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와 ‘어리보기’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52] ‘머저리’와 ‘어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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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참으로 욕도 많이 했다. 가족 중에 여자라고는 어머니 한 분밖에 안 계셨으니 남자 다섯 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반은 욕이었다. 병신·등신·머저리·바보·찐다 등등의 말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유난히 욕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믿고 싶지 않은 말이다. 투덜투덜.
‘머저리’는 ‘어리보기(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와 같은 말이다. ‘온머저리’라고 하면 ‘완전히 드러난 머저리’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어리보기’는 ‘어리가리’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리’는 ‘어리석다’이고, ‘가리’는 ‘사람’을 뜻한다.
‘머줍다(동작이 둔하고 느리다)’와 ‘머지다(연줄이 끊어지다)’ 등의 단어와 연관지어 ‘머저리’의 어원을 유추해 본다. ‘멈추다’와 ‘멎다’와 같은 맥락에서 확인할 수 있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어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벙어리·귀머거리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머저리’란 ‘뭔가 멈춰 있는 것처럼 얼뜨거나 어리석은 사람’ 이라는 말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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