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정치 무대에서 제거하려고 검찰을 동원해서 벌였던 모든 공작을 정당하다고 인정한다. 그렇지 않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없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조만간 2심에서도 유죄가 되면 ‘출마 반대’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훨씬 심각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은 공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이미 2심에서 징역 7년 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공범으로 적시돼 있는 이 대표 역시 유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대장동‧백현동 사건은 규모 자체가 초대형이다. 이 대표가 방탄 없이 이 재판을 다 받는다면 그의 최종 형량은 어쩌면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받기를 바라는 형량과 비슷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승복할 수 없는 국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라가 평안할 날이 있겠느냐’는 걱정은 합리적이다.”

양상훈이 말하려고 하는 바는 분명하다.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이재명을 대통령 후보로 뽑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혼란해진다고 중도층을 협박한다. 중도층이 지지하지 않아서 이재명이 본선에서 질 것이라고 민주당 지지자를 겁준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모든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이 ‘원 톱’이기 때문이다. 김진성은 칼로, 윤석열은 법으로, 언론은 펜으로 죽이려 했지만 이재명은 죽지 않고 ‘원 톱’ 자리를 지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법정에 끌려 다니면서도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이끌었다. 미리 대비하고 신속하게 대처해 윤석열의 내란을 제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15.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지지자들은 독극물 중독자들 가차없이 내칠 것

김진성에게 중형을 선고한 법원은 윤석열도 중형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즘’이라는 보호막을 쓰고 활동하는 양상훈은 이재명을 죽이는 데 실패해도 벌 받을 일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변함없이 이재명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민주당 ‘비명계’의 궐기를 선동한다. 그렇게 해서 이재명을 쓰러뜨리면 최선이다. 하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2022년 3월 대선 때처럼 이재명에게 상처를 입히고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효과만 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국힘당 후보가 당선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해서 윤석열을 당선시켰다.

총선에서 민주당 당원과 유권자들이 이낙연을 비롯한 '반명‘ 정치인들을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가차 없이 내친 것은 그들이 양상훈 같은 언론인들이 퍼뜨린 정치적 독극물에 중독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신뢰하는 민주당의 대표였다. 지금도 당원 대다수가 그의 리더십을 인정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압도적으로 그를 대선후보로 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은 중도층에서도 국힘당의 모든 정치인을 압도한다.

이재명은 시장‧도지사‧당대표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진보와 중도 성향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 현상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민심의 흐름을 올라탔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끝내라는 대중의 요구,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고 민주주의를 세우라는 시민의 바람을 수렴하는 정치적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이재명은 성역이 아니다. 민주당 정치인 누구든 도전할 권리가 있다. 도전자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나쁠 게 없다.

이재명에 도전하되 ‘사법 리스크’니 ‘일극체제’ 내세우면 실패할 것

그렇지만 이재명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는 이재명을 이기지 못한다. 이재명보다 더 치열하게 내란세력과 싸워야, 이재명보다 더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목격하지 않았는가. 이낙연을 비롯한 민주당의 ‘비명’ ‘반명’ 정치인들은 윤석열과 싸우지 않고 이재명과 싸웠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그 책임을 물어 그들을 정치 무대에서 퇴출했다.

설 연휴 동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민주당의 ‘비명계’ 정치인들은 이낙연과 똑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내란세력의 언어인 ’사법 리스크‘라는 말로 이재명을 공격하고 극우언론의 무기인 ’일극체제‘라는 말로 민주당을 비방한다. 민주당 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그런 행위를 언론이 제조한 정치적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간주한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 그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면 실패한다는 말이다. 논리적 윤리적으로 옳든 틀리든, 현실에서는 실패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평은 때로 힘든 일이다. 개인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인연으로 치면 이재명보다는 김부겸‧김두관‧김경수‧임종석이 더 오래되었다. 나는 인생의 어느 한 구비를 그들 중 누군가와 함께 헤쳐 나왔다. 이재명과는 그런 인연이 없다. 김부겸‧김두관‧김경수‧임종석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 단언하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속에 없는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 예측을 분명하게 말한다.

독극물 중독 상태로는 조기대선에서 기회 못 얻는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파면한다. 벚꽃대선이든 장미대선이든 조기대선이 열린다.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재판의 진도가 어떠하든, 대법원 확정판결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은 한 이재명은 출마할 권리가 있다. 출마하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피선거권을 빼앗기는 경우에는 이재명과 함께 윤석열의 내란을 제압하는 데 가장 크게 활약한 정치인이 민주당의 후보가 될 것이다. 양상훈 칼럼과 같은 정치 독극물에 중독되어 내란세력이 아니라 이재명과 민주당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도전하는 정치인은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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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물을 맛본

낙지와 수박들이 뒤에서 총질

잠깐 잡은 정권도 이리 달콤한데

백년 기득권이 순순히 물러날까

그들은 안다

이재명이 자기들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여는 사건의 시작임을

그 사회엔 자기들 지분이 적고

'민'의 지분이 매우 커지리라는걸

침몰하는 배의 쥐새끼들처럼 안다

기성언론은 이미 기득권의 일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데

이름도 쥐를 떠올리는 기레기가

이재명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

옛날 배운 과학지식으론

해뜨기 전이 하루중 가장 춥다했다

해가 뜬다고 바로 따뜻해지지 않고

춥다고 해가 안뜨지 않는다

내란세력과 싸우지 않고 이재명과 민주당(원)에 독극물을 쏘려는 자들에 대한 평가가 유시민과 최강강이 분명한 차이가 있군요. 저는 유시민의 비평에 한 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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