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경호차장, 내게 '그만하라' 해"...검찰은 왜 김성훈 구속 막나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두 번 연속 반려..."검찰, 비화폰 서버 드러날까 두렵나"
25.02.05 19:54l최종 업데이트 25.02.06 06:12l 김성욱(etshiro)
12.3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해온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최근 국회에서 마주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으로부터 '좀 그만하시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했다. 검찰이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반려하면서, 김 차장이 자유롭게 윤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하도록 방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홍 전 차장은 전날인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지난번 국조특위에서 만났을 때 김 차장이 증인(홍 전 차장)한테 '이제 거짓말 좀 그만하시죠'라고 물어보니까, 증인(홍 전 차장)이 '미안하다. 가르마를 잘못 탔다'라고 대답했죠"라는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즉각 "새빨간 거짓말이다"라며 "김 차장이 저한테 뭐라고 했냐면, '아 좀 그만하시죠'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문답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이 언급한 '국조특위'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시 국조특위에는 홍 전 차장과 김 차장이 함께 출석했다. 홍 전 차장은 이때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음을 재차 확인하면서 "체포 명단을 보니까 그건 안 되겠더라", "그런 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있다. 어디? 평양. 그런 거 매일매일 하는 기관이 있다. 어디? 북한 보위부"라는 등 작심 발언을 쏟아내 주목 받았다. 앞서 홍 전 차장은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처음 폭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김 차장과 홍 전 차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 출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밀착 경호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한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도 윤 대통령 옆에 있는 김 차장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측 관계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 측과 김 차장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라며 "홍 전 차장 입장에서도 대통령 측의 압박이라 느끼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김성훈 구속 두 번이나 막은 검찰... 비화폰 서버 '역린' 얽혀있나"
대통령경호처 내 핵심 실세로 통하는 김 차장은 지난 1월 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고도 아직까지 구속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중간에서 구속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1월 15일 두 번째 시도 만에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한 이후 2번 연속 검찰에 김 차장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지난 1월 18일과 1월 31일에 걸쳐 모두 반려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대 혐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검찰 선에서 계속 반려되는 것은 이례적일뿐더러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먼저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이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뒤 법원에서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원에서 나온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들고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고도 경호처에 가로막혀 그냥 돌아오는 장면이 전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었다"라며 "이를 주도했던 피의자가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경호처를 지휘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경호처가 관리해온 비화폰(보안 핸드폰)과 그 서버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경찰의 김 차장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나온다. 비화폰은 도감청과 녹음이 안 되는 전화로 경호처가 관리한 것들이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과정에서 주요하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김 차장 구속으로 비화폰 서버가 경찰로 넘어갈 경우 검찰에게도 '역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경호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경찰은 "이번 계엄 사태를 통해 윤석열 정부 내내 비화폰이 비정상적으로 쓰였다는 게 빙산의 일각처럼 드러난 것"이라면서 "검찰이 유독 김 차장 구속에 머뭇거리는 걸 보면, 검찰 내 일부 고위급 인사들까지도 비화폰 문제에 얽혀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실제 경찰은 지금까지 모두 5번에 걸쳐 경호처에 있는 비화폰 서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바 있다. 김 차장이 이끄는 경호처가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훈 , 민간인 노상원에게 비화폰 지급 의혹..."비화폰 불출대상 삭제도 지시"
문제는 김 차장에 대한 강제수사가 하루하루 지연될수록 증거 인멸의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날인 4일 국회 국조특위에선 김 차장이 계엄 후인 지난해 12월 13일 자신의 부하인 김대경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비화폰 불출대장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윤 의원의 거듭된 사실 확인 요구에 김대경 본부장은 부정도 긍정도 못했다. 윤 의원은 김 차장이 계엄 선포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에도 민간인 신분이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까지 경호처 비화폰을 지급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만일 사실이라면 김 차장이 단순 경호 업무를 넘어 내란에 연루된 공범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도 가까운 것으로 거론돼왔다. 김 차장은 지난달 10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자진 사퇴로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김 차장의 전화를 압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경찰 측은 김 차장에 대한 3차 구속영장 신청 계획에 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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