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4만 명 죽여도 미국은 이스라엘 편…대체 왜?


[프레시안 books]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약 1200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망하고 251명의 인질이 붙잡혀 갔을 때만 해도 서방을 중심으로 한 세계 여론은 이스라엘의 편에 서 있었다.

하지만 1년이 훌쩍 지난 2024년 11월 1일 현재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날까지 가자지구에서 4만 3204명이 사망했고 10만 1641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상황이 학살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병원과 학교, 난민촌 등 민간인, 그것도 상대적으로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습과 포격을 이어가면서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해있다. 10월 31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지방에 남아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병원 카말 아드완과 누세이라트 난민촌 등을 공격했고 이에 95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는 국가가 있다. 바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고 때로는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지만, 실제 무기 지원을 끊기는커녕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비롯, 미군 추가 배치를 실시하고 있다.

대체 미국은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호하는 것일까? 지난 2007년 출간됐던 <왜 미국은 이스라엘편에 서는가>를 보면 이스라엘이 어떻게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 존 J. 미어샤이머·스티븐 M. 월트 지음, 김용환 번역, 크레타 펴냄. ⓒ크레타

2024년 이스라엘의 만행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시점에 17년 만에 다시 번역본으로 출간된 이 책은 현실주의적인 국제정치학자인 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와 동맹이론의 대가인 스티븐 M. 월트 하버드대학교 존 F.케네디 스쿨의 국제문제 교수가 함께 펴냈다.

이번 번역서를 추천한 국제정치학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해당 책이 논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2007년 출간했을 때도 "논란이 많았던 탓에 두 저자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출판사가 부담을 느껴 선뜻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며 "결국 아동용 그림책을 전문으로 펴내던 의외의 출판사가 맡게되었다는 후문"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이 이렇게 설명할 정도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인 지지는 미국 사회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었다. 그럼에도 이 학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가 미국에 유리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꼬집었다.

이들은 "이스라엘 로비는 영향력 경쟁에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유대인은 비교적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감탄할 만한 박애주의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은 정당에 후한 헌금을 하고 높은 수준의 정치 참여도를 보인다. 물론 일부 미국 유대인단체가 이스라엘에 헌신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관여하고 있고 상당한 소규모단체가 이스라엘 문제라면 발 벗고 나선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로비로 인해 미국의 중동정책은 상당히 편중돼 있었고, 그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만을 두둔하는 미국 중동 정책의 오류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자들도 중동 문제에서 이스라엘만 편드는 미국 대외 정책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로비의 영향이 아니었다면 시리아 책임법은 없었을 것이며 미국의 대시리아 정책은 미국의 국익과 조화를 이루었을 것"이라며 "미국이 다른 정책을 썼다면 이스라엘의 정당성과 지역적 우위를 보장해 주는, 가장 고집스럽고 완강하고 폭력적인 적, 하마스, 헤즈볼라, 이슬람 지하드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줄여줄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평화조약을 탄생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 세대에 걸쳐서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살해하고 투옥하고 격리하기 위해 힘쓴 결과 하마스와 같은 단체가 권력을 잡게 되었고, 협상을 통한 갈등 해결에 찬성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줄어들었다"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스라엘과 로비가 함께 지지한 것으로, 결국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란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고 밝혀 이스라엘만을 두둔하는 미국의 정책이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익을 더 깎아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 엄청난 영향력을 구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경제적 외교적인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국제적인 협력을 동원해서 이스라엘을 고립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면서 미국이 국익을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 변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17년 전에 이렇게 강조했음에도 미국의 이스라엘 편들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김준형 의원은 "두 저자가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이슈를 과감히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미국 대외 정책 실패 원인을 로비에서 찾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인정하나 "미국 대외 정책에 대한 이스라엘 단체에 의한 로비의 힘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나치의 극단적 인종주의에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던 이스라엘이 오늘날 인종주의의 대표적 극우 국가로 변모했다는 사실은 역사의 뒤틀림을 넘어 비극적인 일"이 됐다면서 건국 이후 이슬람 출신의 유대인들이 대거 입국하고 1991년 소련 붕괴로 러시아계 유대인까지 유입되면서 극우 유대주의 정당의 힘이 강해진 이스라엘 자체의 변화도 현재의 이스라엘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저자들이 미국 사회에서 금기가 되어버린 '반유대주의'라는 극단주의에 담대하게 맞서는 양심적 지식인으로서 찬사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약간의 다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이 책은 반유대주의라는 마녀사낭에 대한 도덕적 또는 사상적 투사의 글은 아니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부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에 맞서고, 정책을 변경하라는 실용적인 정책 제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번역본의 계기가 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팍스 아메리카나 (Pax Americana,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를 일컫는 말) 시대가 저무는 것이 단순한 이론이나 예측이 아니라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의 가치 또는 이념 외교에 의한 신냉전 드라이브 역시 미국의 설계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의원은 "미중의 전략 경쟁과 다극화의 시대가 함께 진행되고 있는데 다극화와 다자주의는 다르다. 전자는 각자도생의 혼란한 질서이고, 후자는 국제협력이 작동하는 정돈된 질서"라며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라는 패권 충돌로 가는 것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전혀 바람직하 지 않지만, 각자도생의 국가 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미국이 보다 국제협력적인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대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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